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의 신- 시라소니
2020

세상에 싸움을 좋아하는 이들이 어디 있겠냐 싶지만 신기하게도 싸움구경을 즐기는 이들은 꽤나 많다. 비록 스포츠이긴 하지만 과거에 복싱이 인기가 많았던 것은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헝그리 정신에서 나오는 투혼, 그리고 국가를 대표한다는 의미도 강했기 때문인데 어쩌면 단지 그것만이 사람들의 피를 들끓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ufc를 보며 열광하고 연예인들의 싸움순위를 매기는 행태만 보더라도 사람들은 싸움 그 자체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국민드라마 야인시대에 등장했던 캐릭터이자 실존 인물 시라소니는 사실 그 이전에 이미 그 존재에 대한 유명세가 대단했기에 드라마에 활용될만한 캐릭터로는 꽤나 매력적일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전설의 주먹으로 불리면서 고독한 늑대와도 같았던 남자 시라소니. 하지만 이 영화 맞짱의 신 시라소니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등장하지 않으며 그와는 전혀 무관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어설프게 싸움질을 해대다가 이야기를 끝내버리고 만다.

싸움의 전설이라 불리는 주인공 조태호(백재민)는 보통의 액션영화들과는 달리 상당히 가벼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저 바이크를 즐기는 평범한 정비사에 불과할 뿐 자신의 주먹을 믿고 무게를 잡거나 조용히 침묵을 유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화가 나면 일단 욕부터 쏟아내고 시비가 붙는다고 해서 피하지도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자신의 삶을 사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인지 이 남자가 전설로 불린다는 것은 살짝 의아해보이기도 한다.

개인방송이 한창 유행하는 이 시기에 아주 잘 어울릴법한 영화 속 쌈짱 채널은 말 그대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자는 누구인가를 걸고 대결을 펼치는 방송이다. 이 저질스럽고도 폭력적인 방송은 어쩌면 지금 세태를 가장 잘 반영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 모습이 오히려 이 영화의 3류스러움을 보다 잘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기 있는 채널답게 조금은 꾸밀 줄도 알고 그랬으면 좋았겠으나 그런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탓에 액션의 맛이 확 줄어버린다.
게다가 영화는 별도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끝판왕인 쌈짱(이세호)과의 대결을 생각보다 빠르게 성사시키며 쌈짱의 자리를 건 마지막 싸움을 준비한다. 그리고 태호의 승리로 결과가 나왔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김대표(안찬웅)가 등장! 사실은 자신이 진짜 끝판왕임을 자처해 태호와의 진짜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이 황당한 전개는 차라리 좀 더 앞으로 끌어당긴 뒤 김대표에게 한 번의 승리를 안겨준 뒤 리벤지를 통해 복수를 하는 방식으로 꾸몄다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그렇다한들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기존의 3류 액션영화들에서 보이는 클리셰의 하나인 주인공의 여자를 공격해 주인공을 분노하게 만드는 장면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숙(강다현)의 포지션이 살짝 애매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현숙을 엮어서 유치하게 만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만일 쌈짱과의 대결을 좀 더 앞으로 당겨서 김대표에게 패하는 장면을 넣었다면 현숙의 활용도도 올라갔겠지만 이 역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클리셰의 일부에 불과했을 테니까.
3류 영화라고해서 모두가 다 동급으로 취급받는다면 누군가에겐 분명 상당히 억울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잘 만들어진 영화는 3류 딱지가 붙는다 할지라도 볼만한 영화, 킬링타임용으로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로 이름을 남길 여지도 있기에 그런 영화들 또한 구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도 민망한, 상당히 아쉬움이 가득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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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 액션영화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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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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