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Miracle,2020

살다보면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특히 학창시절에 그런 느낌을 자주 받곤 했지만, 그래도 그건 군대에서 체험한 부조리한 경험들보다는 나았다. 한마디로 위에서 까라면 까야하는 게 군대의 방식이고 그들만의 규칙이다. 그래서 우린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명 삽질이라 불릴만한 아주 쓸모없는 행위들을 계속해서 반복해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런 부조리한 행태는 군대라는 곳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군대가 아니더라도 비논리적이고 모순투성이인 모습들은 세상에 만연하기에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서 영화 기적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고개가 자연스럽게 끄덕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남는다. 누가 봐도 위험천만한 장면(철로 위를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윗분들은 이에 대한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끈질긴 건의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은 전해지지 않는다. 만일 이것이 실제상황이라 한다면 그들은 지금까지도 욕을 먹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부분이고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를 잘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실존하지 않는 내용조차도 실화로 믿어버리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기적은 보경(이수경)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실존한 것 같은 허구인 존재이며 영화 속에서 실체를 가진 준경(박정민)의 누나로 등장한다. 다만 어린 준경이 나이를 먹고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계속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의 존재는 곧 이 영화를 완전한 실화의 세계에서 허구의 세계로 옮겨놓고 있다. 어쩌면 어느 것 하나가 거짓된 이야기로 소문이 나서 그 내용 전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기에, 보경의 존재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은 바로 준경이다. 뭔가 어설프면서도 어수룩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가 사실은 알고 보면 매우 비범한(오히려 천재에 가까운) 인물이며 그런 그가 동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그야말로 뉴스감이라 할만하다. 다만 이 이야기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기차역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기에 그의 행동은 더욱 가치가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동네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기차역을 설치하는 내용이었다면 극적인 요소가 살짝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준경의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무모하면서도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신호기를 만드는 것만 보더라도 그는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말할 수 있으며, 대통령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는 집요한 행동을 통해 그의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고는 발생하고 그의 마음은 쉽게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노력과 바람이 철저히 무너지고 버림받는 상황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자신의 소망을 이루며 보경을 그의 곁에서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는 오직 개인의 힘으로 완성한 것처럼 보임에도 주변에서 그를 끌어주고 도움을 주는 인물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미션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과거의 사건으로 멀어진 부자지간의 연이 결국에는 다시 이어지며 태윤(이성민) 역시도 준경에게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인물은 바로 라희(윤아)였다. 만일 그녀가 없었다면 그는 여전히 무모하게 받지도 않을 편지만 보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준경을 보다 적극적이게 만든,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유도한 인물은 결국 라희가 아니었을까.
우연히 이 영화를 홍보하는 배우 박정민의 모습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가 강조했던 이 영화에 숨겨진 반전의 놀라움보다는 오히려 그 속에 존재하는 보경이라는 캐릭터의 의미 자체가 더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게다가 이런 유형의 영화가 워낙 많다보니 지루하고 따분한 이야기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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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와 허구가 공존하는 영화 속 세계가 궁금한 사람.
배우 박정민의 연기력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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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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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장훈배우: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117분개봉: 9월 15일 간단평벌써 54번째 편지다. 아버지(이성민)와 떨어져 누나 ‘보경’(이수경)과 단 둘이 지내는 고등학생 ‘준경’(박정민)은 6년째 청와대에 마을에 기차역을 지어 달라는 간곡한 청원 편지를 보내고 있다. 제대로 된 도로 하나 없이 마을 밖을 오갈 곳은 오직 기찻길뿐인 동네, 과연 ‘준경’의 바람처럼 간이역이 지어질까. <기적>은 1988년 대한민국 최초로 지어진 민사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이장훈 감독의 따뜻한 상상력이 더해진 가족 성장 드라마다. 감독의 전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가 그랬듯 영화는 유쾌함과 몽글몽글한 감동을 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안전과 평화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나가는 천재 주인공과 그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주변 인물들. 그리고 이어지는 도전, 성장, 우정, 화합. 각박한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기에 더 판타지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뻔한 신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그만큼 남녀노소 불문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순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다. 파스텔 톤으로 잡아낸 고즈넉한 시골의 풍광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한 소품들이 영화의 분위기와도 잘 맞물린다. ‘준경’과 ‘라희’(임윤아)의 풋풋한 로맨스가 주는 간질간질한 설렘도 관람 포인트다.착하고 수더분한 천재 ‘준경’,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버지, ‘준경’을 위해 헌신하는 누나와 여자친구 등 인물들이 다소 납작하게 그려지는 건 아쉽지만 배경이 1980년대임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설정이다. 이장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연기파 배우로 정평이 난 이성민과 박정민, 이수경, 소녀시대의 멤버 임윤아가 출연한다.
2021년 10월 1일 금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