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세계 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영국군과 독일군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여 치열하게 맞서고 있었다. 오늘날 전쟁사를 통틀어 가장 참혹한 전투방식이라고 불리는 참호전이 연일 이어지던 어느 날. 일병 윌리엄 스코필드, 그리고 톰 블레이크에게 특수 임무가 내려진다. 그건 바로 독일군의 작전상 후퇴에 말려들어 총공격을 준비 중인 1600명의 아군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라는 것이었다. 독일군이 작전상 후퇴 당시 모든 통신망을 파괴하여, 사람이 직접 작전지로 찾아가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

1600명에 달하는 아군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두 명의 병사는 위험한 전장을 뚫고 아군 기지까지 가야만 한다. 심지어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작전지로 가는 길에 독일군이 전혀 없다는 정보도 확실치 않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 속에서, 윌리엄과 톰은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문제는 어려운 상황적 배경뿐만이 아니다. 윌리엄과 톰은 아직 어린 이병으로, 전쟁 경험은커녕 이 끔찍한 전쟁이 왜 벌어졌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전우를 위해서라는 목표 의식은 뚜렷하나 그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 두 사람은 함께 출발하지만,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한다.

<1917>은 기본적으로 전쟁 영화이다. 그러나 세계 1차대전이라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며, 실제 참전용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헐리우드 영화 풍 액션을 기대할 수는 없다. <1917>은 전쟁의 허무와 비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1917>은 초반에 격렬한 참호전을 보여줌으로써 그 부분을 정확히 짚고 있다.

구덩이를 파서 몸을 숨기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참호전은, 언뜻 병사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평소에는 몸을 가리고 머리만 살짝 내밀어 총을 쏠 수 있지만, 비가 오면 파놓은 땅에 물이 고이고, 참호 안에서 생리현상을 모조리 해결하는 비위생적인 상황 속에서 전염병이 창궐한다. 참호가 무너지면 병사들은 파묻히고, 적들이 돌격하여 참호 안으로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지옥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잔인한 전투방식은 세계 2차 대전까지도 이어졌다.

애당초 작품의 배경이 참호전이라는 건 이곳이 최전방이라는 뜻이며, 그중에서도 전투가 극한 상황에 달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1917>의 시작은 참호전이다. 그것만으로도 관객은 이곳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어째서 장교도 아닌 어린 이병 두 사람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라는 임무를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다.

<1917>은 전쟁의 참혹함과 무의미함을 잘 알기에, 위험한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앞세워 관객에게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추가로, 2019 오스카를 휩쓴 <기생충>를 제치고 촬영상을 차지한 작품이라는 사실도 강조하는 바다. 격렬하고 화려한 액션씬에 주목하지 않았음에도 뛰어난 촬영 기법을 선보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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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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