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레터
Last Letter,2018

삐삐를 사용하지 않은 세대는 삐삐가 가져다주는 그 시대적 감성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숫자 하나에 의미를 담고 음성메시지를 듣기 위해 공중전화로 향하던 그 순간의 기대감은 오직 경험을 해본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소중한 추억의 자산이다. 물론 드라마를 비롯한 여타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적인 경험이 가져다주는 그 느낌은 결코 채울 수도 배울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랑을 글로 배운 이들이 유치한 사랑싸움을 이해 못하는 것처럼.

20년 만에 다시 편지를 꺼내든 이와이 슌지 감독은 라스트 레터를 통해 러브레터의 또 다른 이야기이자 그 이야기에 결말을 내기위해 이 작품을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딱히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과거의 세대는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교류했으니 이 감성을 너희들도 한번 느껴보지 않겠냐고 질문하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은 어쩌면 1999년에는 통할만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들 뿐 지금은 크게 와닿지 않는 추억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딸을 가진 아줌마가 된 토노 유리(마츠 다카코)가 자신의 죽은 언니 토노 미사키로 오인 받은 동창회 이후 그녀의 행동은 마치 불순물이 섞인 것처럼 이상해지고, 이후 쿄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불륜은 아닌 이상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순간 불쾌함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이는 마치 과거의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추억을 인질삼아 은밀한 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며 그 의도 역시도 이상해보였기 때문이다. 미사키의 추억에 존재하는 남자와 미사키인 척 편지를 주고받는 유부녀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움으로 포장하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유리와 쿄시로가 사실은 그 시절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심지어 미사키보다 더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으며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짝사랑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오해는 살짝 벗겨진다. 그러나 유리가 쿄시로에게 계속 관심을 보이던 이유가 밝혀졌을 뿐, 그녀의 행동에 동의할 맘은 추호도 없다. 어쨌거나 그녀는 현재 결혼을 한 상태이고 남편 슈지로(안노 히데아키)에게도 오해를 사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역시 과거의 추억을 정리하기 위함이라 포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들에겐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를 소중한 추억이었으니.

헌데 놀라운 것은 쿄시로가 그녀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며 그는 모른 척 계속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후 아토(토요카와 에츠시)와 쿄시로의 만남 장면, 그리고 미사키의 딸 아유미(히로세 스즈)가 쿄시로를 단박에 알아보는 장면과 편지를 건네는 장면 등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사실 극적효과를 위한 장치였다곤 하지만 너무 자주 사용한 탓인지 이야기는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좀 더 자연스럽게 풀었어도 상관없는 부분까지도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영화는 유리와 쿄시로의 이야기에서 미사키와 쿄시로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이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미사키(히로세 스즈)와 아유미, 그리고 유리(모리 나나)와 소요카(모리 나나)의 이야기로 전달된다. 쿄시로를 짝사랑한 유리와 쿄시로가 짝사랑한 미사키의 관계는 다시 현재의 아유미와 소요카에게로 이어지며 그들 역시도 언젠가는 그런 사랑을 하게 될 것임을, 혹은 지금도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그 형태가 부모세대처럼 편지를 활용한 방식은 아닐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라면, 혹은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라면 그 시대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모두의 공감을 받기 위해 작품을 만들 필요는 없으며 감독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아가면 그만이다. 그것을 좋게 혹은 그렇지 못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오직 관객의 몫이며 그들 각자의 판단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그 시절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누군가에겐 좋은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
 |
러브레터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