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Good Person,2020

미필적 고의까진 아니다. 그저 잠시 무관심한 척 방관하며 넘겼을 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일어날 것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들 각자의 선택은 곧 잠깐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실책에서 비롯되고 말았다. 참을 수 없었던 그 순간을 마치 현자처럼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인간이다. 감정에 휘둘리고 가끔은 그것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 그래서 우리 인간은 미리 예견할 수 있는 사건조차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목이 왜 좋은 사람인지 의문이 드는 영화 좋은 사람은 교실에서 한 학생의 지갑이 사라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다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선생은 눈을 감게 한 뒤 조용히 손을 들라 말할 것이고, 그 결과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채로 사건은 종결될 것이 분명하다. 혹시 범인이 손을 든다면 지갑을 훔친 이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며, 범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손을 든다면 그 또한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를 두고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불신, 의심을 심어놓기 위한 장치로 이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

지갑사건이 벌어진 그 반 담임선생 경석(김태훈)은 제목 덕분에 좋은 사람의 이미지가 씌워져있지만, 영화를 계속 보다보면 꼭 좋은 사람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반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많고 누구 하나 낙오하는 일 없이 끌어줄 것처럼 보임에도 정작 반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그래서 세익(이효제)이라는 아이가 왜 그런 지경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저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혼내지 않고 농담으로 넘기는 정도가 좋은 사람의 행동이라면 이는 좋은 사람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혼한 아내, 딸과의 관계를 통해 그가 진정 좋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급격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마는데, 조금은 억지스러울 정도로 아빠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어린 딸의 모습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다만 그 문제는 단순히 딸에게만 있다는 것은 아니며 아빠와 딸의 관계가 결코 원만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아빠의 대응은 그야말로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설령 그가 진정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장면만 놓고 봤을 땐 결코 좋은 아빠는 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결국 이 두 개의 틀어진 관계가 하나의 사건으로 결합되며 딸은 크게 다치고 제자는 낙인이 찍힌 채로 학교에도 나오지 못하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불안했던 것은, 어쩌면 세익이가 진짜로 지갑을 훔쳤고 그의 딸을 횡단보도에서 밀쳐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경석의 의심이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적절한 순간에 그 의심을 끊어버리면서 세익이가 진짜로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그 역시도 경석의 딸에게 한 행동 탓에 완벽하게 죄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세익이의 고백 이후 그가 돌을 집어 들었을 때, 경석은 이미 그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마치 떼를 쓰는 딸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았으며 세익이 길을 잃은 소녀가 경석의 딸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모두 알면서도 그 순간 감정에 휘둘린 채 홧김에 행동하고 만 것이다. 또한 경석이 교실에서 진짜 지갑을 훔친 학생의 뺨을 때리던 그 순간도 다를 바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장면만큼은 상당히 통쾌했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 결과로 인해 찾아올 손해를 생각한다면 이 역시도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이었겠지만..

왕따 문제를 다룬 영화까진 아니지만 이를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준 것은 꽤나 신선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론 지갑사건의 범인을 드러내지 않고 교통사고의 비밀도 계속 숨긴 채로 세익이에 대한 불신을 끝까지 유지시키면서 경석의 심리를 나락까지 떨어트리는 모습도 기대하긴 했지만, 그랬다면 이 영화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어떤 선택이 더 나았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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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훈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믿음, 신뢰의 문제를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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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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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욱배우: 김태훈, 이효제, 김현정, 김종구, 박채은장르: 미스터리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101분개봉: 9월 9일간단평‘경석’(김태훈)은 잘못했더라도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얼마든지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좋은 교사다. 평소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친근하게 학생들을 대하는데 그는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그의 믿음은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범인으로 지목된 ‘세익’(이효제)이 결백을 호소하지만, ‘솔직함’을 강요할 뿐 세익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번 뿌리내린 의심을 떨쳐내기란 얼마나 힘들까. <좋은 사람>은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경석’을 통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경석이 세익을 늦게까지 붙잡아 둔 그날, 마침 경석의 어린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 목격자로 세익이 또다시 지목된다. 영화는 경석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끝없이 의심을 심어주며 진실 찾기에 골몰하게 한 후, 사건의 전모를 차분하게 한 꺼풀씩 벗기며 상당한 설득력을 확보한다. 다만 경석의 가정사를 자세히 풀어놓지 않은 탓에 경석이 어린 딸을 대하는 서먹함과 다소 신경질적인 응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 경석의 양가적인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한 설정으로 작위적인 인상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받은 작품으로 정욱 감독이 연출했다.
2021년 9월 9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