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먼 곳
A Distant Place,2020

동성애가 지닌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였던 종족번식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지금 이 시기에 섹스를 쾌락정도로만 여기는 이성애자들의 입에서 그 문제가 거론된다는 것은 상당히 우스운 일일 것이며, 이는 결국 에이즈와 같은 질병의 문제나 퀴어 축제와 같은 불편한 현상들에 대한 논란으로 대체될 것이다. 완벽한 관계의 형성이 불가능한 이 사랑의 형태는 그래서 늘 불완전했던 것이며 타인의 시선이 불편한 것은 결국 그들이 소수의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정말 먼 곳은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빠가 아닌 엄마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남자 진우(강길우)와 그의 여동생 은영(이상희)의 딸 설이(김시하)가 사는 세상은 도시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낯선 일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양을 키우며 산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렇다고 비현실적이라고 할 순 없겠으나, 그런 삶을 꿈꾸는 것과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특히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떠난 이들에게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우는 그런 삶을 선택했고 만족도까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자의에 의해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가 엄마라 불리는 이유와 여동생의 딸을 키우는 이유, 그리고 현민(홍경)이라는 남자를 그렇게 꽉 끌어안았던 이유가 하나씩 드러나며 우린 점점 불편한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존재인 설이의 뒤에서 두 남자가 끌어안는 장면은 상당히 비극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생리학적으로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세 사람의 관계를 드러낸 것처럼.

이후 등장한 설이의 진짜 엄마 은영에 의해 그들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것을 예고하며 은은하게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까지 아슬아슬한 반쪽짜리 가족의 형태를 갖춘 채로 흘러가던 이야기가 순식간에 거짓된 것으로 뒤바뀌며 진우와 설이의 관계를 갈라버린다. 물론 그것은 지금껏 키워준 남자와 소녀의 관계라는 명목만으로도 충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며, 다시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 외삼촌과 조카의 이름으로 불리게 될 여지도 있다. 게다가 은영이 아웃팅을 하게 되면서 진우와 설이의 관계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릴 수 없게 된다.

마치 은영이 진우에게 오랫동안 복수라도 꿈꾸었던 것처럼, 그녀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소리를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장소에서 터트려버리고 만 것이다. 아무리 홧김에 잘못 나온 말일지라도 그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쩌면 동성애보다 더 큰 주제라 할 수 있는 아웃팅은 그렇게 진우의 삶을 다시 한 번 파괴시키며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만다. 그를 바라보는 이웃 동네 사람들의 시선은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더 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도록 만든다.

그러면서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할머니의 죽음과 양의 탄생을 보여준다. 하나뿐인 인생에 대한 의미인지 혹은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자 함인지! 이는 곧 설이에게 닥친 커다란 위기와 구원을 통해 진우를 괴롭히던 온갖 문제들이 다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든다. 그 결과 그는 오히려 차분한 상태로 현재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의 선택과 그로 인해 벌어진 모든 문제들에 대한 걱정보다도, 그가 현재 살아있고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생명의 탄생과 죽음 앞에서 그보다 중요한 깨달음은 없을 것이니.

우리에겐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없다. 설령 두 남자가 서로 좋아해서 함께 가시밭길을 걸어간다 할지라도 우리가 간섭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뭔가를 강요하고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평범한 이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들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이었을 뿐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성이었을 뿐이다. 다만 그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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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력이 조화를 이룬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독립영화 특유의 감성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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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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