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파이 The Courier,2020

자기 자신을 속이고 완벽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재미를 위해 그런 짓을 할 경우엔 어느 정도 티가 나지 않게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자신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라면 그런 행동을 쉽게 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그것이 내 에어리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특히 자유로부터 멀어진 채 법적 보호를 받을 수조차 없는 환경에서 이뤄진다면 압박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실수를 할 가능성도 더더욱 증가할 것이다. 설령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라 할지라도 실제상황에선 다를 수밖에 없다.

냉전시대에 우리가 맞이한 가장 큰 위기는 아마도 쿠바사태였을 것이다. 물론 그 경험을 직접 한 것도 아니고 그 시대에 살았더라도 잘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건이 조용하게 넘어간 것은 단지 그들만의 평화가 아닌 전 세계 모두의 평화를 위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배후에 존재한 두 인물 올레크 대령(메랍 니니트쩨)과 그레빌 윈(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이야기를 다룬 더 스파이는 그런 의미에서 무척 특별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핵무기를 지닌 두 나라의 힘겨루기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단지 두 나라만의 대립이 아닌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을 수밖엔 없는 사건이었다. 특히 분단국가로 살아가는 우리의 경우 이를 몸소 체험하며 살고 있기에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텐데, 쿠바사태는 그저 블러핑으로 상대를 겁박하는 수준의 게임이 아닌 진짜 핵전쟁의 위기 끝까지 몰렸던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대했던 사건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제 3차 세계대전은 이미 그때 한차례 막을 올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소 양국의 갈등 사이에 낀 영국인 사업가 그레빌 윈은 사실 정치적으로 엮일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는 그저 소련의 주요 인물인 올레크 대령과 미국 CIA 사이에 존재하며 기밀문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것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지닌 일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하며, 그렇기에 그는 첫 임무를 완수한 뒤 아내 쉴라 윈(제시 버클리)의 몸을 격렬하게 탐하고 만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의 해소 과정에서 생긴 일을 이해 못한 아내는 그래서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지만 그 문제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 모두 풀어진다.

그렇게 영화는 평화를 바라는 올레크의 소원대로 전쟁 없이 종결되지만 그들은 기밀을 넘긴 스파이로 체포되어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여기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은 바로 올레크의 과감한 선택이며 그의 믿음에 대한 문제이다. 초반부에 이미 스파이로 판명된 동료의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상태이기에 그는 그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명을 통한 가족의 안전을 전제로 그는 기밀문서를 빼돌리는 위험한 행동을 취한다. 나중엔 모두에게 버림받은 채로 죽음을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물론 그레빌 윈은 그를 돕고자 나섰다가 본인 역시도 체포되어 올레크와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살아남게 되고 자신들이 이뤄낸 미래를 살아가게 된다. 서로를 돕고자 나섰던 이들은 끝까지 서로를 위해,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위해 자신들이 맡은 연기를 충실하게 해낸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올레크의 생명까지 책임져주지는 못했을지라도 영화는 그가 원하던 평화를 이룬 것으로 만족하며 떠난 것으로 그리며 그의 이야기를 끝내고 있다.

스파이를 소재로 한 영화는 그 특수한 성질 때문에라도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반드시 들어갈 수밖에는 없다. 들킬 듯 들키지 않고 누군가에게 계속 쫒기 듯이 도망치는 모습은 인물의 심리적인 묘사를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마도 이 영화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요소들을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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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영화 속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신체 변화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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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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