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자와의 관계를 강요하며 딸을 학대하는 어머니, 아들에게 급작스레 커밍아웃하는 아버지, <열다섯의 순수>의 초반 설정은 다소 과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가족에게 상처받은 열다섯 소녀와 소년이 서로의 고통을 알아주는 상대와 마음을 나누게 된다는 이야기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 잘 이해되는 일이다. 영화가 바라보는 건 서로의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어떤 여정을 떠나는 소녀와 소년의 감정이다. 불안정한 마음이나마 서로 나누고 위안받지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은 두 사람은 서툰 접근으로 때로 갈등한다. 전반적인 영상이 굉장히 어둡고 극 분위기는 고요하며 대사도 많지 않은 편이다. 두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온 뒤 벌어지는 현실은 더욱 씁쓸한 데가 있어 취향을 많이 탈 듯한 작품이다. 하지만 가족 문제로 쉽지 않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사자나, 혹은 그런 경험을 하며 성장한 성인이라면 분명 마음 아플 만큼 공감할 만한 데가 있을 듯싶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2018년 4월 30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