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In Our Prime,2020

어떤 사물을 볼 때 그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서 오는 차이는 매우 크다. 가령 지뢰가 무엇인지 아는 이들은 그것의 무서움을 알기에 조심할 수 있지만, 이를 모르는 이들은 크나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살바도르 달리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그의 작품을 보는 것과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의 그림을 보는 것에도 차이는 반드시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을 안다고 예술을 더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은 좀 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해석을 요구할 때가 있기에 말이다.

물론 이를 수학과 직접적으로 대비해서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라는 영화에서 다뤄지는 리만에 대한 이야기를 모른다면, 혹은 그 안에서 다뤄지는 모든 수학적 사고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영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아주 약간의 차이라도 발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그것을 모른다한들 이 영화를 보는 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들을 좀 더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활용한 특수한 재료일 뿐이다.

그래서 우린 이 영화를 보며 한지우(김동휘)라는 캐릭터에 잠시 동화되었다가 점점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도 우리처럼 수포자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기에 위로와 함께 응원을 해줄 수 있었겠지만, 이후 그의 변화된 모습은 멋있게 보일지는 몰라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하며 거리감마저 들게 만든다. 물론 그것이 우릴 배신한 결과라고까진 느껴지지 않기에, 차라리 히어로물의 주인공에게 찾아오는 급성장한 순간의 모습처럼 느껴지며 약간은 경외심 같은 것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초중반까지만 흥미롭게 다뤄질 뿐이며 이후의 이야기는 오직 이학성(최민식)이라는 인물에게로만 포커스가 맞춰진다. 인민군이라 불리며 고등학교에서 경비 일을 하는 그는 마치 구스 반 산트의 영화 굿 윌 헌팅에 등장한 맷 데이먼이 연기한 천재 윌을 닮아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은 이학성과 한지우에게로 절반씩 나눠진다. 즉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 인생이 뒤바뀌는 모습은 한지우의 이야기에 담겨있고, 윌의 천재적인 모습은 이학성이라는 캐릭터에 녹아있다.

다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수학자가 아닌 이상한 나라에 있으며 이는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분단의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복잡한 상황이 더 중요하게 그려지고 있다. 아마도 그가 인민군이라 불리는 북한의 수학자가 아니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며, 그랬다면 이학성의 개인적인 사연 또한 다른 형태로 그려졌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가 아들을 잃고 지금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그대로 유지해도 상관없었겠지만..

어쨌거나 북한의 수학자가 남한에서 리만가설을 증명하는 결과가 가져오는 복잡한 상황,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와 그에게 찾아올 여러 위협들이 그려져야 할 찰나! 영화는 다시 한지우의 이야기(사실은 한지우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교육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며 조금은 안전하고 평범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아마도 국정원 직원 안기철(박해준)보다는 비리교사 김근호(박병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수학의 진정한 목적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르니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수학기호 파이를 이용해 음표를 만들어 피아노로 연주를 하는 장면이었다. 우리의 삶에 수학이 얼마나 많이 녹아있는지는 여전히 체감을 잘 못하고 있지만, 숫자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 장면은 곧 수학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더 진화시키고 있는지 드러내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수학은 멀게만 느껴지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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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소재로 한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배우 최민식의 팬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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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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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동훈배우: 최민식, 김동휘, 박병은, 박해준, 조윤서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117분개봉: 3월 9일간단평상위 1%만이 다닌다는 ‘동훈고등학교’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지우’(김동휘). 수업을 따라가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특히 수학에 한계를 느끼던 중 담임이자 수학선생(박병은)으로부터 일반 고등학교로의 전학을 권유받기에 이른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고교생 ‘지우’가 과거를 숨긴 채 학교 수위로 일하는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에게 수학을 배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탈북한 천재 수학자, 사배자 학생, 그리고 수학이라는 이질적인 소재의 조합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언뜻 영화 <굿 윌 헌팅>이 연상되는 구도와 익숙한 스토리 라인이라 임팩트가 크진 않으나 수학을 매개로 한 두 인물의 교감이 현실감 있게 그려져서 공감의 폭이 넓은 인상이다. 깊은 상처를 간직한 탈북자와 도움 요청할 곳 없는 소년이라는 사회적 배려층을 바라보는 주변부의 편견과 선입견, 우호적인 시선 등을 균형 있게 전하는 편이다. 연출을 맡은 박동훈 감독이 “수학을 재밌고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귀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듯이 애니메이션 활용과 ‘파이송’ 피아노 연주 등을 삽입해 수학을 말랑말랑하게 서사에 풀어낸다. 또 기형적인 입시 형태를 꼬집고 교사의 본분을 상기시키는 등 여러 함의로 활용했다.
2022년 3월 8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