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Kingmaker,2021

간혹 사람들은 선거가 정치의 전부인 줄로 착각을 하곤 한다. 선거철에만 정치에 관심을 갖기 때문인지, 아니면 선거를 통해 당선이 되어야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국정치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선거이며 선거에서의 승리 즉 당선이야말로 정치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승자는 국민을 섬긴다는 마음으로 국민들 위에 서서 정치를 하고, 패자는 국민들 틈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상대 패거리에 계속 몸을 담은 채 칼을 갈며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 오직 승리를 위해!

대선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는 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 오직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엄창록이라는 실존인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정치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정치판의 모습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야가 대립하며 싸우는 모습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장면들이며, 이는 정치적 이념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승리를 향한 갈망을 통해 그 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어쩌면 목적에 대한 명확성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더 좋은 정책으로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자 한다 할지라도 선거에서 패배하면 이는 아무 쓸모도 없는 공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게임이 그렇지만 선거 또한 패자는 패자일 뿐이다. 그들이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일단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나라를 바꾸고자 한다면,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일단 승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 점을 아주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김운범(설경구) 후보를 돕고자 나타난 서창대(이선균)는 좋은 정치인이라기엔 매우 위험한, 오히려 정치꾼이라고 할 만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오직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그는 그렇기에 방법론 또한 상당히 파격적이며 충격적이다. 마치 사기꾼이나 할 것 같은 야비한 행위를 하며 상대를 비방하고 흠집 내며 표를 끌어 모은다. 그래서 그가 김운범이라는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참모였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 말이 정말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러나 정치판은 원래 그런 곳이고, 이기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가 아는 정치인들이다. 물론 정도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도 있고 그 안에서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불문율이라는 게 있을 순 있다. 서창대가 김운범에게 자작극을 말한 것은 선을 넘는 행위지만 상대측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행위다. 즉 서창대의 경우 상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며 이것이 곧 김운범과 갈라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작극을 실행한 것으로 오해를 받는 장면은 서창대 입장에선 매우 서운했을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념과 사상, 정치적인 입장은 선거의 뒷전에 잠시 가려둔 채로 그들은 승리만을 향해 달려가고, 결국 서창대가 만든 지역갈등이라는 카드를 통해 김운범은 패배하고 만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과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최선인가! 아니면 깨끗한 패배가 나은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1971년의 패배는 12.12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암흑기를 가져왔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 발생한 또 다른 상황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의 정치판에선 엄창록의 방식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에 휘둘리고 자극에 민감한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 이 또한 확신하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여론조작과 같은 무기를 이용해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을지도? 결국 그런 것들에 이용당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며 엄창록은 그 부분을 아주 잘 이용한 인물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좋은 시기에 잘 만들어진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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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갈등을 만든 엄창록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설경구, 이선균의 연기대결이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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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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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성현배우: 설경구, 이선균장르: 드라마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23분개봉: 1월 26일간단평한약방을 잠시 맡아 운영하던 ‘서창대’(이선균)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에게 장문의 편지를 정성스럽게 보낸 후, 선거를 앞둔 그를 직접 찾아가기에 이른다. <킹메이커>는 네 번이나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그림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라는 선거판에 뛰어든 두 남자의 의기투합과 신념의 충돌을 다룬 작품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 중 ‘선거판의 귀재’라는 대목을 모티브로 하여 사실과 허구를 믹스 매치한 정치 드라마다. 당시의 비민주적이고 야합적인 선거전과 이에 맞불 놓는 갖가지 기발한 선거 전략 등을 위트있게 그린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전정보가 있다면 더 흥미롭게 지켜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무리 없이 따라갈 만하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정치 공학과 선거판의 역학 등 정치 드라마보다 존경, 반목, 갈등, 애증, 회한 등 두 인물이 주고받는 감정 쪽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는 인상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던 배우 설경구와 변성현 감독의 재회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 조형래 촬영감독, 한아름 미술 감독 등 <불한당>의 주요 제작진이 다시 뭉쳐 완성했다. 코로나 확산과 맞물리면서 수차례 개봉을 연기한 바 있다. 변성현 감독이 지목했듯이 실존 인물을 재해석해 체화한 설경구와 이선균의 빈틈없는 연기가 관람 포인트다.
2022년 1월 2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