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
THE NAME,2019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남겨진 가죽은 남은 호랑이의 유산이 아닌 오직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에 결국에는 인간 중심의 생각에서 나온 속담이긴 하겠으나, 이는 곧 죽음이 모든 것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린 베토벤의 음악을 그의 죽음과는 무관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의 음악은 이어질 것이다. 비록 그는 죽어서 볼 수 없다 할지라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이들의 이름이 세상에 남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이름을 어딘가에 새길만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해지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고 그것을 열심히 사는 이유로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유명해지지 않아도 이름은 반드시 남는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가족을 비롯한 여러 타인과 관계를 맺기 마련이고 그 관계 속에 이름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 나의 이름은 유명한 미술작가로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리애(전소민)와 재능은 뛰어나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모철우(최정원)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사랑이야기다. 그것이 리애의 바람이건 혹은 부모의 욕심이건 리애는 성공을 못해 조마조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심장병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부여하며 그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해서는 안 되는 짓까지 선택하게 만든다. 바로 모철우의 작품을 리애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속여 전시회를 열고자 하는 것.

모철우는 돈을 필요로 하고 마치 자신의 재능을 악마와의 거래에 사용해도 될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게 되자 거래대상인 리애를 모독하며 그녀를 나무란다. 그는 본인의 재능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은 하지도 않은 채로 세상만 탓하는 한량 같은 인간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이것이 그의 문제인지 혹은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리애의 이름으로 모철우의 작품이 유명해지는 것만 보더라도 그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으니.

영화는 모철우와 리애의 관계를 적절하게 수습하며 이후 사랑이라는 관계로 묶어 전개한다. 여기엔 그들 과거의 기억이 함께 존재하고 기억을 하는 자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자의 관계로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자 한다. 물론 모철우가 알지 못했던 사실(리애가 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리애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며, 그저 그 기억을 서로가 숨긴 채로 지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굳이 숨겨야만 할 이유가 대체 뭐였을까! 심장이식에 대한 비밀 때문이었을까!

더군다나 모철우의 애인으로 등장한 도이드(조소진)와 모철우의 친구 주혁(김민기)의 쓰임새는 상당히 가벼우면서도 이상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어쩌면 그들 캐릭터야말로 가벼운 만남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2000년대의 특징이라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과거 쌍팔년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영화는 그래서 예전 성우들의 목소리를 더빙한다면 그 시절의 영화와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 전소민에 대한 이미지는 TV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많이 변질되고 고착화되었기에 영화 속 전소민의 캐릭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그녀는 차분하게 리애의 모습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과하지도 않고 튀지도 않는.. 그래서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녀.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좋은 작품을 통해 그녀의 이름이 보다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마저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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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소민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잔잔한 멜로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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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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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허동우배우: 전소민, 최정원, 김정균, 정상현, 편한셈장르: 멜로, 로맨스,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110분개봉: 10월14일간단평갤러리 부관장인 ‘리애(전소민)는 관장인 엄마의 성화로 자신의 이름을 건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부족한 그림 실력에 좌절감만 쌓이던 중 우연히 거리에서 무명 화가 ‘철우’(최정원)의 그림을 접하고 그 재능에 놀라게 된다. 싼값에 그림을 파는 그에게 리애는 거액을 제시하며 대리작가를 제안한다. 철우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리애’를 싸늘하게 대하지만, 그림이 완성돼 가며 점차 두 사람은 서로를 마음에 담게 된다. <나의 이름>은 미술계의 비리, 시한부, 심장수술, 과거의 인연 등 한때 유행했던 소재를 한 영화 안에 과하게 욱여넣은 인상이다. 여러 아이템이 충돌돼 영화가 지향하는 절절한 순애보에 오히려 방해로 기능하는, 그야말로 과함이 부족함만 못한 현장이다. 사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마지막으로 드러낸 진실 등 연출과 분위기 모두 구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꼬리치는 남자>(1995)를 연출한 허동우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철우’가 그린 그림은 모두 강형구 화백의 작품으로 그는 노년의 ‘철우’로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