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남 <7급 공무원>이 뚱보 <차형사>로 변신
이 영화 포스터만 보고 한참 웃다가 결국 사진기로 차형사의 모습을 담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무거운 몸에 지저분한 단발머리, 빨지 않는 촌스러운 옷을 입고 반장님께 투덜대는 모습이란…
영화도입부부터 범상치 않은 등장을 해줍니다.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을 생각나게 하는 등장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지환의 잘생긴 얼굴이 도통 가려지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강지환의 뻔뻔한 연기에 웃음이 팡팡 터집니다.
특히 언제 감았는지 모르겠는 머리카락을 살포시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은
차형사만이 가질 수 있는 특허 모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지환이 원래부터 멋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바뀐 모습이 크게 기대되지 않았고
오히려 뚱뚱보 차형사 씬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뭘 해도 귀여운 남자 배우 강지환의 숨겨진 코믹 본능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강지환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패션쇼 하는데 돈 엄청 많이 드나 봐요?”
“왜요?”
“바지를 안 입고 다니길래.”
미니 스커트를 입어도 고고한 자태의 성유리.
그리고 길쭉길쭉한 남자 모델들의 시원한 상반신 노출은 당신의 눈을 정화시켜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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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환 팬, 성유리 팬, 특히 주변에 차형사와 이미지가 겹치는 사람이 있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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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화영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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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은 창의력 충만한 코미디는 아니었지만, 화장실 유머에 기대 웃음을 유인하는 작품도 아니었다. 김하늘의 능청스러움, 외모와 달리 어리숙한 강지환의 의외성, 여기에 신태라 감독의 유쾌함이 만나 절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에피소드 동력이 좋았고, 캐릭터가 사랑스러웠다. 웃음 공력이 셌다. 전국 4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7급 공무원>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신태라 감독과 강지환이 다시 만남 <차형사>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영화다. <미스 & 미세스 스미스>를 살짝 비튼 <7급 공무원>의 공식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미스 에이전트>가 <미스 & 미세스 스미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러모로 눈길이 가는 <차형사>. 그러나 아쉽게도 결과는 미진하다. 기대 없이 찾은 관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작을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실망이라는 두 글자를 받아들 공산이 크다. <7급 공무원>의 웃음 타율이 워낙 좋았던 탓도 있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에 탄력이 떨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웃음에 대한 강박이 아쉽다. <차형사>는 ‘D라인’에 위생불량 차철수 형사(강지환)가 마약사건 해결을 위해 패션모델로 신분 위장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차형사의 변신 전후가 영화의 포인트다. 하지만 차형사는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김아중)처럼 바뀐 외모에 낯설어하지도, <미스 에이전트>의 그레이시(산드라 블록)처럼 위장 진입한 신세계에 우왕좌왕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기본 설정에서 솟아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패들을 일찌감치 포기한 채, 배우 강지환의 매끈해진 복근을 담는데 신경 쓴 인상이다. 차형사가 변신한 후에도 영화는 사건 해결에 접근하기보다 단발적인 웃음과 자극적인 행동을 되풀이한다. 유머의 양 늘리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웃음의 크기는 전과 같지 않다. 영화가 활용해내지 못한 또 하나의 패는 실제 모델이기도 한 세 명의 배우다. 이수혁, 김영광, 신민철. 영화판에서는 신인일지 몰라도, 패션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차형사>가 타깃으로 잡은 젊은 여성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이들의 능력을 영화는 30%밖에 소비하지 않는다. 차형사와 이들의 관계를 조금 더 긴밀하게 엮었더라도, 스토리 전개가 보다 유연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강지환이다. 몸무게를 12kg 찌울 정도로 차형사에 공들인 그는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 않는다. 이 배우가 들인 노력이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하지만 결과라는 게, 꼭 노력에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서글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의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받아내고 증폭시켜줄 상대 배우가 없었음이 그래서 더 아쉽다. <7급 공무원>의 국정원 팀장 원석(류승룡)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2012년 6월 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 ( siwoorain@movi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