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
Capharnaum, Capernaum, 2018

영화 <가버나움>은 레바논 영화로, 레바논의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이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가 아닌 다양성영화이면서 최근 큰 흥행을 거둔 극한직업과 개봉시기를 나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상업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 또한 제71회 칸영화제에 초청되어 영화제 최고기록인 15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감독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1차 후보에 최초의 아랍 여성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으며 레바논 최초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영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가버나움이라는 지명에 대해 알아보고 넘어가자. 이 영화의 배경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다. 그리고 등장인물이나 지명 어디에도 가버나움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한데 제목이 가버나움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버나움은 성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수 북쪽 끝에 있던 도시이다. 성경에 적힌 바, 예수님은 가버나움에서 병든 자와 어려운 자를 위해 무수히 많은 기적을 보여주신다. 베드로 장모의 열병을 낫게 하기도 하고, 눈 먼 자를 뜨게 하기도 하고, 중풍 환자를 치료하기도 하신다. 이처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가버나움 속 한 줄기 빛과 희망으로 다가가신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지 않는 가버나움을 향해 도시의 멸망을 선언하기도 하신다. 실제 가버나움은 6세기 이후 퇴보의 길을 거듭하며 사람이 살지 않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상기했듯이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다. 실제 이곳은 정치적, 종교적으로 매우 어지러운 상황에 처해 있는 분쟁지역이다. 마치 예수님이 구원을 위해 들렸던 가버나움의 상황과 비슷하다. 영화는 레바논의 베이루트를 배경으로 최악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난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출생신고도, 세상에 살아간다는 어떠한 공식서류도 없는, 그래서 나이도 다만 열두 살로 추정할 뿐인 어린 소년 자인이 있다.

자인은 가난한 부모의 집에 태어난 여러 명의 아이들 중 하나이다. 끔찍하게 가난한 그들은 어려서부터 바닷물에 약을 타는 법을 배우고 도둑질과 거리의 나쁜 문화를 답습하며 자란다. 자인에게는 여러 명의 동생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자인은 특히 바로 아래 동생인 사하르를 끔찍하게 아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인은 사하르가 생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이 생리를 시작하면 생계의 유지를 위해 남자들에게 일종의 대가를 받고 팔아 넘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인은 사하르의 생리 사실을 숨기지만, 결국 부모에게 걸리게 되고 사하르는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한 남자의 집에 팔려 간다.

부모에게 지대한 분노를 느낀 자인은 그길로 집을 나서 낯선 곳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자인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고 산전수전을 겪는다. 자인은 요나스라는 갓난아이를 만나게 되고, 아이의 손을 놓을 수 없는 자인은 그 자체로서 기적이라 말할 수 있는 보살핌을 요나스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요나스와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자인은 결국 요나스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간 자인은 사하르가 남편과의 결혼생활 중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크게 분노한다. 그리고 자인은 그 남자를 칼로 찌르기에 이른다. 경찰에게 잡혀 감옥에 간 자인은, 얼마 후 자신의 부모를 고소한다. 고소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를 낳은 나의 부모를 고소합니다.
영화의 시작에, 카메라는 공간적 배경인 베이루트를 하늘 높은 곳에서 조망한다. 마치 신이 그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감독은 베이루트를 성경 속 가버나움에 비유하고 있다. 성경 속 가버나움과 다른 점은 기적을 일으켜 어려움에 처한 자들을 도울 예수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이다. 자인은 영화 안에서 스스로 기적을 일으키는, 작은 소년의 모습을 한 예수로 비유된다. 자인은 스스로를 돕고 자신의 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에게 보살핌을 선물하고 사랑을 준다. 그리고 자인의 작은 움직임, 부모를 고소하고 자신의 생존을 세상에 알리는 그 작은 움직임은 요나스를 구하는 등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작은 기적을 선물한다.

감독은 아주 솔직하고 가감 없는 연출과 스토리로 어려움에 처한 난민과 아이들의 모습을 영화에 담는다. 이것이 신과 기적에 대한 반기인지, 작은 기적을 통한 신에 대한 기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경계해야 할 것은 같잖은 동정이나 잠깐의 연민으로 그들을 돕겠다는 건방짐이다. 세상 곳곳에 만연한 고통스럽고 부조리한 모든 현상들에 일일이 분노하고 그 일들을 해결하려 달려들기에 우리는 너무나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들이 아닌가. 다만 우리는 기도할 수 있고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떤 폭발음이나 화려한 장면도 없는 이 영화는 그 어떤 큰 폭발음보다 묵직한 질문을 우리 가슴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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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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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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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은 레바논 빈민가 베이루트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의 참혹한 삶을 마치 실제처럼 담아낸 126분간의 경이로운 극영화다. 관객은 출생신고도 마치지 못해 제 나이조차 모르는 소년 ‘자인’을 통해 비참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그곳 아이들의 삶과 맞닥뜨린다. 부모의 뜻에 따라 길거리를 전전하며 마약 음료를 팔고 원치 않는 조혼으로 파국에 이르는 것만큼, 아프리카계 불법체류자 ‘라힐’과 그의 갓난아기의 삶 역시 암담하다. 끊을 수 없을 것 같은 열악한 삶의 악순환을 지켜봐야만 하는 관객의 심정은 괴로움으로 요동친다. 다행히도, 감독은 소년 ‘자인’을 당돌한 악바리 캐릭터로 설정해 과감한 메시지를 여과없이 내던진다. 못난 어른의 강압에 굴복하지 않으며 죽기 아니면 대들기 식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자인’이 기어코 제 부모를 고소할 때, 그보다 한참 나약한 어른 관객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사무친다. 레바논 빈민가의 현실을 포착한 감독의 뚝심에 상업 극영화의 민첩한 흐름을 접목한 수작으로, 극장 상영을 권할 만한 작품이다. 소년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시리아에서 태어나 레바논 베이루트에 정착한 실제 난민이며, ‘라힐’ 역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영화에 담기 위해 6개월간 500시간 넘는 촬영을 거친 끝에, 제7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다.
2019년 1월 16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