경관의 피
The Policeman’s Lineage, 2020
사회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모든 사회인은 개인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정말 그러한 것일까? 만일 개인에게 어떤 사고가 닥쳤을 때, 조직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충성심은 더 올라가겠지만 우린 그렇지 못한 상황들도 충분히 경험하고 목격해왔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 겪었을 그 부조리함이나 직장에서 벌어지는 위계적 갈등 상황들, 내부 비리를 저지른 이들보다 비리를 폭로한 이들이 더 큰 곤란에 빠지는 상황까지! 사회가, 조직이 그것으로부터 우릴 지켜주는 것이 빠를까, 아니면 개인이 힘을 갖는 게 더 빠른 방법일까!
경관의 피는 경찰의 본질을 흑과 백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으로 규정하는 경찰 박강윤(조진웅)의 이야기를 통해 비리 경찰의 개념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즉 그가 주장하는 내용의 쟁점은 정당한 공권력으로 멸할 수 없는 악의 존재는 결국 본인 몸에도 더러운 것을 묻혀야만 잡을 수 있다는 식의 논리인데, 이는 최민재(최우식)의 신념과는 정반대의 것이기에 그들 둘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다. 감찰계장(박희순)이 박강윤을 잡기 위한 칼로 최민재를 활용하는 식으로.
그래서 영화는 거대한 물음표를 관객들의 머리에 심어놓은 채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박강윤은 정말로 나쁜 놈일까, 비리 경찰일까, 동료 형사를 죽인 것이 맞을까! 이는 최민재가 의심하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기에 관객은 곧 최민재의 눈으로 박강윤을 주시하게끔 만들고 있다. 그래서 관찰자인 최민재가 관객의 눈과 직접 연결되고, 그 눈을 통해 박강윤의 행동에 공감 또는 반감을 갖게 된다. 그가 좋은 놈이길 바라면서도 나쁜 놈이라면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고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박강윤에 대한 의심은 이후 진짜 악당들을 잡기 위한 작전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초반에 간결하면서도 확실하게 설명한 나영빈(권율) 차동철(박명훈)과의 관계는 박강윤의 진짜 적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후반부에 차동철을 이용하는 장면으로도 이어지며 그 관계는 더욱 명확해지고, 최민재의 의심은 이미 확신으로 이어진 상태라 그것이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다만 차동철 또한 더 처단하고 싶은 악당인 나영빈을 잡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된 후 먹잇감이 될 운명이지만.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최민재가 박강윤에게 완전히 동화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사건(선상 마약 거래 소탕 작전)이 일어난 시점에서는 그것을 처리하기 위한 상황적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마지막 장면을 통해 박강윤 역시도 악당을 잡는 칼에 불과할 뿐이기에 그들의 공조가 이 모든 사건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애매한 상황에서 문을 닫았고 여전히 뿌리는 썩은 상태 그대로이며 빽 좋은 악당들은 그대로 풀려나 해외로 나갔을 것이기에 말이다.
박강윤 뒤에 숨어있는 진짜 비밀들! 연남회라는 조직의 이야기는 경찰과 악당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아이러니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처럼 그려지지만, 그 자체가 또 다른 악당인 동시에 힘(돈, 권력)을 가진 악당들을 돕기 위한 조직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강윤과 최민재의 악당을 잡겠다는 마지막 대사는 우습게 느껴지고 감찰계장은 끝내 모호한 포지션에서 벗어나질 못한 채 엉성하게 사라진다. 그들이 악당을 잡는 게 뭐가 중요할까! 어차피 풀려날 놈들은 연남회에 의해 다시 풀려나게 될 텐데..
크레딧이 올라가며 영화가 끝나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주인공이 죽더라도, 혹은 그들은 결혼에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내용으로 방점을 찍었다고 할지라도 그 이후의 삶은 존재하며 행복 역시도 세부적인 내용을 통해 여러 형태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관의 피는 찝찝함만 남긴 채 끝나버린 아쉬운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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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경찰,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조진웅의 팬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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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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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규만배우: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장르: 범죄, 드라마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19분개봉: 1월 5일간단평광역수사대 에이스이자 일당백의 검거율을 보이는 ‘강윤’(조진웅)의 뒤를 경찰 내사과 ‘황인호’(박희순)가 파헤친다. 원칙에 충실한 신입 경찰 ‘민재’(최우식)를 강윤의 팀에 투입하여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위법의 증거를 찾도록 한 것. 경찰 뒤를 파는 언더커버, 일명 ‘두더지’가 된 민재는 강윤과 파트너가 되어 그의 특별한 수사 방식을 접하게 된다. <경관의 피>는 넓게 보자면 안성기와 박중훈이 환상의 호흡을 보였던 버디 무비인 <투캅스>(1993) 류의 연장선에 있는 범죄 드라마다. 다만 그 결은 상당히 다른데 코믹과 웃음보다 거침없고 박진감 있는 언행과 액션으로 좀더 하드한 접근을 시도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대째 경찰이 된 ‘민재’가 좇는 정의와, 경찰은 흰색과 백색의 중간 지대인 ‘회색’이라고 강변하는 ‘강윤’이 실현하는 정의가 충돌하면서 크고 작은 스파크를 형성해 나간다. 경찰의 본분, 법과 위법 사이의 딜레마를 시험대에 올리며 어느 정도의 비장감을 부여하려 하고, 경찰 내 깊숙하게 뿌린 내린 비밀 조직의 실체 등 반전도 나름대로 준비했다. 하지만 구성과 서사가 촘촘하기보다는 거칠고 헐거운 편이라 이로부터 길어 올리는 쾌는 크지 않은 인상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극 중 성장하는 ‘민재’ 최우식이다. 조진웅, 박희순 등 함께한 배우들이 ‘‘삐약삐약’ 어린애에서 멋진 남성으로의 변모에 매료될 것’이라고 짚은 지점이기도 하다. 순백의 세상에서 점차 회색 지대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성숙함이 감지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들의 매력이 빛을 발하면서 점점 탄력 받는, 조진웅과 최우식의 두 번째 호흡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작품이다. <악인전>(2019), <변신>(2019), <블랙머니>(2019), <침입자>(2020) 등의 장르물을 연이어 성공시킨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2022년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리턴>(2007), <아이들…>(2011)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바 있는 이규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22년 1월 3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