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
Juror 8, 2018
누군가의 죄를 심판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아주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은 공정해야하고 판결은 사실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여기 이렇게 무거운 자리를 맡은 사람들이 있다. 오늘 소개 할 영화는 국민이 직접 재판을 하는 역사적인 날을 담은 영화 <배심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도에 처음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이 제도는 아주 오래된 제도이다. 배심제라고 하는 이 제도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재판 과정에 참여함으로서 범죄 사실을 판단하는 제도이다. 특히 영미권 국가에서 중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입법을 통해서 이 제도가 정착되었는데, 기존의 배심제와는 달리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배심원단의 판단이 판사의 판단을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할 수 있다.
지금은 국민참여재판이 많이 알려져있지만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에는 우리 모두에게 낯선 것이었다. 처음 시행될 때에는 강력 형사 사건에 대해서 국민참여재판이 가능했지만 판사의 판결과 배심원단의 평결이 일치하는 확률이 90%에 가깝게 되자 2012년부터는 전 형사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이 가능하게 되었다.
영화 <배심원들>은 2008년 가장 처음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과 판사들 그리고 그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우리 나라의 역사를 새로 쓴 그 재판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는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걱정과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갖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 국민참여재판의 시작을 알아가는 것은 현재 국민참여재판을 비롯한 여러 재판에서 재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배심원들>에서도 그렇지만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사건에 숨겨져 있는 진실에 점점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배심원들이 맡게 된 사건은 살인 사건이었다.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 사건이었는데, 증거뿐만 아니라 증언과 자백까지 이미 이루어진 사건이었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는 판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사건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첫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시범 사례에 적절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조금 씩 틀어지게 된다. 공석을 채우기 위해서 당일에 갑자기 8번 배심원이 된 남우와 재판 현장에서 갑자기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의해서 재판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빨리 이 시험대에서 내려가고 싶어하는 재판부와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질문을 계속하는 배심원들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게 된다.
특히 영화 속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8명의 배심원들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8번 배심원 남우는 당일에 공성을 메우기 위해 배심원으로 선정된 청년 사업가이다. 남우는 보여지는 증거만으로 섣부르게 판단을 하지 않고 끝까지 질문을 하면서 진실을 찾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번 배심원 윤그림은 늦깍이 법대생으로 다른 배심원들에게 법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면서 이야기가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2번 배심원인 요양 보호사 춘옥은 주변의 사건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3번 배심원인 현직 무명배우인 진식은 일당에 더 관심이 많은 캐릭터이다. 또한 주부인 4번 배심원인 상미는 어서 빨리 재판이 끝나서 집에 가고 싶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대기업의 비서실장인 5번 배심원 영재는 논리적인 모습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캐릭터이다. 또한 6번 배심원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모습으로, 7번 배심원인 취준생 수정은 돌직구를 통해 사건을 꿰뚫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남우까지 8명의 배심원들과 냉철함을 가진 판사 준겸이 여주는 각각의 캐릭터는 영화를 더욱 더 풍성하고 각각의 개성을 통해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과연 이들은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역사를 새로 써나가는 대한민국 첫 배심원들의 이야기를 함께 감상해보도록 하자!
 |
|
 |
박형식 좋아하시는 분 |
|
|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법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배심원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때론 비정하고 누군가에는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법이지만, 분명한 것은 법이란 국민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테다. 그 집행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은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함을 피해가고자 함일 것이다. 홍승완 감독이 500여 건의 판례를 참고로 2008년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모티브로 극화한 <배심원들>은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소재와 평범한 배심원들을 중심에 세운 접근법 모두 색다른 법정 무비다. 드라마의 틀 안에 슬로우모션과 클래식한 웅장한 음악과 다양한 앵글 활용 등 블랙코미디 요소를 가미해 리듬감을 살린다. 유죄 확정됐던 사건이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영화는 사건을 원점으로 돌려놓으면서 이후 퍼즐 맞추듯 재구성해 나간다. 여덟 배심원은 평범한 모습 속에 각기 개성을 부여해 캐릭터를 구축했고, 전체적인 서사의 이음새 역시 준수한 편으로 매끄럽게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신예답지 않게 홍 감독은 능숙함을 뽐내며 극을 힘있게 끌고 가고, 판사역의 문소리와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노’를 외친, 8번 배심원을 연기한 박형식을 비롯해 주·조연의 연기합도 훌륭하다. 특히 다양한 계층에서 모인 평범한 인간 군상이 정의로움에 반응하는 모습이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2019년 5월 16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