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기억
Recalled,2021

기억은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의 시간에 존재하던 것을 대상으로 하며, 이는 실재했던 사실이나 혹은 실재가 아닌 것까지도 포함한다. 가령 친구가 17대 1로 싸워서 이겼다는 그 시절의 거짓말은 그 자체가 실제로 존재했던 일이 아님에도 그 말 자체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거짓된 이야기를 거짓으로 알고 기억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은 이를 변질시키고 왜곡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기억은 진실성의 여부와 함께 정확성의 여부도 함께 따져야만 한다. 개인 소장용으로만 간직할 추억이 아니라면.

영화 내일의 기억은 제목에서부터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작품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수진(서예지)은 마치 예지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미래를 미리 내다본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하고 그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는 없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그녀가 왜 적극적인 자세로 이를 막지 않았냐는 것이며, 경찰을 이용해 수진을 양치기소년으로 만들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녀가 경찰에 연락해 몇 번 물을 먹였다면 이후의 상황은 더 흥미롭게 전개되었을지도 몰랐을 텐데.

하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음은 나중에 모두 밝혀지고 이 영화가 범하고 있던 제목의 오류는 사실 반전을 위한 하나의 미끼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기억은 결코 내일의 것을 담을 수 없으며 그렇기에 그것은 온전히 과거의 기억, 심지어 그 기억은 수진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억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녀가 본 교통사고를 당하는 소녀의 모습이나 성폭행을 당하는 여고생의 모습은 모두 그녀가 직접 경험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과거의 기억이자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들에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두 인물 선우(김강우)와 지훈(성혁)의 관계는 사실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일단 그녀가 남편이라 믿게 된 선우는 그녀의 남편이 아닌 오빠였으며 반대로 지훈은 그녀의 남편임에도 그녀가 끔찍이도 증오하는 인간이다. 또한 이 두 인물은 이미 한 차례 살인을 저질렀던 관계에 놓이게 되며 이는 다시금 수진의 기억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즉 그녀가 목격한 살해 장면은 사실이면서 동시에 전부를 본 것은 아니고, 반드시 기억했어야 할 부분을 빠트린 일부의 기억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처음의 이야기들, 수진이 지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선우가 그녀를 구하는 잘려나간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며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진의 실재 기억들에서 몇 개의 사실이 빠진 편집된 기억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나중에 전부 밝혀지며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만한 요소가 될 수도 있었겠으나, 어쩌면 이 역시도 상상 가능한 범주 안에 포함된 것이기에 누군가에겐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적당히 스릴감을 유지하며 관객들의 상상도 적당히 자극하면서..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어쩌면 선우에 대한 의심을 계속 증폭시켰던 부분이 컸다고도 생각하며, 그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그가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과는 다소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지훈의 등장이 상당히 후반부에 배치되어있었던 것을 보면 선우에게 감춰진 비밀은 적어도 좋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은 수진이 기억하고 있던 기억 덕분이었을지도.

불행하게도 이 영화는 그런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도 전에 다른 논란으로 인해 크게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는 김강우의 또 다른 비극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만 것이다. 비록 배우는 스크린 속에서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다고 할지라도 그 실체는 결국 현실에 존재한다. 이를 따로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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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좋아하는 사람.
배우 김강우의 영화가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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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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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서유민배우: 서예지, 김강우장르: 미스터리, 스릴러등급: 15세 관람가시간: 99분 개봉: 4월 21일 간단평사고로 기억을 잃은 ‘수진’(서예지)은 남편 ‘지훈’(김강우)의 도움에 의존해 일상생활로 복귀하려는 중이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변인들의 고통스러운 미래를 보기 시작하면서 혼란을 느낀다. 우연히 옛 직장 동료(염혜란)를 만난 ‘수진’은 남편에 관한 믿기 힘든 이야기까지 알게 된다. <내일의 기억>은 사고 이후 ‘수진’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보여주면서 초반부의 긴장을 형성하려 한다. 하지만 주변인의 미래를 알게 되는 작위적인 연출과 주인공의 과한 감정선이 반복되면서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조성되지만 스릴은 엉성한 편이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남편 ‘지훈’역의 반전이 꽤 큰 편임에도 이야기의 앞뒤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의 쾌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성혁, 박상욱, 배유람 등이 출연해 이야기가 비밀을 드러내는 대목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서유민 감독이 연출했다.
2021년 4월 21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