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intruder,2019

신작 개봉영화가 아쉬운 2020년 쏟아지는 신작 영화들을 골라보던 때가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때, 스릴러 영화 한 편이 이처럼 반가울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든다. 게다가 충무로에서 잘나가고 있는 두 배우 송지효와 김무열 주연이라니. 특히 가족 스릴러는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유전적 의미의 공포와 가족관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서 스릴러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장르이다. 믿었던 가족의 다른 얼굴을 마주하는 공포 같은 것.
그러나 이 영화는 공포이전에 왜인지,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릴러가 가야하는 길을 제시한다.

6개월전, 서진(김무열)의 아내는 뺑소니를 당하여 사망했다. 범인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6개월이 지나서 남겨진 딸을 부모님에게 맡기고 서진은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던 아파트를 매매로 놓는다. 서진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어릴 적 실종이 된 상태. 어느 복지시설에서 이 여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는다. 하필 이때…
유전자 검사표까지 동원해서 가족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 결과는 99.99% 일치. 서진의 어머니는 드디어 딸을 찾았다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녀는 바로 유진(송지효). 서진은 이상하게 유진이 탐탁치 않다. 오랜 시간 그토록 찾아 헤매이던 여동생인데 무언가 꺼림칙하고 그동안 상상해왔던 것과 다른 모습에, 앞뒤 안 맞는 스토리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서진은 그런 마음으로 유진의 뒷이야기를 찾아 은밀히 조사를 진행한다. 그간의 행적, 직업, 주변 인물들….
유진을 잘 지켜보라는 당부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가정부에게 전달해놓은 서진은 그러나 이 가정부까지 갑자기 사라져버린 걸 알고 황망해한다. 집에서는 가정부가 바람이 났다는 등 치부해버리지만 이런 우연이 있을까. 그리고 점점 유진은 집안의 인테리어를 바꾸는 등 가족의 질서와 평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규율을 하나둘 바꿔가면서 침입해온다. 가족으로 돌아온 낯선 여동생. 이 여동생이 과연 내 여동생이 맞는가…
유진의 과거행적과 알리바이를 하나하나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영화의 큰 재미이다. 예를 들어 유진이 있었다는 복지시설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더 재밌는 것은 유진의 동료 행세를 한 사람은 실은 고용된 행세 아르바이트였다는 점. 거짓을 밝혀내고 진실로 다가가는 순간순간들은 오싹하면서도 과연 이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거짓말을 한 자가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면서 짜릿함 심리적 쾌감을 전해준다. 그리고 가정부의 등에 있던 문양과 유진의 등에 있던 문양이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미스터리 같은 공포.

마치 어떤 조직이 작정하고 달려들어 한 가정을 파괴하려는 공작을 펼친 것 같은 느낌으로 일반인들이 견딜 수 있는 의구심을 한계치까지 몰아치는 이 영화는 뚝심이 단단하다. 그리고 직성적으로 밝혀지는 유진의 진실. 형사는 서진을 의심하고 서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깨닫고 이 모든 것을 막아낼 사람은 본인 밖에 없음을 알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까지 온몸으로 저항하고 헤쳐나간다. 끝끝내 이 악의 소굴까지 처들어가는 서진을 보면서, 침입자에게 당한 피해자에서 역으로 침입을 하는 침입자로 변모하는 모습은 영화의 반전아닌 반전으로서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마지막 장면.
유진이 말하는 과거의 기억과 서진이 말하는 과거의 기억. 이 엇걸린 어린 시절의 기억은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다시 객관적 유전자 검사로 돌아가보면 쉽게 해결될 일. 그래서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다시 이 유전자 검사를 확인해보는 장면이 나온다. 유진과 서진의 유전자 검사 결과지.
과연 결과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 결과를 여기서 말할 순 없지만 이 결과까지 가지 않더라도 영화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러가지 영화적 장치와 반전의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찾아온 스릴러 한 편으로 부산했던 2020년 상반기의 빈약한 영화 관람을 채울 시간이다. 열정의 김무열과 두 얼굴의 송지효를 보는 일은 오랜만의 한국 스릴러를 즐기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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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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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손원평배우: 송지효, 김무열장르: 미스터리, 스릴러등급: 15세 관람가시간: 102분 개봉: 6월 4일 간단평어린 시절 실종된 여동생 ‘유진’(송지효)이 집으로 돌아오자 오빠 ‘서진’(김무열)은 혼란스럽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서진’과 달리 부모님(예수정, 최상훈)은 ‘유진’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낯선 ‘유진’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유진’은 가족 모두를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살뜰하게 대하고, 부모님도 기꺼이 그에게 기대며 모든 주도권을 쥐여준다. 이 모든 상황이 미심쩍어 보이는 건, 그저 자신이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일까?안온하던 가정이 깨지고, 낯선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한다. 이 불편함은 <침입자>라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가 전하는 긴장감의 핵심이다. ‘유진’은 정말 이 집안의 딸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게 ‘서진’의 망상이 꾸며낸 상황일까.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관객의 판단력을 흔들어가며 상황을 진척시키는 초중반 몰입도는 준수하다. 후반부의 반전은 호오가 갈릴 수 있지만, ‘가족 스릴러’라는 명칭에 걸맞는 심리적 불편함과 혼란을 효과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소설 <아몬드>의 저자이기도 한 손원평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20년 6월 5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