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객
The Swordsman,2020

심청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만들고자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던지고 그 결과 아버지 심봉사는 눈을 뜨게 된다. 심청이가 살아 돌아온 스토리 역시도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행위가 심봉사의 눈을 뜨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내용이 아닐 수가 없다. 차라리 치료제가 비싸서 그 돈을 만들고자 했다면 조금이나마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조건이 공양미 삼백 석인 것 또한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바닷사람들의 미신이 만들어낸 이 얼토당토안한 이야기는, 그럼에도 당시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차라리 아비의 눈을 뜨게 만들기 위한 스토리는 소녀의 몸을 팔아 그 돈으로 치료제를 구하는 것으로 변모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 검객이 채택한 스토리 역시도 그런 식으로 변화하게 되었고 완전한 봉사가 아니었던 아버지는 완벽한 치료까지는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시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소녀가 몸을 파는 행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나쁜 방식으로 흘러간 것은 아니다. 태옥(김현수)은 그저 돈 많은 권력가 집안으로 들어가 수양딸 노릇을 하고자 했던 것이며, 그 또한 사실은 카케무샤와 같은 가짜 딸을 만들기 위한 방식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이목요(최진호)의 목적이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처럼, 태옥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정확한 이유조차 모른 채 그의 가짜 딸이 되어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그녀의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그녀가 바로 왕가의 핏줄이었다는 사실이..

태율(장혁)은 자신의 딸도 아닌 소녀를 딸처럼 키우며 산에 숨어 지낸다. 광해군의 곁을 끝까지 지켰던 그는 광해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고자 그녀를 데리고 도망친 것이며 그런 마음도 모르는 태옥은 그런 삶에 지쳤다는 식으로 태율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진실은 아니며 태율의 눈을 낫게 하고자 그의 곁에서 떠날 이유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엔 그의 눈을 다치게 만든 민승호(정만식)라는 자가 개입하는데, 이 자는 광해군을 배신하고 반란군에 동참한 인물이며 나중에는 청나라 사신 구루타이(조 타슬림)와 함께 하게 된다.

그래서 민승호는 악당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그의 목적은 오직 조선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것이며 그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그저 조선을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이들과 생각이 달랐을 뿐! 결과적으로 그는 태율과의 마지막 싸움을 끝으로 조금은 아쉽게 무대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가 맡은 역할에 비해 쓰임새는 조금 부족했다고 느껴지는 것도 결국은 마지막에 너무 힘없이 무너졌기 때문일지도.. 어쨌거나 그들은 각자의 의지대로 각자의 삶을 선택했을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태율에게는 애국심이라는 것이 결여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가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자신을 구해준 광해를 지키기 위함이었고, 광해의 마지막 부탁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정의로운 영웅이라면 반드시 나서야 할 상황에서도 그는 뒤로 물러설 뿐이며,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자 한다. 오직 딸이 잡혀가면서 눈이 뒤집히는 상황에서만 그의 칼이 먼저 상대를 겨눴을 뿐, 그는 결코 조선을 위해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관심이 가는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맹인검객과 여러 스토리들이 혼합되어 다소 식상한 흐름으로 이어진 영화 검객은 그럼에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1대 다수로 싸우는.. 일명 다구리 씬에서 자주 나오는 어설픈 장면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그만큼 액션에 공을 들였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수위를 좀 더 높여서 보다 농밀하고 강렬하게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증오와 분노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관객들의 감정 역시도 더욱 흔들릴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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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혁의 액션 영화에 관심이 간다면
조선시대 검술액션을 좋아하시는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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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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