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
Koma,2019

영화는 현실의 불가능한 영역을 제멋대로 침범하며 그 경계를 무너뜨린다. 상상을 통해서나 가능할만한 이야기들을 영상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 또한 비현실의 현실화를 이뤄낸 기적과도 같은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결코 상상의 경계를 완벽하게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 또한 여전히 많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꾸어왔던 과거의 인간들이 라이트 형제 이후의 세계를 보지 못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말일지도 모른다. 불가능을 먼저 논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능력에 한계를 결정지어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우린 여전히 매트릭스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곳 이 순간이 가상세계일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이 상태를 우리가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우린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으며 가상의 세계로 탈출하는 방법 또한 알지 못한다.
또한 이것은 바닐라 스카이(오픈 유어 아이즈)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영원한 잠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내가 원하는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는 결코 없다. 이 영화 코마 역시도 마찬가지다.

코마상태에 빠진 인간이 자신의 상태를 완벽히 인지하고 꿈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이 기묘하면서도 흥미진진해 보이는 이야기는 앞서 말한 영화들의 요소를 결합시켜 만들어 낸 SF 판타지 영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영화는 공간을 마구 뒤집어놓고 비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에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밖엔 없으며, 그렇기에 그래픽 효과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엉성한 그래픽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도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20년 전에 나온 매트릭스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의 초반 흐름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빅터(리날 무하메토프)를 통해 코마상태에 빠진 인간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처음부터 상세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매트릭스 1편의 키아누리브스를 연상케 만드는 주인공의 어설픈 모습도 나름 괜찮게 느껴졌다. 물론 그가 가질 능력이 건축가라는 직업에서 너무나도 쉽게 유추가 되었던 점은 살짝 아쉽게 느껴졌을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존재가 곧 어떤 목적을 위해 필연적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을 볼 때 여러 장치들은 충분히 잘 배치되었고 적절하게 사용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장 중요한 리퍼들과의 전투장면에서 그가 현실로 빠져나온 장면은 조금은 성급했던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한번은 돌아와서 그가 비밀을 알아야 했기에 이는 필연적인 과정이었지만 도망치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빼버린 것은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전투를 통해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잔뜩 끌어올리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바람을 빼버리기보단, 차라리 리퍼들에게 둘러싸이거나 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빠져나왔더라면 보다 완벽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면 극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나았을 테니까.

게다가 최후의 빌런인 얀(콘스탄틴 라브로넨코)을 주인공 빅터가 아닌 리퍼로 변한 팬텀(안톤 팜부쉬니)이 죽이고 빅터는 내버려두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악수가 아니었나 싶다. 주인공이 악을 처단하는 평범한 스토리가 아닌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치더라도 리퍼가 인간을 골라서 공격하는 것은 뭔가 마지막에 가서 설정을 파괴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곧 주인공의 활약을 미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며 동시에 방점이 아닌 오점을 남겨버린 느낌마저 들 정도다.

SF 영화는 인간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그 상황이 비현실적일수록 관객들은 그것을 더욱 의심하고 경계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들이 얼마나 현실로 이뤄질지 예상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면 우리가 기다리는 미래세계는 보다 흥미로운 세계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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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인셉션과 같은 재미를 느끼고 싶은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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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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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니키타 아르구노프배우: 리날 무하메토프, 리우보프 악세노바, 안톤 팜부쉬니장르: SF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11분개봉: 11월 12일 간단평젊고 재능 있지만 세상에 인정받지 못한 건축가 ‘빅터’(리날 무하메토프)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가던 중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후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그는 거리로 나서자마자 ‘리퍼’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괴물에게 쫓기고, 의문의 사람들에 의해 구출된다. 중력과 물리법칙의 영향에서 벗어난 건물들과 신체 일부가 가루로 바스러진 사람들이 있는 그곳은 혼수상태에 빠진 자들만 올 수 있는, 일명 ‘코마’라 불리는 세계다. 그리고 ‘빅터’는 자신이 리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구원자로 기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15년 이상 특수촬영 감독으로 활동한 니키타 아르구노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러시아 영화 <코마>는 완성도 높은 시각효과와 CG 등 감독의 장기가 마음껏 발휘된 SF 영화다. 마치 시냅스(뇌세포)처럼 중력법칙을 무시한 채 상하좌우 사방으로 펼쳐진 건물과 도로의 이미지는 강렬하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몇몇 추격 시퀀스도 꽤 박진감 있는 편이다. 인간의 의식세계를 기반으로 한 SF 장르에 걸맞은 훌륭한 비주얼은 영화가 내세우는 주무기지만 별개로 참신함과 전반적인 완성도는 미흡하다는 인상이다. 세계관과 디자인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닮았고,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설정과 서사는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허술하게 무너진다. 니키타 아르구노프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첫 연출작이다. 국내에서도 개봉한 러시아영화 <어트랙션>과 <인베이젼2020>의 리날 무하메토프와 <비욘드 엣지: 카지노를 털어라>의 리우보프 악세노바, <발칸라인>의 안톤 팜부쉬니 등이 출연한다.
2020년 11월 11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