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가시나들>

경상북도 칠곡군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어린 시절 한글을 배우지 못했고, 격동의 시대를 사느라 바빠 한평생 글을 모르고 살았다. 그러던 할머니들이 구십이 넘은 나이에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가갸거겨부터 시작해 본인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매일 지나치던 가게의 간판 상호를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 난생처음 시라는 걸 쓰고, 자식에게 편지를 쓰면서 즐거워하는 할머니들의 유쾌한 모습이 시종일관 미소를 짓게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할머니들의 일상은 단조롭다. 아침드라마를 보고, 경로당에 모여 앉아 그날 방송한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공부방에서는 상을 펴고 서툰 솜씨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며 글공부를 한다. 연필을 쥐는 것도 서툴고, 좀처럼 빨리 익혀지지도 않지만, 글을 배워서 달리 보이는 세상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따뜻한 시골 풍경과 밝은 분위기의 BGM, 무엇보다 주인공인 할머니들의 발랄한 웃음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말로는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도 매일같이 새로운 하루를 보내는 할머니들의 일상은 여느 젊은 사람 못지않게 보람차다. 작은 것 하나에도 놀라고 새로워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별다른 의미 없이 적어보는 시 한 구절, 한 구절이 심금을 울리는 건 아마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칠곡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다. 또 이 작품에 출연하는 할머니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과장이나 억지로 쥐어짜는 감동도 없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담백하고 여유가 있으며 꾸밈이 없다. 자극적인 소재와 화려한 CG, 클리셰적인 시나리오가 넘쳐나는 요즘 스크린에서는 보기 드문 작품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시골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한글 공부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시간 같은 동네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만이 구축할 수 있는 끈끈한 우정이 돋보인다. 한평생의 꿈이었던 가수를 해보기 위해 장기자랑 대회에 나갔을 때 할머니들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친구를 바라보던 할머니들의 얼굴이, 그 표정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대회가 끝난 뒤 할머니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도 인상 깊다. 비록 결과가 창대하지는 못했으나 누군가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 그 장소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결과를 얻은 게 아닐까.

늦은 나이에 뭔가를 배우는 일은 쉽지 않다.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렵고, 지루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혼자가 아니기에 서로를 다독여 가며 공부를 해낸다. 간판의 모음 하나가 떨어진 가게 앞에서 상호를 읽어보는 할머니들의 뒷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고통이나 회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눈물짓게 만드는 작품 <칠곡 가시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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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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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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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 하면 어쩐지 죽음을 앞둔 우울한 군상부터 떠오른다면 <칠곡 가시나들>은 그런 당신의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깨트려줄 다큐멘터리다. 늦깎이 학생이 되어 한글을 배운 8~90대의 할머니들은 시장 가는 길에 걸린 간판을 소리 내어 읽고 ‘뽀뽀’ 같은 단어를 써가며 귀엽고 유쾌한 시를 써내 웃음 짓게 만든다. 몸이 아프거나 감정이 울적한 대신, 걱정거리 없는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이 함께 모여 밥 먹고 놀며 까르륵 웃음 짓는 그들의 모습은 제아무리 심드렁한 관객의 마음일지라도 동하게 할 만큼 따뜻하고 즐겁다. (2012) <쿼바디스>(2014) 등 정치, 종교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품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의 신작으로 전작과는 전혀 다른 밝고 긍정적인 작품 색을 보여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 프레지던트>(2017)를 연출하던 당시, 촬영지 근방의 칠곡군을 오가며 작업한 결과물로 2019년 개봉을 맞았다.
2019년 2월 27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