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No Longer Human,2019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자조적인 느낌마저 강하게 드는 어느 정도는 진실이 가미된 허구적인 이야기로 본인의 인생에 대한 회한과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토 준지가 이 작품을 만화로 그려냈을 때 그 기괴함이 이 작품과 딱 맞아떨어진다고도 생각했지만 영화는 이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끄집어내며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의 삶이 아닌 다자이 오사무의 삶 그 자체를 가져와 그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동반자살을 결심한 주제에 홀로 살아남은 요조의 이야기는 다자이 오사무가 실제로 경험했던 그것과 일치하며 그렇기에 이 영화는 처음부터 요조라는 가상의 인물을 다루지 않고 대놓고 그 자리에 다자이 오사무를 가져다놓는다. 그리고 그의 여성편력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인간실격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영화는 인간실격을 영화화한 것이 아니라 인간실격이라는 소설을 쓴 다자이 오사무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 다자이 오사무(오구리 슌)의 삶은 술과 여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에 중독된 채로 살아간다. 아내 미치코(미야자와 리에)와 자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옆엔 항상 다른 여자가 존재하고 그들 역시도 그에게 푹 빠진 채로 연애를 이어나간다. 물론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이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유는 그가 시즈코(사와지리 에리코)를 유혹해서 소설의 영감을 훔친 것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는 미치코 이외의 다른 누군가에게 묶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의 팔을 붉은 천으로 묶었던 처음과 끝의 여자, 즉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그 여인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시즈코와 토미에(니카이도 후미)에게 몸이 아닌 마음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임신한 시즈코의 곁을 떠나버린(비겁하게 숨어버린) 행동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는데, 책임감이 없는 남자의 모습처럼 보이는 이 행동이 그에게는 죽음 이후의 삶과도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그의 또 다른 소설 사양에 나오는 나오지의 유서 내용처럼, 자살을 결심하고도 그동안 죽지 못했던 이유가 어머니였다는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그에게는 어쩌면 커다란 족쇄와도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도 그의 선택은 결국 자살이었고 마지막에 남긴 글은 바로 인간실격, 본인을 닮은 남자 요조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부끄러움 많은 생을 살았다는 본인의 생을 담은 이야기. 물론 다자이 오사무의 방탕한 삶은 단지 술과 여자의 문제만으로 끝나버린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고 있지만 그는 계속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며 생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었고 약물 역시도 그의 삶을 망가뜨리는데 크게 일조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 작품은 그를 둘러싼 세 여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헌신과 애증을 넘어서는 그들과의 관계는 그를 지탱해주는 마지막 고리이자 그들 다시 일으켜 세우는 유일한 힘이 된다. 특히 남편의 방탕한 모습을 쭉 지켜봐온 아내 미치코의 인내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수준이며, 가정을 파괴하고 걸작을 남기라는 말 역시도 그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설 인간실격을 영화화한 것으로 착각하고 이 영화를 선택한 이들에겐 다소 어리둥절한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인간실격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자신의 삶을 부끄러운 생이라 표현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이 영화는 그의 일생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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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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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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