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Pandora, 2016

<판도라>를 봤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나라를 떠나서 재난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재난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항상 똑같은 패턴과 어디선가 본 것 같고 보지 않아도 다음내용을 이미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말이다.
그래서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고 영화를 봤다. 영화를 다 보고 든 생각은 “괜찮은데?!”였다. 물론 내용은 항상 봤던 재난영화에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다. 괜찮다고 생각한 것은 영화의 내용이 아닌 영화가 나온 시기이다. 국가가 혼란스럽고 윗선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지금이라면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재미있어 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마 상황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면 재난영화의 인기에 묻어가려다가 실패한 그런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원전 옆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 사람들은 원전이 생긴 후로 관광, 어업을 하지 못 한다. 대신에 원전을 관리하는 하청업체에 취직을 해서 생계를 이어나간다. 최근에는 노후로 가동을 멈추었던 한별원전 1호기가 재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는 2년이 걸려 할 일을 3개월 만에 끝내서 안전에 대한 문제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관계자들은 괜찮다는 말만 하면서 무리하게 가동을 시작한다. 그렇게 아무런 문제없이 지나가는 듯 했으나 갑작스럽게 발생한 지진으로 원자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최악의 상황인 멜트다운이 진행되었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려고 노력을 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판도라>에서 나오는 원전은 한빛원전을 바탕으로 만든 것 같다. 이름도 그렇고 노후 된 원전을 재가동한 것도 비슷해 보인다. 게다가 배경을 한국으로 잡았다는 점이 근거를 뒷받침해준다. 그런데 분명 이름도 지역도 다 한국인데 영화를 보다보면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생각이 난다.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대해서 잘 모르고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음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이 난다. 영화를 다 보고 찾아보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만들 때 이 사고를 참고하고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영화를 보지 않고 내용을 알고 싶다면 후쿠시마원전사고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된다.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연기를 잘한다. 우리가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많이 봤던 배우들이 다수 나온다. 근데 오점이 2가지 있다. 첫 번째는 김명민씨다. 연기력은 누구나 인정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배역이 안 어울리는 것 같다. 평소에 지적인 이미지로 많이 나와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대통령으로 나오는데 밑에 사람들이 눈과 귀를 다 막아버려 아무런 힘도 없고 그냥 하자는 대로 하는 그런 사람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째는 신입간호사 역할을 맡은 배우이다. 간호사와 의사가 다 도망가는 시점에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피폭환자를 지키던 간호사로 나온다. 이런 장면을 만든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홀로 단독 컷이 나올 만한 장면이 아닌데 자꾸 나온다. 처음 한 번이면 그렇겠지 생각하는데 자꾸 나온다. 몇 번 그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신경이 쓰인다. 누가 봐도 얼굴을 알리는 것 같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을 생각보다 방해한다.

<판도라>는 전형적인 한국형 재난영화이다. 재난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추천 하지 않겠다. 그러나 감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보면 볼수록 점점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 원전은 필요악 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전기를 가장 값싸고 많이 만들 수 있지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엄청난 재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원전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 영화처럼 관리를 소홀히 하고 대충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관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성만 유지된다면 원전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없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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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감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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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투to2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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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는 안정된 시나리오와 연출로써 불안한 시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경각심을 일으키는 재난 블록버스터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원전 폭발, 지진이 일어나는 장면들은 오늘날 현실과 맞물려 섬뜩함을 자아낸다. 시의적절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소재를 수면으로 올렸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연가시>에 이어 박정우 감독의 상업적 연출력이 또 한번 빛을 발한 듯 하다. 그러나 한국인 정서에 맞춘 신파, 권력자들의 무능, 뻔한 결말 등은 유사한 패턴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순간적인 감동과 재미는 줄지 몰라도 그 이상의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또 영화는 끝까지 ‘눈물’에 집착하는 반면 ‘원전 사고’ 본질에 대한 접근에는 소홀하다. 캐릭터 또한 지극히 전형적이다. 결국 <판도라>는 안전한 방식으로 나라의 ‘안전’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그러나 단점도 많지만 영화 내외적인 요소를 감안하면 대중적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 2일 금요일 | 글_김수진 기자 (sooj610@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