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생명체의 DNA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하나다. ‘편집’에서 대략 유추할 수 있듯 각 고유의 종이 지닌 독특한 특성 유전체를 뒤섞고 재배열하여 끔찍한 혼종을 탄생케 하는 금기의 기술이다. 우연히 유전자 조작 물질에 감염된 괴수들이 <램페이지>의 주역이다. <램페이지>의 주 테마는 인간과 동물의 종을 뛰어넘는 진한 교감, 메인 이벤트는 미쳐 날뛰는 괴수들의 광란이다. 상어와 박쥐 등의 유전체가 결합하여 비약적인 성장력과 난폭성과 공격성을 지닌 알비노 고릴라 ‘조지’가 앞장서고, 좌우로 변종 진화된 늑대와 악어가 거하게 초토화 난장을 핀다. ‘조지’는 당연히 원조 괴수 ‘킹콩’을, 변종 악어는 고질라를 언뜻 연상시킨다. 아쉽게도 늑대는 난동 외엔 활약이 미미하다. 피터 잭슨의 <킹콩>(2005)에서 ‘킹콩’이 미녀를 보호하기 위해 공룡 티라노와 혈투를 벌였다면, 이번엔 ‘조지’가 덩치의 대명사 근육질 드웨인 존스를 위해 악어와 맞대결을 펼친다.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빌런과 첨단 장비는 어딘지 허술하고 기대 이하다. 영화의 구성 또한 촘촘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어차피 <램페이지>가 치밀한 짜임새를 추구한 것은 아닐 터. 정신없는 난장의 세계와 가끔 ‘뻑큐’ 날리는 ‘조지’의 농담과 장난은 충분히 오락적이다. <샌 안드레아스>(2015),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에 이어 브레드 페이튼과 드웨인 존슨이 다시 뭉쳤다.
2018년 4월 10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