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코
寝ても覚めても, Asako I & II, 2018
서툰 사랑을 알려줄 이름
마치 지진이나 해일처럼 나를 흔드는 강렬한 첫 사랑. 그리고 그런 첫 사랑과 꼭 닮은 사람이 나에게 다가온다면 어떨까? 오늘 소개 할 영화는 강렬한 사랑 그리고 편안한 사랑 두 가지 사랑이 가진 설레는 순간을 담은 영화 <아사코>이다.
영화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주인공 아사코. 우연처럼 한 사진전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운명처럼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왠지 나쁜 남자의 기운을 내뿜는 남자 바쿠에 대해서 아사코의 절친한 친구 하루요는 결국 너를 힘들게 할 사람이라며 그녀를 말리지만, 아사코는 어쩔 수 없이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하루, 이틀 또는 몇일 씩 연락 없이 사라지던 바쿠때문에 하루 하루를 불안감에 떨며 지쳐가지만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 아사코. 그러던 어느 날 바쿠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갑자기 그녀 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바쿠와 처음 만났던 작가의 사진전에 간 아사코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아사코를 도와준 그 남자의 이름은 료헤이. 그리고 그 남자는 아사코의 첫 사랑 바쿠와 꼭 닮은 사람이었다. 겉 모습은 꼭 닮았지만 마치 바쿠와 극과 극에 서 있는 사람처럼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료헤이. 그런 그의 사랑으로 인해 아사코는 그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바쿠에게 받았던 상처를 료헤이의 곁에서 천천히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자상한 모습으로 항상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료헤이에게 천천히 스며들듯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료헤이의 일로 인해 오사카로 이사한 아사코와 료헤이. 그리고 느닷없이 아사코 앞에 다시 바쿠가 나타나면서 그녀의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영화 <아사코>는 아쿠타카와 문학상을 수상한 시바사키 유카의 소설인 <자나깨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영화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영화의 스토리를 각색해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영화 속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남자 주인공 바쿠와 료헤이는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고 할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는 단순히 로맨스 연애 이야기가 아닌 일본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 영화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일본 사람들과 일본 사회가 서로 상처 받고 불안함을 느끼며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아사코의 첫 사랑인 바쿠는 마치 일본을 덮쳤던 지진, 해일과 같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대피 경보와 같은 배경음악이 나오면서 관객들마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바쿠가 언제 다시 떠나갈지 모르는 불안감 또한 그의 상징성을 말해준다.
반면 친절하고 편안한 느낌의 료헤이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본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료헤이는 불안하고 겁을 먹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도와주고 봉사하며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를 나타낸다. 영화 속에서 상처받은 아사코가 다시 위로를 받고 상처를 회복하는 것 또한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진 해일처럼 내 삶을 흔드는 위기에 당면했다고 해도 그저 서로 도와주는 사회만을 통해서는 나 자신이 온전히 회복되기는 어렵다. 결국 상처를 치유해야하는 것도 현실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야 하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일어서서 걸어나가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 흘러가지만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알고 감상한다면 더욱 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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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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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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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끄는 남자가 다가와 갑자기 키스한다! 이 얼마나 귀싸대기 몇 대 날릴 상황인지... 하지만 ‘아사코’(카라타 에리카)는 그를 밀쳐내거나 신고하는 대신 그와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다. 남자가 지닌 마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보리"라는 의미를 지닌 남자의 이름 "바쿠"마저 너무 좋다는 아사코는 이후 자유영혼을 지닌 남자가 짧으면 반나절, 길게는 며칠 혹은 몇 달간 통보도 없이 훌쩍 떠났다 돌아오곤 하는 탓에 애간장을 졸이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렇듯 <아사코>는 우직할 정도로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순도 높은 건전한 연애물이다. 잡다한 요소를 섞어 어설픈 웃음 혹은 난데없는 서스펜스를 조성하고자 이것저것 시도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아사코의 입장에서 올곧이 그녀의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소위 나쁜 남자였던 첫사랑 그리고 첫사랑과 꼭 닮은 두 번째 사랑이라는 통속적인 소재를 살리는 건 ‘애’와 ‘에’ 발음만큼의 미세한 차이로 빚어낸 사랑 감정이다. <해피 아워>(2015)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사랑’에 빠진 인물의 심리를 차분하고 섬세하게 전달한 덕분에 묘하게 설득당해 결국 극 중 인물들 모습 그대로 인정하게 만든다. 1인 2역을 맡은 히가시데 마사히로와 카라타 에리카의 단정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 특히 돋보인다.
2019년 3월 13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