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음에 관하여
Om det oandliga, About Endlessness,2019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이는 결코 뒤집을 수 없는 절대적 진리이자 인간의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죽기 때문에 그 삶은 더욱 아름다울 수 있으며,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자 열심히 노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죽음은 우리 인생의 끝을 의미하는 것일까? 끝은 곧 그 이후가 없음을 증명하는 단어일 것이며 (우리가 눈을 감는 그 순간 찾아오는) 모든 것이 사라진 어둠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꿈도 꿀 수 없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모든 감각과 사고가 사라진 채 맞이하게 되는 죽음의 세계.

끝없음에 관하여라는 다소 이상한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그래서 죽음과 연관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삶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마치 마르크 샤갈의 그림을 연상하게 만드는 하늘을 나는 남녀의 모습은 그래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천년을 흐르는 사랑과 같은 스타일로 그려지진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착각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 영화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민과 갈등 등등을 하나로 묶어 놓은 단편들의 총체였을 뿐이다. 여러 편의 시가 담긴 한 편의 시집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노하우 같은 것들을 쌓아가며 곧 인간의 역사를 완성한다. 그리고 우린 이를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생명에게 그 시작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도록 도움을 주려 한다. 단지 편의를 위한 도구만이 아닌 생각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 까지도.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남기는 최고의 유산이자 연속성의 의미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영화 속 인물들의 삶 또한 그 유산이 만들어낸 결과이자 부속품들일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들을 차례대로 보여주며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계단을 오르던 남자가 최근 동창을 만났지만 그가 무시하고 지나갔다는 말을 하던 그 장면은 만일 거기까지만 봤다면 우린 그의 편을 들어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털어놓은 과거와 관련된 고백은 곧 우리의 마음을 그에게서 멀어지게 만들며 오히려 그가 나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는 이후에 나온 시기와 질투심 가득한 장면과 결합되며 더욱 극대화된다.

게다가 신을 믿지 않는 성직자의 경우 이를 신성모독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진실 되지 않은 얼굴로 살아가는 이면성을 지닌 인간에 관한 이야기로 봐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가령 애사심이 부족한 회사원의 경우나 사랑과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거짓과 비밀 등등에 관한 내용들 또한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속인 채 거짓된 삶을 살아가며 고통을 받는 인간의 모습은 그래서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남녀의 모습과 대비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에너지를 가진 물질(존재)은 변화할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소년의 말로 이어지며 연속성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다른 형태의 무언가로 바뀌더라도 이론적으로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영겁회귀를 연상하게 만드는 그 말은 이후 히틀러의 모습을 한 인물이 등장하며 다시금 인간이 남긴 유산에 대한 것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것은 곧 과거가 현재의 인류에게 남긴 커다란 상처이자 인간이 짊어지고 가야 할 슬픈 아픔이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비가 내리는 커다란 공터에서의 우산 쓴 소녀와 아버지, 그리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함께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풍경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어쩌면 정말 부질없을 인생임에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순간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 광경을 끝까지 무시하던 그 남자처럼,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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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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