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Way Back Home,2019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관심일까, 아니면 선을 넘은 욕심일까! 지나친 관심은 집착의 형태로 변질되며 상대를 곤경에 빠트리기도 하고 다툼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자신을 감추고 가리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불신을 남기며 불만을 쌓이게 만들 수도 있다. 알고자 하는 마음과 감추고자 하는 마음 사이의 시소게임을 종결하는 것은 결국 그들 스스로 풀어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인간관계의 문제에 완벽한 해답이 존재한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정원(한우연)에게 존재하는 비밀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지만 이는 오직 정원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을 아는 이들이 그녀의 주변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정원에게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시간의 도움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에서 흐려지고 오직 기억의 흔적으로만 남게 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이 10년 만에 다시 들춰진 것은 경찰이 가해자를 잡으면서 시작되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서막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사건을 다시 재구성해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그런 사건이 존재했음을 막연하게 느끼도록 만들며 관객들 또한 그녀의 남편인 상우(전석호)의 포지션에 위치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이 사건을 바라보게 만들고, 과거의 사건으로 다시 아파하는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도 없으며 쉽사리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저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이다.

상우는 유일하게 그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정원의 사람이다. 아마도 경찰과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넘어갔을 그 사건은 상우에겐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건인 동시에 그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가 궁금한 것은 단지 그 사람의 과거를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담겨있는 다양한 메시지들을 읽고 싶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던 마음에 대한 궁금증이나 그 각별함에 대한 의문들. 그러나 정원의 비밀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원이 감추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사건 그 자체일 것이다. 그 사건이 언급되며 발생하는 타인의 시선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으며, 그래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피해자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들! 마치 그녀가 잘못해서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고 오해하는 시선에 대한 불안 역시도 그녀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이는 상우를 향한 폭언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진심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어쩌면 그러한 시선들도 그 사건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허상의 괴물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가족을 대하는 방식 또한 결국 그 안에서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서로 제대로 표현조차 못하며 감추고 미안해하는 행위는 그들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원의 동생이 그날 일에 대해 계속 미안해하는 것은 그들 사이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며 정원을 계속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초에 잘못은 그들이 한 것이 아님에도 그들은 모두 스스로 잘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는 따로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내가 상우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내 여자의 아픈 과거가 궁금해 계속해서 끊임없이 집요하게 캐물었을까? 아니면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고 다정하게 품을 수 있었을까? 치유받기 힘든 마음에 과연 나의 존재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었을까! 이 영화는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
|
 |
잔잔하면서도 주제의식이 확시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피해자를 향한 시선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