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 2017

<쎄시봉>, <슈퍼 스타 감사용>, <열한시>,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 다양한 영화의 연출, 감독을 맡은 김현석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영화는 배우 이제훈과 나문희를 주연으로 내세운 <아이 캔 스피크>이다. 김현석 감독을 찾아보다 보니 그 감독이 만든 대부분의 작품이 내가 관람했던 작품들이었는데,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김현석 감독의 가장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고, 같이 관람한 친구에게도 그랬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아주아주 커다란 반전을 숨기고 있는 영화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 반전을 모르고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반전을 숨기고 싶지만, 그러고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 반전이 곧 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주 평범하고 전형적인 한국형 코미디물로 흘러간다. 전형적인 영화들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으며 개인적으로 배우 이제훈과 나문희의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영화의 약 3/5이 지나가고는,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봤다. 어지간한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편임에도 그랬다.

영화에서 배우 나문희는 극성맞은 할머니를 연기했다. 그리고 그 극성맞은 할머니는 어떻게든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영화는 그 이유를 내내 감춘다. 그리고 아주 센스있는 방법으로 그 이유를 공개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의 아픈 과거이며 힘써 분노해야 하는 과거인 위안부 사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구청의 공무원인 이제훈은 원리와 원칙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엘리트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없이 동생을 키워야 하는 처지에 놓여 구청 공무원으로 지내고 있다. 나문희는 그 구청의 블랙리스트 민원인이다. 말썽을 부리고 진상을 놓아서 블랙리스트가 된 것은 아니다. 나문희는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민원인이다. 그래서 구청에 하루에도 몇 개씩 민원을 제기한다. 게으른 구청 직원들을 타박하고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구청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감시까지 하는 것이다. 번거롭고 문제되는 것을 꺼려하는 구청 직원들에게 나문희는 공공의 적이다. 그런 나문희와 원칙주의 이제훈이 만나 벌어지는 사건이 영화의 전반부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영어를 끝내주게 잘하는 이제훈에게 어떻게든 영어를 배우려고 매달리는 나문희의 모습이 영화의 중반부를 이끌어간다. 더이상 나문희와 엮이기 싫어하는 이제훈과 어떻게든 엮여보려는 나문희.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닮아있는 두 사람이 만드는 에피소드에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다.

영화의 종반부는 영화의 장르가 바뀌어버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 이 전환에 있다. 무겁게 다루어서는 한없이 무거워질 수도 있는 소재를 가볍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게 다룬 감독의 기지가 돋보인다. 숨겨진 진실로 전환되는 과정이 아주 매끄럽고 어색함이 없다. 이런 자연스러운 연출 덕에 감동은 두 배가 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 말할 것도 없으며 연출자의 훌륭한 연출까지 더해지니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위안부 사건을 이야기 하는 것이 곧 정치적인 발언이 된다는 현실이 마음이 아프다.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그 사건의 피해자는 점점 사라지고 있고 그 사실은 가해자가 사과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과 같다는 말이다. 사라지고 있는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부르짖는 목소리는 슬프지만 아름답다. <아이 캔 스피크>, 나는 말할 수 있다. 그들은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반드시,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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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과 나문희의 연기가 궁금한 사람
눈물과 감동이 공존하는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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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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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건의 민원을 넣으려면 얼마나 많은 날이 필요할까? 한 달 20건으로 잡아도 얼추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다. 우리의 주인공 ‘나옥분’ 여사는 그 긴 시간동안 한결같이 이의 제기해왔다. 자칫하면 진상 억척 할매로 관객에게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때 김현석 감독의 장기가 발휘된다.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직전에 미운 짓을 멈춘다. 이웃을 생각하는 고운 마음씨를 언뜻언뜻 내보인다. 그렇기에 관객은, 영화가 여사의 숨겨진 사연을 풀어 놓기에 앞서, 이미 그녀의 구수한 귀여움에 어느 정도 매료된 상태다. <아이 캔 스피크>는 영어로 말하고 싶은 할머니가 손자 같은 9급 공무원에게 티격태격 영어 배우며 서로 가족이 되는 전형적인 과정을 따라간다. ‘영어 말하기’라는 개인적 소망을 가지고 있던 할머니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당사자로서 용기를 내어 증언대로 향하는 순간 코미디는 드라마로 방향을 트는데, 이 선회가 지극히 자연스럽다. 웃음과 감동의 어우러짐이 그야말로 조화로운 지점이다. 공무원스러움을 추구하는 조연들의 감초 연기도 영화에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웃음, 감동, 분노, 통쾌함까지 감정의 총체를 맛볼 수 있는 휴먼 코미디 드라마인 <아이 캔 스체피크>, 그 중심에 나문희의 연륜 깊은 연기가 있다. 코미디 속에 광주민주화항쟁을 녹여냈던 <스카우트>(2007)의 김현석 감독 신작이다.
2017년 9월 18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