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물결
Blossom , 2015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때가 있다.
거센 풍파가 몰아칠 때, 강한 나뭇가지는 부러지지만 부드러운 나뭇가지는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진 않는다. 영화 <흔들리는 물결>을 보는 내내 다짐과도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잔잔한 물결이 거센 파도를 잠재운다.’
시골 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하는 남자 연우(심희섭)는 말이 없다. 의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성도 부족하고, 가족들과의 큰 유대감도 없다. 정신과를 찾는 그에겐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연우가 근무하는 병원에, 어느 날 여간호사 원희가 들어온다. 원희는 연우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연우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원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영화의 시작에서 연우는 거친 숨을 내쉰다. 어떤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곤 화면이 바뀌면서 연우의 사연이 드러난다. 연우는 원희에게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일을 말한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고 씩씩해 보이는 원희도 췌장암 말기로 매일 고통의 시간들을 보낸다. 암 선고를 받은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연우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원희가 낯설면서도 자꾸만 그녀에게 마음이 간다. 상처 입은 사람은 다른 상처입은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이렇듯, 연우와 원희는 심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흔들리는 물결>은 이 둘이 만나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비춘다. 연우는 동생의 죽음 이후,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주변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병원 앞에서 실랑이를 벌였던 남자는 자살했고, 연우 역시 몇 차례 자살 시도를 했을 것이다. 원희도 죽음을 앞두고 있다. 죽음의 정조는 그렇게 영화 전체를 감싸며 퍼져나간다.

영화 <흔들리는 물결>은 상처 입었던 한 남자가 상처를 안고 있는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주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감정이 흐르는 그 순간의 모습을 소박하고도 진중한 자세로 담아내고 있다.
어둠으로 가득했던 연우의 삶에 원희는 한 줄기 강렬한 빛이었다. 연우의 아버지가 말했듯, 빛이 있으면 식물을 자라는 법이다. 우리에게 태양이 존재하는 한, 희망 역시 뒤따르게 마련이다.

매일 태양은 뜨기에 연우에게도 또 다른 희망이 다가올 것이다. 생의 끝에서 시작된 그들은 마침내 그들의 시간을 움직이고 만다. 태양이 내리쬐는 잔잔한 물결 속으로 들어가는 엔딩신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여주는 모습은 소박하면서도, 담백하다.
하지만 거기에 얽혀있는 감정의 흐름은 진지하게 다가온다. 대놓고 울리는 영화와 달리 <흔들리는 물결>은 감정을 억지로 호소하지 않는다. 담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상처를 치유해주는 힘은 ‘사람’에 있음을 다시한번 절감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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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의 드라마를 즐기는 분.
잘 만든 저예산, 독립영화를 보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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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동이크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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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물결>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이후 정신과를 다닐 정도로 마음이 피폐해진 ‘연우’와 췌장암 말기로 남모르게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원희’는 같은 직장에 다니고, 서로 자주 마주친다. 죽음에 대한 상처와 두려움 때문에 희망을 잃은 인생을 살고 있는 두 사람, 결국 서로를 위로하는 희미한 온기가 돼 준다. 하지만 그런 따뜻한 주제의식을 전달해줄만한 이야기들이 풍성하지 못하고, 주인공들이 겪어내는 많은 감정들이 우울함으로 뭉뚱그려져 있어서 관객의 100분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 첫 주연을 맡은 심희섭의 미묘한 표정 변화, 대사를 처리하는 발성은 인상에 남는다.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blossom’이라는 부제목을 달았지만 극 전반의 분위기와는 겉도는 관념적인 단어처럼 느껴지는 점도 아쉽다. <와니와 준하>(2000)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김진도 감독의 데뷔작이며,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됐다.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pgot@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