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워
Blue Hour,2019

CM 디렉터로 일하는 스나다는 워커홀릭이다. 업계에서 물불 가리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강인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심신이 지쳐있다. 매일같이 치열한 현장에서 구르고, 밤늦게까지 회식을 하며 숨 쉴 틈 없이 달리던 스나다는 언제 번아웃 상태에 빠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남편과의 사이는 무관심하고, 직장 동료인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스나다. 불륜 사이였던 유부남의 부인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동안 쌓여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싶어진다. 좌절감과 무력감에 휩싸인 스나다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의 친구, 기요우라와 함께 떠나기로 한다.

기요우라의 낡은 중고차를 타고 가기로 한 곳은 스나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인 이바라키 현이다. 그러나 스나다는 고향집에 도착하자마자 후회한다. 할머니의 병환은 조금 나아졌지만, 어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딸을 반겨줄 새도 없이 바쁘다. 아버지는 모든 집안일을 어머니에게 떠넘긴 채 골동품 수집에만 열중하며, 스나다의 오빠는 중학교에서 근무하지만 듣기 싫은 음담패설로 불쾌함만 안겨준다.

그러나 기요우라는 다르다. 그는 가족들을 불편해하는 스나다와는 달리,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워한다. 또한 어린 시절 스나다가 쓴 그림일기를 보고는 마치 자신의 추억인 것처럼 공감해준다.

단숨에 집이 싫어진 스나다는 기요우라와 함께 술집에 간다. 그러나 술집에 있는 사람들 또한 각종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뻑적지근한 분위기다. 심지어 술집 주인인 여장남자는 더욱 불쾌한 존재로 다가온다. 스나다는 자신의 고향이 더 싫어진다. 하지만 다시 만난 할머니는 손녀를 반갑게 맞아주며, 스나다는 할머니의 손톱을 깎아주며 자기가 잊고 있었던 가족 간의 애정을 느끼게 된다.

하루를 가족과 보내고 도쿄로 돌아가는 차 안, 조수석에 앉은 스나다는 멀어지는 고향을 바라보며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린다. 그동안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을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신기하게도 속이 후련해진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선명한 푸른빛. 스나다는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앞만 보고 달리기 바빠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깨닫는 순간이다.

블루 아워는 해가 지기 전, 하늘이 푸르게 물들어 여명이 깔리는 시간이다. 흔히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도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것이 옳은 길인지는 알 수 없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스나다가 내면의 갈등을 날려버리고 진짜 본인이 원했던, 또 되고 싶었던 것들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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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힐링 영화가 필요하신 분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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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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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하코타 유코배우: 카호, 심은경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92분개봉: 7월 22일간단평특별히 비극적인 유년 시절을 보내지도 소리 높여 싸우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고향 집은 낯설고 가족 간에 자리한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일과 가정의 압박에 피로감은 나날이 쌓이나 순간 웃을 수 있다면, 무언의 이해와 지지를 표하는 친구와 찰나의 기쁨을 나누고 들키고 싶지 않은 속내를 공유할 수 있다면 그래도 현실을 살아나갈 힘을 받지 않을까. <블루 아워>가 그런 힘을 당신에게 줄지도 모르겠다. <블루 아워>는 완전히 소진된 30대 CF 감독 ‘스나다’(카호)가 친구 ‘기요우라’(심은경)과 함께 떠난 고향 집으로의 짧은 여정을 그린 슬로우 무비다. 스나다는 친구의 채근에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하나 그 길 위에서 상처를 추억으로 치환해 나간다. 묻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두 친구, 그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어떤 감정의 조각들과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평생 들을 음담패설을 오늘 밤 다 들었다’는 기요우라의 대사 그대로 불편한 상황 묘사도 등장하고, 일본과 정서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신문기자>(2019)로 한국 배우 최초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심은경이 밝고 명랑한 ‘기요우라’로 분했다. ‘스나다’역은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로 친숙한 배우 카호가 맡았다. 단짝 친구 같은 호흡을 선보인 두 배우는 한여름 한적한 시골 ‘이바라키’로 관객을 이끈 결과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여주주연상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CF 감독 출신 하코타 유코의 감독 데뷔작으로 개인적인 경험에서 파생된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7월 2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