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이스케이프
Escape From Pretoria,2020

영화 데이비드 게일은 사형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주인공이 직접 사형수가 되는 선택을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그려낸다. 잘못된 판단이 내려질 경우 사형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그 억울함은 무엇으로도 풀어낼 수 없다. 그렇기에 영화는 아주 직설적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그 문제에 대해 조금은 한쪽으로 치우쳐진 모습까지 보여주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정치적인 문제를 아주 적절하게 잘 활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즌 이스케이프 역시 흑인문제를 널리 알리고자 주인공들을 희생시키며 문제를 부각하려한다. 마치 백인인 주인공들이 흑인들을 상대로 테러를 일으킬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테러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의지를 표명하는 폭죽 수준에 머문다. 그리고 이 작은 소동은 그들을 프리즌으로 몰아넣게 만들고 12년과 8년의 아주 잔혹한 형벌의 결과로 이어지고야 만다. 결국 이 영화는 데이비드 게일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선택한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문제는 어쩌면 프리즌 이스케이프의 그것과도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영화는 지금 이 시기에 다루기에 무척 좋은 영화라 할 수 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주요 내용은 그것과는 동떨어진 것들을 담고 있어서 딱히 연관이 없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오히려 쇼생크 탈출 식의 긴장감 넘치는 오락영화로 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에서 흑인문제를 다루는 빈도는 매우 빈약하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상황 속에서 인권운동가 팀(다니엘 래드클리프)과 스티븐(다니엘 웨버)의 역할은 처음 그 소동 말고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시작과 동시에 감옥에 갇혀 버렸기에 그럴 수밖엔 없었으며 처음부터 이 영화가 그리고자 했던 것도 흑인운동에 대한 모습이라기 보단 감옥에서 탈출하는 모습이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감옥에 갇혀 탈옥을 꿈꾼다면 기본적으로 숟가락을 이용한 땅굴파기가 떠오르겠지만 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기발하다. 바로 열쇠를 만들어 정문으로 당당하게 도망치는 것인데, 이 영화의 키포인트는 팀이 나무로 만든 열쇠에 있다. 만들기는 쉽지만 부러지기도 쉬운 나무열쇠는 결국 사고를 일으키고 이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여러 번 연출한다. 마치 아빠의 도전을 지켜보는 것처럼, 열쇠를 넣고 돌리는 그 순간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렇게 숨이 막히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다 결국 탈출에 성공하는 이 단순하면서도 짧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은근히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흑인의 택시를 타고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 때문도 아니며 이 영화와는 무관하게 결국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도 아니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탈출을 통해 미래를 도모하려는 팀과 스티븐 그리고 레오나르도 폰테인(마크 레너드 윈터)의 선택이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상황에 불만만을 품는 데니스(이안 하트)와 같은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바로 그 장면 때문은 아니었을지.

영화는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된 이야기이며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한 상황을 그려낸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안정적인 상태로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은 전혀 다른 체험을 했을 것이다. 그들이 겪은 위험한 상황과 위기는 제 아무리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할지라도 결코 흉내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위대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보다 위대한 것은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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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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