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여자
A French Woman,2019

인간의 기억은 아무리 온전하다 할지라도 생의 모든 것을 전부 거짓 없이, 혹은 변질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로 간직될 수는 없다. 슬프게도 시간은 우리에게 망각이라는 달콤한 선물을 전달하고 이는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방식으로 그 모든 것들을 과장, 왜곡되게 하거나 흐릿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가끔은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해하고 그것에 만족하게 만들지만 그 역시도 정확한 기억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프랑스 여자도 아닌 한국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프랑스여자는 누군가에게는 마치 홍상수식 스타일을 모방하는 영화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미리 깔아두고자 한다. 물론 여기엔 홍상수의 먹물들과 비교될만한 예술가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그들의 말다툼 같은 것은 오히려 정상범위의 수준에서 그려진다. 조금은 과하게 의도된 몸짓이 아닌, 흔히 술 먹고 나올 수 있을만한 상황들의 연출이랄까!
어쨌거나 이 영화 속 주인공 미라(김호정)는 이상한 경계에 놓인 채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경계, 그리고 한국(남자)과 프랑스(남자)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마음 편히 머무르지 못하는 상태로 그녀는 경계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여기엔 해란(류아벨)이라는 여자 후배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뿌리가 깊게 뒤엉킨 상태로 그녀의 치부를 건드리고 그녀는 그것을 애써 잊으려 노력한다. 마치 상처는 없었던 것처럼 그녀 또한 좋은 기억이라 간직하고 싶겠으나 과거로의 여행은 이 모든 것을 다시금 의식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성우(김영민)와 해란의 관계는 어쩌면 완성된 커플에 가까운, 혹은 썸의 끝자락에 놓인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미라가 놓이면서 마치 삼각관계에 가까운 형태가 만들어지는데, 사실 누가 더 좋아하고 그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성우가 미라에게 입을 맞추던 그 순간을 해란이 직접 목격했는지 확신하진 못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의심은 분명 존재했을 것이며 이후 2박 3일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를 아프게 만들었다. 적어도 해란이 그 일로 상처를 받은 것은 분명하다.

물론 해란의 자살이 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과거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은 미라의 기억에서 뽑아낸 단편의 조각일 뿐 우린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미라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것에 괴로워하고 죽은 해란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다. 이는 쥘(알렉산드르 구안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사건과 중첩되며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녀가 해란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처럼 그녀 역시도 또 다른 후배에게 남자를 빼앗기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분노에 휩싸인 미라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화면을 무너뜨리는데,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에 의해 미라는 죽음의 강에 머물고 그곳에서 쥘의 새로운 커플을 바라본다. 그들은 이미 죽은 것임을 암시하고 그녀 또한 그곳에 머물며 그들을 바라보지만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는 다시금 그녀를 현실로 끌어낸다. 마치 오픈 유어 아이즈(바닐라 스카이)의 그것처럼 그녀의 꿈은 끝나고 이제 새로운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등을 짓누르던 그 통증의 정체 역시도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프랑스여자는 큰 기대 없이 봤던 영화임에도 계속해서 여운이 남는 참 특색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마치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처럼.. 혹은 러브홀릭의 실비아가 아주 절묘하게 잘 어우러지던 영화 마법사들처럼.. 특히 이 작품을 통해 미라 역을 소화한 배우 김호정 님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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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가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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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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