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달밤에 빛나고
You Shine In The Moonlight,2019

조폭 코미디가 인기를 끌기 바로 직전! 그러니까 20세기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영화는 멜로에 푹 빠져 누군가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연기하고 또 누군가는 그를 떠나보내며 슬퍼하는 상대역으로 등장하곤 했다. 그들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기 위해 존재했고 그 노력은 충분히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반복적인 우울함에 질려버린 관객들은 서서히 다른 장르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불치병은 더 이상 관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일본영화 역시도 이런 유형의 이야기들을 무수히 뽑아내곤 했는데, 심지어 그 유행은 우리처럼 빠르게 끓어올랐다가 빠르게 식어버린 것도 아닌 듯하다. 조금은 낯설고 난해하면서도 독특한 장르의 영화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와중에도 이런 영화가 꾸준히 사랑받는 것을 보면 그들의 감성에 잘 어울리는 요소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잔잔하고 감성적인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너는 달밤에 빛나고와 같은 영화는 조금은 뻔하면서도 그 뻔함에 다시금 취하게 만드는 유형의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처음부터 이 세상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상한 불치병(발광병)에 대해 설명하며, 그 기이한 불치병에 걸린 소녀 마미즈(나가노 메이)가 죽을 것임을 확신에 가깝게 암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며 갑작스럽게 눈물을 쏟아낼 걱정은 없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마미즈를 연기한 나가노 메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슬픔의 감정이 계속 가슴 한 구석을 쿡쿡 찔러댄다. 세상을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채 죽음의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그녀의 외모와 아주 잘 어울렸기 때문일까?

그녀의 경험을 대신하는 남자 타쿠야(키타무라 타쿠미)를 연기한 타쿠미 또한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고 생각한다. 단지 췌장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닌, 너무 잘생기거나 멋지지 않은 그 적절함이 오히려 영화적으로는 보다 나아보였다고나 할까! 그 절묘한 시소게임이 마미즈와 균형을 이루며 영화를 더욱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물론 그들이 함께하는 공간에서의 모습은 그 어떤 미소년 미소녀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결국 이 영화의 처음과 끝이 우리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소녀의 병과 소년의 경험을 교차시키며 그들의 관계를 유지시키고 중간에 위기, 갈등을 집어넣어 그들을 잠시 분리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화해를 하고 죽음, 이별을 통해 끝을 맺는데,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만한 그 어떤 특별한 장면은 딱히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나가노 메이와 키타무라 타쿠미의 연기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고 만다.
게다가 영화 속 또 다른 발광병의 희생자인 친구의 형에 대한 이야기와 죽음을 선택한 타쿠야의 누나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다룰만한 여지도 있어보였는데, 그 이야기는 죽은 자의 뒤를 쫓아간 살아있는 자에 관한 이야기라서 인물들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한 듯하다. 가족의 갈등을 자아내기 위한 도구이자 죽음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경험치와도 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물론 12세 관람가에 맞는 내용이라면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할 여지도 있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아직 멜로영화에 질리지 않은 이들, 혹은 풋풋한 사랑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애인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나면 그 사람이 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며, 사랑을 할 수 있는 그 시간에 행복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시간 역시도 아주 잠깐일 순 있겠지만..
 |
|
 |
나가노 메이의 매력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