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Miss & Mrs. Cops,2018

시나리오 사전 유출이라는 제목으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두 여경의 활약을 미리 예단하고 페미니즘 관점으로만 파악한 표준화된 관객 예상도였다.

대부분 그럴거 같다고 호응했지만 정작 영화를 열어보니 그 예상은 대부분 맞지 않다. 한직에 물러난 여성 경찰이 어떤 악당들을 알게 되고 그들을 검거하는 활약을 보일 거라는 건 알지만 그 사이에 일어나는 디테일과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투캅스 이후, 한국 영화의 변화에 나타난 여성 투갑스의 활약은 그럼 어떤 형국일까?
현장을 뛰어다니며 범인들을 검거해온 여형사 박미영(라미란) 시간이 지나서 이제는 아들 하나와 10년 넘게 고시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남편 조지철(윤상현)과 함께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경찰서 민원상담실에서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남편의 여동생 조지혜(이성경) 또한 같은 경찰서의 형사로 근무중인데 현장에서 사고를 쳐서 박미영과 함께 민원실로 근신 처분 받는다.

박미영은 인사 발령에서 퇴출 상위에 몰려 있어 애가 타는 와중에 젊은 여성이 민원실로 찾아와 우물쭈물 하다가 휴대폰을 놓고 뛰쳐나간다. 박미영은 경철서 밖으로 여성을 뒤쫓아 나가지만 정신을 놓은 여성은 지나는 트럭에 치여 병원에 실려가 의식 불명에 빠진다.
놓고간 휴대폰을 열어보고 동영상 협박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지만 사이버수사대는 밀린 사건에 정신이 없고 동료 경찰은 실적에만 신경 쓰고 이런 사건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마주 보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앙숙인 박미영과 조지혜는 촉을 발동하여 이 사건을 해결하려 뛰어든다.여성 범죄 사건에 뛰어들어 해결하는 여성 경찰이라는 맥락으로 보면 단순한 페미니즘 영화의 한 축으로 보여지지만 영화는 그렇게 단순 구도로 쉬운 길을 가지 않는다. 곳곳에 배치된 코믹과 적절하게 조합된 캐릭터들의 완벽한 조합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좌충우돌 사건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주연으로 나선 라미란이 온몸을 다해서 보여준 열연은 그동안 조연으로 머물렀던 연기를 최대한 확장하여 여배우의 그림자를 지운다. 드라마 유나의 거리에서 소매치기로 잠시 나왔었던 배역이 이제는 현장의 형사로 나온 것은 그대로 비교가 되는데 민원실 주무관으로 근무하는 것도 어울리지만 현장 검거 형사로서 첫 장면의 강렬한 등장은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박미영의 근성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재밌는 장면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뉴스를 거의 장악한 클럽 폭행 사건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구속이 되고 수사망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나온 이 영화는 시국에 맞춰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데, 수사에 현실적 벽에 부딪힌 조지혜의 일성은 동료 경찰관들을 출동시키게 하고 관객들의 마음도 크게 움직인다. 돈 없고 권력도 없고 배경도 없는 시민이 경찰에 의지히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지만 그마저도 도움을 받지 못했을 때 어디로 가야하는가. 불법을 저지른 범인들이 활개 치는 도심에서 선량한 시민은 무엇을 믿고 살아가야 하는가.
이런 당연한 문제 제기에서 영화의 공감은 만들어지고 박미영과 조지혜가 추구하는 지점도 일치된다.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카메오들의 출연과 귀에 들러붙는 대사들은 욕도 욕이지만 매우 찰지게 들리고 속 시원한 마무리는 오락 영화로서 군더더기를 쫙 빼고 완결한다.

온라인 범죄, 몰카, 신종 마약 등 현대 범죄의 일면을 들어내면서 법과 정의를 판가름하는데 그 예로 좋은 대사들이 가득하니 귀를 열고 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좋아했다고 그 장면을 몰래 찍어서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가? 하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은 촬영과 불법적 공개는 처벌받아야 할 범죄이지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
이런 당연한 가르침은 많은 시사 뉴스들 속에서 가려져 정의와 불법을 혼돈스럽게 하며 가치관도 무너뜨리는 시국에 적절한 길을 제시한다.누군가 도움을 원할 때 손을 내밀어 잡아줄 수 있는 시민 사회의 공감대 말이다. 소녀시대 수영의 자연스러운 대사와 표정, 어색하지 않은 연기는 무대에서 노래하며 춤을 추는 수영의 모습을 잊게 하고 성동일, 하정우, 안재홍 등의 우정출연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집안에서 아이를 돌보고 밖에서는 워킹맘으로 살아갸는 여성 관객이라면 영화의 공감대가 훨씬 넓을 것이다. 조폭 영화에서 그냥 쌍스럽게 내뱉어지는 한국의 욕이 이 영화에서는 매우 적절하게 표현되며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도 장점이다. 다음 후속작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두 여형사의 본격적인 활약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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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직장 생활에 지친 워킹맘
한국 코믹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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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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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형사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를 직접 해결한다는 <걸캅스>의 내용을 미리 접한 인터넷 일각에서는 ‘보나 마나 뻔할 것’이라는 종류의 훈수가 난무했지만, 그런 의견을 내세운 이들 역시 라미란이라는 배우의 내공만큼은 쉽게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초 라미란을 염두에 두고 기획, 제작된 영화인 만큼 <걸캅스>는 그의 코믹, 액션 연기 능력을 펼칠 만한 적절한 무대로 작동하는 편이다. 올케와 합심해 디지털 성범죄자를 일망타진하는 와중에 속속 드러나는 그의 코믹 연기는 너무 진지해서 웃기고, 액션 연기는 너무 멋없어서(?) 웃기다. 이성경, 수영 등 젊은 배우는 맡은 바에 충실한 편이다. 또 다른 연기 내공의 소유자 염혜란의 활약이 빛나고, 깜짝 출연하는 하정우와 성동일을 만나보는 재미도 있다. 관객에 따라 재미와 메시지 사이의 균형감에 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웃음에 큰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신예 정다원 감독의 연출은 지켜볼 만하다. 가족끼리 함께 볼만한 코미디라는 점에서도 반가운 작품이다.
2019년 5월 9일 목요일 | 글_박꽃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