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텔라
Super Nova,2021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B급 영화가 있다. 아니 C급 영화이다. 조악한 화면과 국어책을 읽는 듯한 대사 처리, 일부러 그런 것 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들.
숫호구, 시발, 놈 : 인류의 시작 같은 영화들. 바로 백승기 감독의 영화들이다. 최근작은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당하고 사기꾼을 잡기 위해서 직접 중국으로 가는 주인공의 모험을 담은 오늘도 평화로운, 이라는 영화였다. 중국에 정말 간 건 아니고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촬영하며 중국 현지인 척 했다. 그렇게 눙치면서 영화는 농담을 매우 찰지게 잘 한다.
그리고 백승기 감독은 영화의 대부분을 인천에서 촬영한다. 인천이 주무대이고 인천에서 거주하기 때문인 듯 하다. 이 영화 인천스텔라도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인천을 무대하며 우주 SF 영화를 표방한다. 아마도 인천시는 백승기 감독에게 공로시민상을 주거나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주탐사대원인 남기동과 연구원 박선호는 연구소에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하게 되어 딸을 낳게 된다. 안타깝게도 박선호는 출산을 하면서 사망하는데 남기동은 남겨진 딸 규진을 홀로 키우면서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살게 된다.
한편 박선호는 연구속에서 갬성이라는 별에서 온 신호를 포착하는데 그 신호는 바로 우주선 설계도였다.
우주연구소는 27년이 지난 후 설계도에 따라 우주선 인천스텔라를 만들어낸다. 현대자동차에서 오래전에 출시한 자동차 스텔라. 그리고 연구원들은 인천스텔라를 타고 우주로 나아간다. 그들은 우주 탐사 여행을 안전하게 수행하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패러디를 작정하고 만들었기에 SF에 대한 기존의 상식들을 허허 웃으며 보게 만들어 버린다. 블랙홀이나 성간이동, 4차원 시간 여행 등 기존 SF 영화들에서 보아왔던 단편적 지식들은 정확하지 않더라도 인천스텔라에서는 이러저리 변조되어서 요리의 재밌는 재료들로 차곡차곡 활용된다.
제일 재밌는 것은 사람 두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삼성 에어컨 박스. 이 박스의 용도는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고 블랙홀과 연결되어 있는 듯 하며, 무엇보다도 이 박스 안에서 남녀가 숨어 들어가면 연애가 시작되는 우주의 원초적 근원지가 된다.
기동의 딸 규진은 이 박스 안에서 자주 놀다가 순간적으로 없어지기도 하는데 박스에서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인터스텔라의 서재 책꽂이 장면의 패러디이면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매체이다.

스텔라를 타고 우주로 나아가서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기동은 스스로를 우주로 내던지는 희생을 만들어내는데 우주는 인간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모험의 공간이면서 영화적으로 보면 항상 누군가의 목숨을 요구하는 괴물 같은 공간으로 산정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백승기 감독이 수더분하게 보여주었던 영화 속 농담과 유머, 위트, 여유있는 재치가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자제되어 있다. SF패러디를 지향하면서 보다 진지한 태도로 변모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을까?
재치있는 유머를 기대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의외의 진지하게 나오니까 진지하게 다가가게 되는 측면도 마주하게 되었다. 가령 전에 없던 쿠키 영상은 의외였는데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보게 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의외의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를 보게 되면 자리에 남아 끝까지 이 장면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2020년은 SF 문화가 발하는 원년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지구의 이동이 멈추고 각 나라마다 국경을 닫으며 많은 이들이 순식간에 죽음으로 내몰렸다. 현실이 바로 SF가 되면서 멀리 우주로 내다봤던 SF가 곧 현실의 지금 이순간이 되버린 것이다.

지구 전체에 역병이 돌면서 지구에 사는 지구인들은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첨단 문명의 시대에서 지구별을 벗어날 수 없는 지금의 과학적 한계는 우주를 항해하는 많은 SF 영화들을 다시 보게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한국 SF가 나오면서 이제는 한국인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장면들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오래된 자동차를 우주선이라 칭하고 인천 월미전망대를 우주연구소처럼 활용하는 패러디는 소소한 웃음을 주지만 헐리우드처럼 한국도 정식으로 K-SF를 제시할 때가 곧 올 것이라 기대한다. 인천스텔라는 SF패러디로서 다음에 나올 후배 영화들에 좋은 참조 영화로 분명 잘 활용될 것이다. 백승기 감독의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가 될 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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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영화를 좋아하는 SF영화 팬
C급 감성 영화라도 그 가치를 충분히 즐길 줄 아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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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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