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의 아이
Children of the Sea,2019
모든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쩌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흔히 즐기는 재미 위주의 화려한 것들. 가령 로봇이 등장해 외계의 적을 물리치는 식의 이야기들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뭔가 주제의식을 담아내려는 노력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며 문화산업의 다양한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물론 최근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가 많이 나오기에 그런 부분들도 다시 되짚어볼 필요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해수의 아이는 평범하게 즐길만한 애니메이션은 결코 아니었으며 그렇기에 다소 따분하고 지루한 만화영화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밖엔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천년을 흐르는 사랑이라는 작품을 통해 아주 지루하면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들었던 것과 비교해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처럼 느껴진다. 우주형제라는 만화영화의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던 와타나베 아유무가 만든 애니메이션 치곤 그 갭이 조금은 크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이 작품은 앞서 말한 천년을 흐르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들을 아주 신비로운 영상에 담아내며 저 장면들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계속해서 생각나게 만든다. 적어도 그 장면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이야기를 창작해낸 작가가 유일하겠지만, 별이 폭발하고 아이를 잉태하는 여러 장면들은 결국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으리란 사실은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물의 존재는 곧 어머니의 존재와도 동일하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처음 30분가량의 이야기는 이 작품이 드라마적인 요소도 나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기 혹은 질투에 의한 상황인지 아니면 정말 우연에 의한 사고인지 핸드볼 경기 도중 벌어진 친구와의 다툼에 보복을 가한 여주인공 루카는 홀로 버려진 채 고독한 소녀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혼자가 된 소녀가 만난 신비로운 소년 우미는 어쩌면 그녀에게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뻔한 사랑 이야기는 시시하다고 생각한 듯 그들은 함께 여름을 보내며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게다가 그들의 관계를 질투하는 인물을 첨가하는 듯 보였던 소라라는 또 다른 신비한 소년의 존재는 오히려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보여주고,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닌 남겨진 이들이 이어나가야 할 새로운 시작임을 알리는 존재로 사라지고 만다. 마치 태초에 빅뱅에 의해 지구가 만들어지고 생명체가 탄생하면서 우리의 존재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그는 루카의 몸에 흔적을 남긴 채 스스로 별똥별처럼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의 의지를 이어받은 루카는 우미와 하나가 되며 다시 새로운 시간을 이어나간다.
고래의 배에 그려진 여인의 모습은 어쩌면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일지도 모르겠고, 고래의 뱃속에 들어간 그들은 마치 양수와 함께 하는 태아를 상징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쏟아지는 무수한 상징들은 뭔가를 정리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로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이야기는 커다란 의문을 남긴 채 끝나버리고 만다. 마치 한여름 밤의 달콤했던 꿈이 끝나버린 것처럼, 루카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만일 해수의 아이를 보고자 한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꼭 2번 이상은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그 내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보는데, 아마 그렇다 할지라도 이 작품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은 누군가에게는 졸음을 유발할지도 모르고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
 |
 독특하고 난해한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다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신다면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30명
글쎄요 : 0명
독특하고 난해한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