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2016

취업을 준비하지만, 몇 번이고 반복된 탈락에 풍호의 의지는 꺾인 지 오래다. 그는 자신의 무술 실력을 이용하여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리얼 맞짱 게임으로 용돈벌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동생을 지켜보는 형, 강호의 속은 나날이 타들어가기만 한다. 강호는 뚜렷한 직업의식을 가진 형사로, 최근 도시괴담처럼 퍼지고 있는 현피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과 이 살인사건의 원인이 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동생. 두 사람은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다. 강호는 동생의 철없는 행동에 분노하고, 풍호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몰라주는 형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형제의 냉전은 오래가지 않는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강호가 범인의 수법에 당해 크게 다치고 만 것. 복수를 위해 범인을 수소문하던 풍호는 이내 한 사람의 꼬리를 잡게 된다. 언뜻 평범한 회사 CEO로 보이지만, 사실 싸움에 미친 게임중독자인 재희가 바로 그 용의자다. 하지만 재희는 평범한 취준생인 풍호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대. 풍호는 이 거대한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 복수의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이주승이 연기한 풍호는 전형적인 현대 젊은이다. 나름대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취업시장에서 번번이 미끄러지고, 이로 인한 경제적 빈곤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리얼 맞짱 게임이라는 위험한 도박에 빠져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풍호는 형 강호를 닮아 어려서부터 뛰어난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강호가 경찰로서 활동하는 반면, 풍호는 자신의 실력을 그저 하루 용돈벌이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번번이 떨어지는 동생을 보며 강호는 경찰시험을 권유하지만, 풍호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현피는 인터넷상에서 널리 쓰이는 신조어로,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여러 번 들어봤을 단어다. 플레이어 킬(player kill)의 약자로서 오프라인 상에서 유저끼리 시비가 붙은 끝에 실제로 만나서 싸운다는 뜻인데, 변요한 주연의 스릴러 <소셜포비아>또한 현피를 하나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다만 <소셜포비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퍼진 SNS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다뤘다면, <대결>은 현피라는 소재를 코믹한 게임으로 해석하여 평범한 주인공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전형적인 영웅 스토리를 따르고 있다.

<대결>에는 현피를 제외하고도 또 하나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바로 취권이다. 극 초반, 풍호는 자신에게 진 상대로부터 오래된 책 하나를 받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사실 이 책은 취권이라는 궁극의 비기를 다룬 책이었고, 풍호가 스승을 찾아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풍호는 현피에 대한 잘못을 치르기 위해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받는데, 이 노인을 돌보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매일매일 술을 달고 사는 것은 물론이요, 성격까지 포악하여 풍호는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하지만 관객은 영웅 스토리의 왕도를 떠올려야 한다. 인생의 큰 스승은 언제나 초라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극중 풍호의 숙적으로 등장하는 재희는 전형적인 성공한 엘리트다. 반듯하게 차려입은 정장과 예의바른 말솜씨, 지나가는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훌륭한 비주얼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싸움과 승리에 미쳐 범죄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다. 최근 여러 작품에서 겉모습과 속이 다른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캐릭터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겉만 봐서는 조금도 파악하기 어려운 캐릭터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며, 설령 알아챈다 해도 주변에서는 믿어주지 않는다.

풍호는 취권을 전수받기 위해 평소의 자신이라면 하지 못했을 행동들을 하고, 언제나 쉽게 포기해버리곤 했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전체적인 흐름상 풍호가 취권을 전수받는 과정은 길게 볼 수 없었지만, 결국 악에 대항하는 통쾌한 액션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현대인의 머릿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한 흐름, 각자의 역할과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로 인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저 마음껏 웃고 싶을 때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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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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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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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은 중국무술 마니아였다는 신동엽 감독이 ‘취권’을 소재로 하여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를 원 없이 만들었다는 무술액션영화다. 감독은 고전 취권에 현피라는 신생 소재를 접목하여 현대적 재미를 더했다. 거기에 기저에 깔린 ‘도장깨기’와 ‘무공수련’, ‘사부 모시기’ 등 어릴 적 한 번쯤은 접해봤을 법한 향수 돋는 얘깃거리로 친근함을 보탰다. 또, 영화 속에는 취권 외에도 세계 각 나라의 전통 무술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오지호와 이정진의 쭉쭉 뻗는 액션은 시원하고 이주승의 취권은 코믹하다. 하지만 <대결>을 형의 복수를 위해 현피에 뛰어든 동생의 진지한 복수극으로 접근한다면 빈약한 스토리와 엉성한 전개는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기대치를 낮추고 본 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색다른 액션 영화다. ‘현피’란 게임이나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을 현실에서 직접 만나 싸움을 하는 것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2016년 9월 18일 일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