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 데이 인 뉴욕
A Rainy Day in New York,2018

영화감독의 개인사가 영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어떤 의미로든 그렇게 좋게 해석될 수는 없을 것이다. 김기덕이나 홍상수, 또는 로만 폴란스키와 같은 거장이라 할지라도! 영화는 영화로 존재하고 그렇게 해석되어야 마땅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결국 관객들, 즉 인간이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영화만 즐겁게 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운이 좋은 일도 없겠지만, 어쩌면 그들은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실과 가상의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이게 되면서.

성추행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우디 앨런의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언제나처럼 로맨스를 가장해 다양한 인간의 심리를 드러낸 이야기로 그 속엔 감독의 다양한 견해도 듬뿍 담겨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만 특별히 그렇다는 것은 아니며 이미 그의 전작들 또한 충분히 자전적인 의미에서 본인이 쏟아내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영화를 이용해 발산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은 결국 사건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 만든 최신작이라는 점 때문인데..

그런 요소들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면 유명배우들의 연기를 재미있게 즐기며 무난하게 관람할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인공 개츠비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의 매력이 아주 잘 표현되며 그가 여자 친구인 애슐리(엘르 패닝)에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는 매우 쏠쏠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와는 반대로 애슐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를 향한 알 수 없는 분노 같은 것은 개인적으론 이 영화의 최대 중요 포인트이자 매우 위험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직은 성인이라 하기엔 미숙한 소년 소녀의 모습에 가까운 개츠비와 애슐리의 여행은 달콤함에서 시작된 쌉싸름한 추억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것이 곧 아직 사랑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찾아온 시련이자 동시에 기회였을지는 몰라도 그들은 각자 알아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며 그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야 만다. 애슐리가 세 명의 남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개츠비 역시도 살짝 선을 넘는 정도에서 자신의 욕망을 표출한다. 그리고 그 한 번의 키스를 통해 그는 챈(셀레나 고메즈)과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남자들과 쉽게 사랑에 빠져버린 애슐리는 아직 어리고 많은 것을 알지 못하며, 그녀에게 찾아온 좋은 기회들을 결코 쉽게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그녀를 애서 옹호해본다 할지라도 그녀의 행동은 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최악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유를 말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남자친구인 개츠비와 함께한 여행에서 그를 완전히 배제해버린 것이다. 특히 유명배우 프란시스코 베가(디에고 루나)에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개츠비와의 관계를 전부 무너뜨리는 최악의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은 무수히 많은 기회들을 통해 깨지고 감춰지고 변질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아주 사소한 만남일지라도 유혹은 늘 언제나 그들 사이를 맴돌며 새로움이라는 빛을 내며 등장한다. 또한 애슐리가 느꼈던 정신적인, 감정적인, 그리고 육체적인 사랑은 유혹의 다양성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부분이었다고 본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느 하나의 이유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남녀가 불륜을 저지르는 이유가 오직 육체적인 관계를 위함이 아님을 테드(주드 로)가 깨달았던 것처럼..

영화는 창녀였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비롯해 결혼을 앞두고 파혼을 생각하는 형의 이야기, 도박의 재능을 타고난 개츠비의 모습 등등 아주 다양한 볼거리들을 구석구석 집어넣었기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다시 만난 개츠비와 챈의 모습이었는데, 이는 로맨스의 정석을 깨트리는 아주 좋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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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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