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방도령
HOMME FATALE,2019

퓨전사극은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을만한 가상의 스토리를 삽입시키거나 가상의 캐릭터들을 만들어 마치 실제로 일어났던 일처럼 꾸며 그 재미를 뽑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또한 그 내용이나 말투(어법), 장면들 역시도 과거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법한 것들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주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다만 그로 인해 역사왜곡과 같은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도 일어날 수 있기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기방도령은 2003년 개봉했던 배용준 주연의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와 분위기가 많이 유사한 작품으로, 기방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중심이라기 보단 기방에서 자란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여성문제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판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열녀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와 여성들에게 주어진 강제된 희생정신을 지적하며 그것은 결코 우리가 지향하고 이어받아야 할 문화가 아님을 주장한다. 본인 스스로 열녀를 자청하며 절개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받아 마땅하나, 타인에 의해 혹은 규범과 제도에 의해 강제로 열녀 당하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이는 다른 모든 것들에도 통용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기방에서 자란 허색(준호)은 돈 주앙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을 보이며 아주 자연스럽게 여성들과 융화되어 호색한의 삶을 누리며 살아간다. 아마 이 영화의 등급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그는 초반부에 여인의 그림을 그리며 그 이상의 유희를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던 것처럼 오직 언변과 분위기만으로 그가 끼가 많은 남성임을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그는 이후 타고난 재능을 기방을 살리는데 쓰기로 결심한다. 단, 그것은 자의에 의함도 타의에 의함도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에 의한 선택이다.

기방은 오직 남성들의 놀이터로 그 재료는 당연히 술과 여자이며 그들은 이를 동일한 가치로 판단하고 돈을 매기며 그들을 대한다. 이는 지금의 접대문화와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남자기생 역시도 일명 호빠(호스트바)라 불리는 여성들을 위한 놀이터와 별반 차이를 나타내진 않는다. 다만 그 이후에 벌어지는 야시시한 행위들은 머리를 올리는 것으로 생략한 기방의 모습과는 달리 남자기생은 몸을 파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으며 그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아주 단순하게 설명한다.

그들 대부분은 기방을 찾는 이유를 욕정 때문도 달콤한 속삭임 때문도 아닌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이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시대적인 상황에 비춰볼 때 더욱 크나큰 금기이기에 어느 정도 적당한 선을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녀들이 몸을 파는 남자기생들과 놀아나는 모습을 그대로 그려냈다면 당시 시대의 여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집중을 하기보단 오히려 그녀들의 문란한 사생활만 더욱 부각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간신이나 후궁 같은 영화가 내용보다는 다른 것만이 기억에 남듯이..

하지만 이 영화는 주제의식을 논하기에 앞서 그 내용 자체가 밋밋하며 스토리 역시 기존에 많이 봐왔던 것들을 고스란히 차용한 탓에 큰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변곡점이었던 막둥이 숙정(신은수)의 죽음은 해원 아씨(정소민)와의 관계와 얽히면서 그 중심이 그녀에게 했던 거짓말, 그리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떠나보냈던 그 마음으로 옮겨간다. 이는 허색이 열녀문에 불을 지른 행위가 재빨리 사그라드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만다.

가슴 아픈 로맨스로 끝나버린 이 이야기는 어쩌면 다양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 소재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남자 기생 이야기에 대한 개인적인 예상과는 다른 결과물에 아쉬움이 남았을 수도 있고,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스토리가 아쉬웠을 수도 있다.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긴다면 소소한 재미는 느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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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지 않은 기생 이야기를 원하는 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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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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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에서 나고 자란 남자가 위기에 처한 기방과 식솔들을 구하고자 남자 기생이 된다? 코믹과 퓨전 향기 솔솔 풍기는 <기방도령>이야기다. 서화, 연주, 타고난 외모뿐 아니라 주인공 ‘허색’이 지닌 탁월한 능력은 매의 눈으로 관찰, 여심을 꿰뚫어 그녀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사회적 억압 속에 가문을 위해 정절을 지키고 희생을 강요당했던 여인네들의 문드러진 마음에 맞춤 위안과 기쁨을 선물한다. 통상적인 성 역할을 비틀어 개그 속에 당시의 세태를 희화한 영화는 순애보를 가미, B급 유머와 순정 로맨스의 만남을 시도한다. 그 결과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맛을 보이는데 취향에 따라 참신 혹은 심란 사이에 의견이 갈릴 수 있겠다. 하지만, 소꿉친구 소원 성취 고군분투기를 그렸던 <위대한 소원>(2016)의 남대중 감독과 웃음 코드가 어느 정도 맞는다면 확실하게 빵 터질만한 지점이 요소요소 포진돼 있다. 기방도령 이준호와 괴짜도사 최귀화의 케미도 좋은 편으로 코믹하고 능청맞게 극을 이끈다.
2019년 7월 10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