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현실세계 속 인간은 영화처럼 선과 악 어느 한쪽으로 규정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간혹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악인들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선이자 동시에 악이기도 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선이고 내가 싫어하는 상대를 악이라 (개인적으로) 지정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곧 진리가 될 수는 없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오히려 악이고 내가 악이라 생각하는 그가 반대로 선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기에 말이다. 선과 악은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위치가 뒤바뀔 여지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특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오직 생존을 위한 인간들의 투쟁처럼 그려지고 있다. 물론 그 모두를 악으로 단정하는 것 또한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은하(박소담)의 경우 그 누구도 그녀를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녀에게 꾸준히 도움을 받는 어린 꼬마 서원(정현준)에게 있어서만큼은 그녀가 최고로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승부조작 사건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두식(연우진)이 경필(송새벽)의 뒤통수를 치면서 제대로 불이 붙고, 은하가 그들 사이에 끼게 되면서 상황은 꼬이게 된다. 두식이 그의 아들 서원과 함께 은하의 도움으로 도망치는 상황을 예상하며 이 영화를 보려는 순간 두식은 아주 빠르게 이 영화에서 사라지고 만다. 마치 아나키스트에서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빠르게 사라져버린 장동건처럼 말이다. 이는 곧 두식과 은하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설정을 한 번에 제거하는, 약간은 아쉬웠던 퇴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오직 은하이며 그렇기에 그녀에게 맡겨진 짐은 서원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또한 아이의 엄마 찾기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아버지가 없는 편이 나았을 것이며, 처음 서원을 뿌리치려던 은하의 노력도 두식이 있었다면 그렇게 필요한 장면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두식의 죽음을 통해 서원이라는 캐릭터에 슬픔과 외로움을 제공하고 은하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만드는 과정은 어쩌면 필연에 의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과정이 정말로 재미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은하의 화려한 기술을 통해 분노의 질주나 트랜스포터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자동차 액션의 맛을 이 영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으며, 너무 오래 질질 끌지도 않은 탓에 적당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그녀의 생존방식과 그녀를 쫓는 경필의 집요함이 아주 잘 표현된 덕분에 주요 캐릭터들 간의 감정만큼은 확실하게 전달되었던 것 같다. 특히 코믹하면서도 사이코스러운 경필의 모습은 진정 이 영화 최고의 빌런다운 모습을 아주 잘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후반부에 느닷없이 진행되었던 살인을 접목한 액션씬은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그 이전에 지니고 있던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단박에 깨부수는 계기가 되었다. 백사장(김의성)이 방아쇠를 당긴 것 까지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행동이었지만, 은하의 기상천외한 전투력은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마지막에 경필과 함께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음에도 홀로 살아남은 장면에 대한 해명은 반드시 존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원과 다시 만나는 것으로 끝을 낸 것은 상당히 아쉬웠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 영화는 초반의 기대감 넘치는 액션장면과 박소담, 송새벽이라는 배우들이 지닌 매력만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액션영화니까 당연히 액션에 힘을 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기본적인 룰을 배신한 대가를 치른 셈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장면을 넣어줬더라면 이 정도로 아쉬운 결과를 가져오진 않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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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터와 같은 스타일의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박소담, 송새벽의 연기대결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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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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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대민배우: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 정현준장르: 범죄, 액션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08분개봉: 1월 12일 간단평 시원하게 꺾고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좁은 골목, 불법주차, 각종 공사 현장 등 험준한 도로 사정도 장애물은커녕 전술과 무기가 된다. 오프닝부터 화려한 카체이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특송>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돈만 주면 물건이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신속하게 배송하는 특송 전문 업체 백강산업 소속 드라이버 ‘은하’는 어느 날 ‘백 사장’(김의성)의 등쌀에 밀려 나간 출장에서 사고에 휘말리고, 하는 수 없이 의뢰인의 어린 아들 ‘서원’(정현준)과 동행하게 된다. 한편 ‘서원’이 쥐고 있는 중요한 물건을 찾으려는 이들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까지 나서 ‘은하’를 쫓기 시작한다. 내용 자체는 크게 신선할 것이 없다. 이야기를 단순하게 하는 대신 액션에 힘을 실어 거침없이 질주한다. 신기에 가까운 ‘은하’의 운전 실력은 물론 송곳, 파이프, 망치 같은 연장이 맞부딪히는 날 것의 액션이 서로 다른 매력으로 장르적인 쾌감을 이끌어낸다. 기아 포텐샤, BMW E30등 제대로 굴러갈까 의뭉스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날렵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올드카들도 색다른 재미 요소다. 단독 주연을 맡은 배우 박소담은 첫 액션 영화지만 거친 카체이싱 액션과 과격한 맨몸 액션을 거뜬하게 소화해낸다. <기생충>(2019)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된 아역 배우 정현준과의 케미도, 섬세한 감정 연기도 좋다. 박소담과는 대척점에 선 배우 송새벽의 악역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볼이 홀쭉할 만큼 수척한 외모, 송새벽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하이톤의 목소리와 설렁설렁한 어조가 독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시선을 끈다. 이밖에 김의성, 연우진, 염혜란 등 베테랑 배우들 또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그림자 살인>(2009), <봉이 김선달>(2015) 박대민 감독의 신작이다.
2022년 1월 11일 화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