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Collectors,2020

영화 파수꾼을 통해 처음으로 이제훈이라는 배우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임팩트만 놓고 봤을 땐 고지전에서의 모습이 보다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민머리에 가까운 외모로 막사 안에서 처음 등장한 그의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그 잠깐의 순간을 통해 배우 이제훈이라는 이름은 내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니면 그가 맡았던 배역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이후 쌓아온 필모는 살짝 아쉽게 느껴지고 있다. 뭔가 한 단계 더 도약을 했으면 좋겠는데..

어쨌거나 이 영화 도굴은 문화재를 훔쳐다가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도굴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우삼의 영화 종횡사해를 떠올려본다면 얼추 밑그림 정도는 그려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역시나 이 안에서도 선과 악의 대립을 통한 복수극은 존재하기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도굴꾼들이 반드시 나쁜 놈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어쩌면 주인공 동구(이제훈) 혹은 그의 동료들도 아닌 세희(신혜선)가 아닐까 싶다.

본모습은 철저히 감춘 채 거짓 가면을 쓴 그녀는 강의를 통해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되찾아오는 것에 대해 설명하지만, 정작 그녀는 문화재를 훔쳐다 팔아먹는 상길(송영창)의 밑에서 일을 하는.. 악당을 돕는 악당일 뿐이다. 동구를 비롯한 도굴꾼들을 이용해 문화재를 훔쳐오게 만들고, 상길 몰래 그가 모아놓은 문화재마저 훔치려는 야심찬 계획을 꾸민 팜므파탈의 매력을 지닌 악녀!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전부 실패로 돌아가고 그녀가 하지도 않은 문화재 반환을 통해 사회적으로 면죄부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다시 동구와의 재회가 이뤄질 것처럼 그려지는데..

결국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사실상 악당에 가까운 인물들이며, 단지 악당과 악당간의 싸움에서 내편은 선이고 니편은 악이 되는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마치 홍길동과 같은 의적을 바라보듯 그들을 보고 있다면 그 생각은 지워버릴 필요가 있다. 만일 상길의 금고 안에 문화재만 가득했더라면, 그래서 이를 전부 문화재청에 넘기는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다면 개과천선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들이 챙긴 것은 결국 돈이고 그 돈이 바로 그들의 본래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도굴꾼이 된 진짜 이유! 그것은 바로 도굴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고구려원정대를 비롯한 몇 번의 도굴행각을 통해 그들의 존재 이유는 얼추 드러나고 이는 곧 동구의 복수를 위한 발판이 된다. 물론 복수의 다리역할이 되는 세희를 활용해 약간의 로맨스도 다루고는 있지만 이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느낌이다. 차라리 동구나 세희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또는 쌍방으로 끌어올려서 이용했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 너무 밋밋하게 그려진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앞서 세희를 팜므파탈의 매력을 지닌 악녀라고 표현했지만 그 부분은 다시 정정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이 영화는 마지막 해설이 등장하기 전까지 몇몇 중요한 부분들을 꽁꽁 감추고자 애써 노력한다. 편집이 잘못되어 사라진 듯 보이는 여러 연결 장면들은 그래서 의문투성이로 남아있었는데, 사실은 이렇습니다. 라고 떡하니 등장해 하나하나 설명하며 이 영화에 반전이 있었음을 스스로 알려준다. 하지만 동구는 반드시 복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정답을 우리 모두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큰 반전은 되지 못하고, 그저 세희가 뒤통수를 맞은 그 장면만이 떠오를 뿐이다. 다시 동구와 세희가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결말과 함께..

초코파이로 정을 나누며 마지막 복수를 완성하는 장면까지 끝마친 도굴꾼들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정의로운 모습이 마치 실제 도굴꾼들의 모습과 혼동되어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면 차라리 이 영화를 보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기에 말이다. 문화재를 팔아먹는 이들은 그저 처벌을 받아야 할 악당에 불과할 뿐이다. 차라리 빼앗긴 문화재를 다시 훔쳐온 도굴꾼의 이야기라면 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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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을 좋아하는 사람
가벼운 범죄 코믹액션 영화를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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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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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정배배우: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장르: 범죄, 오락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114분개봉: 11월 4일 간단평흙 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천재 도굴꾼이자 아픈 과거를 숨긴 ‘강동구’(이제훈)는 홀로 황영사 9층 석탑 안에 있는 금동 불상을 훔친다. 그러나 불상은 큰 그림을 위한 미끼에 불과하고 그의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자신의 능력을 눈여겨보고 접근한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과 고분 벽화 도굴전문꾼 ‘존스’ 박사(조우진),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까지 ‘강동구’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해 판을 키워 나간다. <도굴>은 전형적인 케이퍼무비의 형식에 따라 작전 설계자이자 도굴꾼 ‘강동구’를 비롯한 캐릭터 소개로 시작한다. 각자의 개성과 능력으로 무장한 도굴팀 라인업 소개가 끝나면 이후부터는 선릉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도굴과 복수극이 이어진다. 거대한 스케일의 세트장과 정밀하게 구현된 문화재들은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배우들의 케미는 소소한 웃음을 끌어낸다. 특히 의상부터 이름까지 대놓고 ‘인디아나 존스’를 오마주한 ‘존스’ 박사 역의 조우진은 탁월한 완급조절로 자칫 오그라들 수 있는 대사를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다만 도굴이라는 소재를 제외하면 영화는 여타 범죄오락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이다. 캐릭터 활용은 단순 슬랩스틱과 촘촘하게 욱여넣은 언어유희에 의존하고, 더불어 허를 찌르는 기발한 작전이나 범죄 수법의 부재는 아쉬움을 남긴다. <청연>(2005),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3) 등 다양한 영화에서 조감독을 맡으며 현장경력을 쌓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극중 중국 지안의 고구려 고분은 현장 답사를 바탕으로 새만금 간척지에 고분 세트를 완성했고 선릉은 실제 크기의 80%에 달하는 세트장을 지어 대체했다.
2020년 11월 3일 화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