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
The First Issue, 2018
개인적으로 옴니버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옴니버스 영화는 보기 편하기 때문이고 단편 영화의 응축된 스토리 전달에 잘 차려진 밥상을 대접받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보기 편하다는 뜻은 잘라서 보기 좋다는 뜻인데 스마트폰에 영화 파일을 넣어두고 한 편씩 끊어서 보는 방식이 관람 성취감도 높고 접근성도 좋다는 의미이다. 기승전결이 확고한 장편 영화의 플롯은 한 자리에서 쭉 이어서 봐야하는 의무도 있지만 옴니버스 영화 속 단편들은 그런 의무에서 자유롭다. 게다가 꼭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된다. 제목을 스킵해서 찾아가며 보고 싶은 에피소드를 먼저 봐도 편하다.
여기에 각각 다른 감독들이 자기 취향대로, 본인의 제작 의도대로 만들어서 합해진 옴니버스 영화라면 더욱 만족스러울 것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데 4-5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가성비로서 최고가 아닌가. 그래서 잘 차려진 밥상을 받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 영화 <창간호>가 바로 딱 그런 영화이다. 5편의 단편 영화가 들어 있고 4명의 감독이 각각 연출을 했다. 그래서 영화 제목처럼 5편의 영화 모두 새롭고 공통된 주제로 묶여있지도 않다. 다만 영화가 이야기 하는 일상의 팩트와 정서, 공감은 어느 정도 한 줄기로 이어지는 공감대를 가진다.
첫번 째 이야기. <대리 드라이버>
상사와 함께 술 접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하직원(조달환)은 대리운전을 부른다.
차량은 부하직원이 주인이고 상사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그 다음에 본인의 집으로 가야 하는 여정인데 대리운전 기사는 경유지가 있으면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자기 차 안에서 마음대로 담배를 피는 상사에게도 부화가 치민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간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리기사는 상사의 야구부 선배이자 학교 선배이고 의원까지 한, 높은 분인 것.
빨리 집으로 오라고 성화인 아내는 카톡에다 온갖 욕을 해대는데 진행되는 상황이 자꾸만 꼬여서 점차 시간이 늦어진다. 서로 신분을 알게 되자 높은 분이 된 대리기사는 오히려 뒷자리에 앉게 되고 부하직원과 상사가 대리기사를 모시고 다시 술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상황은 이 밤을 더욱 길게 만든다.
두번 째 이야기. <이혼합시다>
아무 문제없던 부부 사이에 어느 날 갑자기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이혼의 이유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직접 보길 추천하지만 이혼의 조건은 말할 수 있다. 10억을 준다는 것. 당연히 남편은 당황하고 어처구니 없어한다. 이 이혼 요구의 배경을 알고 이혼의 조건을 따져본다면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아내의 꿈과 원하는 바에 귀 기울여 보면 이혼이라는 단어보다는 다른 어떤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그 단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알아보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이다. 아내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들어보자.
세번 째 이야기. <양가성의 법칙>
연인과 이별을 한 여자. 머릿속도 엉망이지만 사는 집도 뒤죽박죽이다. 즉, 모든 일상이 정돈되지 못하고 헝크러져 있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또 다른 남자들이 있다. 남자들. 여자가 선택해야할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상황에서 해야 할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분명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중심을 잡아야할 것.
주변에 보면 본인의 뜻이 아닌데도 이런 엉거주춤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가끔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조언도, 위로도, 그 어떤 관심도 부담이 될 수 있고 도움도 되지 않을 수 있다. 오직 본인만이 해쳐나가야 할 수 밖에. 여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여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이다.
네번 째 이야기. <미안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달리 좀 독특한 가족애가 형성되는 것이 바로 형제애이다. 형제는 같은 배에서 태어난 운명을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세상 풍파를 겪는 운명 공동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형제들이 좀 많이 힘들다. 그것을 지켜봐야하는 관객이 만약 본인도 형제가 있다고 한다면 함께 슬퍼할 공간은 더 커질 것이다. 자매라고 다를 바 없다.
<미안해>가 이 옴니버스 영화 <창간호>에서 가장 무게 있는 감동을 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다섯번 째 이야기. <삼선의원>
개인적으로 이 <삼선의원>은 좀 작위적이고 낯간지러운데, 연극적 요소를 가져와서 영화 화면에 뿌려주니 이것은 연극이다, 이 장면은 꾸며낸 것이다, 라고 머릿속에서 자꾸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위에 보아온 4편의 영화처럼 이 영화에서도 느닷없는 상황에서 느닷없는 대사가 쏟아지기 때문에 어리둥절하게 만들지만 삼선의원이라는 주인공이 사선을 앞 둔 상황에서 찾아가고 싶은 본인만의 그 꿈과 낭만을 해석하다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나버린다.
위트 있는 대사와 연기자의 표정들을 보다보면 단편 연극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 또한 옴니버스 영화의 장점이다.
옴니버스 영화다 보니 다양한 배우들을 만나는 것도 또한 큰 재미이다.
조달환, 이지현, 조민재, 김재화, 지일주, 찬희… 등 그간 보아왔던 배우들의 색다른 연기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푸짐하게 잘 차려진 옴니버스 영화의 장점을 충분히 만끽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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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일상의 낭만을 추구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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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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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는 장르와 소재와 주제가 다른 다섯 편의 단편 독립영화를 모은 일종의 패키지 영화다. 극 중 <대리 드라이버>와 <삼선위원>의 연출자인 백승환 감독은 “단편 독립영화라는 게 영화제에 출품돼 화제를 모으지 않는 한 감독의 외장하드에 고이 간직될 뿐”이라며 ‘단편을 모아 개봉한다’는 취지로 영화 <창간호>를 기획하고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네 젊은 감독이 직선으로 혹은 사선으로 자신만의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소위 ‘(돈) 되는’ 소재와 장르의 영화만이 반복 제작돼 유사 영화들이 범람하는 요즘 추세에 장르와 소재 그리고 형식 면에서 다양성을 향한 갈증을 토로하는 관객도 많을 터. 단편 특유의 날카로운 포착과 번득이는 위트 혹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모호함이 공존하니 즐겨보는 건 어떨까.
2019년 1월 1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