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2020

오직 대한민국의 역사만이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20세기를 시뻘건 피로 물들인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등장으로 인해 전 세계는 큰 혼란을 겪었으며, 강자가 약자를 억압한 채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것은 마녀사냥이 존재하던 그 시절에도 이미 존재했던 사실들이다. 물론 시기를 더욱 앞당겨 기원전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때도 이미 없던 죄를 만들어 처형하고 연좌제라는 악습을 이용해 삼족을 멸한 역사가 있었으니, 어쩌면 20세기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감시, 사찰을 통해 타인의 삶을 엿보는 불법적인 행위가 오히려 국가를 위한 행위로 활용되는 사회에서는 이를 결코 나쁜 짓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만일 내란을 도모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려는 테러단체가 존재한다면, 그래서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고 잡아들일 수만 있다면 법적인 문제를 떠나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완벽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초 극단적인 방법이다. 절대적인 확신이 없을 경우에는 결코 시도조차 해선 안 되는 불법적인 행위들.

그럼에도 대권(정우)의 행동에는 늘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태생적으로 악한 것도 아니고 권력에 욕심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진정으로 빨갱이의 존재를 믿고 있기에 오직 국가의 안위를 수호하고자 빨갱이들을 처단하러 다니고 똥통을 뒤지며 몰래 남의 뒤를 캐기도 한다. 심지어 서울대를 다니는 동생에게도 강하게 경고를 날리고 빨갱이에 대한 혐오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가 권력을 가진 자의 편에 서있었기 때문이며 그 시절엔 불법을 합법처럼 여기며 권력을 휘둘러도 되는 사회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실장(김희원)은 대권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악해 보이는, 권력욕이 강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는 명령을 내리는 위치에 있으며 자신의 손을 직접 더럽힐 필요가 없는 존재다. 대권을 비롯한 아랫것들을 부리며 모든 영광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또한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올라선 자는 아니기에 여차할 때 잘려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차이가 그의 권력에 대한 의지를 더욱 끌어올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설령 몸통이 된다 할지라도 그의 욕심이 끝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렇게 대권은 김실장의 명령에 따라 여당을 위협하는 대권 후보 이의식(오달수)을 감시하고 그러다 점점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물론 여기에 그의 정치사상에 대한 변화를 강요하는 장면이나 결정적인 사건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 대 인간으로의 감정이 쌓이며 이의식이라는 사람을 받아들이게 되었을 뿐이다. 마치 이 영화의 제목이 이웃사촌인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처럼, 이웃에 대한 정을 통해 그들의 관계가 형성되고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걸리게 된 셈이다.

이후 대권의 도움을 받은 이의식은 대통령까지 하게 되고 영화는 그렇게 무난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 영화는 딱히 장점과 단점을 따로 논할 필요가 없는, 7번방의 선물을 만든 감독의 영화임이 어느 정도는 느껴졌던 영화라 할 수 있다. 조금은 특이했던 소재에 코믹함과 감동을 억지로 뒤섞었던 7번방과는 달리 평범한 소재의 이야기를 적당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 특별할 것은 없었던 영화였다. 그래서 등장했던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조차도 평범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는지.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골면 코걸이가 되는 세상을 직접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이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졌을 지가 무척 궁금하다. 실제로 그 당시 운동권에 있었던 이들에게 그 시절은 매우 특별했을 것이며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이 조금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내가 써니나 국제시장을 보며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영화 자체가 모두에게 공감을 받지 못한 영화는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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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정권을 경험했던 사람들.
오달수,김희원,김병철 등 특급 조연배우들의 연기력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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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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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환경배우: 정우, 오달수장르: 코미디, 드라마등급: 12세 관람가시간: 130분 개봉: 11월 25일 간단평1980년대 독재 정권을 배경으로 하는 <이웃사촌>은 자택에 사실상 감금된 야당 총재 ‘의식’(오달수)과 그 곁으로 위장 이사를 온 도청팀 ‘대권’(정우) 사이의 웃음과 우정을 그린 영화다. ‘빨갱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가치관으로 살아온 ‘대권’은 24시간 ‘의식’을 감시하면서 이웃 간의 정을 쌓게 되고, ‘의식’을 해치려는 정부의 작전을 막기 위해 온몸으로 뛰기에 이른다. <7번 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주연배우 오달수와 정우가 우정을 쌓는 전반부의 소소한 재미를 즐길 만한 작품이다. 다만 후반부의 진부한 정치 상황과 대사들이 앞서 쌓은 점수를 일정 부분 깎아 먹는 흐름이다. ‘의식’이 정치적 위기에 처하면서 주변 가족과 이웃의 격앙된 감정도 속속 터져 나오는데, 이런 지점에 충분히 설득될 수 있을지 고민된다면 <7번방의 선물> 관람 당시를 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2020년 11월 30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