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Zoe,2018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근미래사회.
사람처럼 생겨서 말을 하고 일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사회 곳곳에서 평화롭게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완벽하게 사람처럼 보이진 않지만 프로그램화된 인공지능의 기술은 매우 자연스럽게 인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근미래사회는 인간들의 관계, 행복, 사랑, 욕망 등에 대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된 상태이다. 남녀가 연인관계로 이뤄질 수 있는 통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서 확률을 알려주는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조(레아 세이두)는 같은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콜(이완 맥그리거)를 좋아한다. 그래서 본인도 연구소의 연애예측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테스트를 해보는데 그 확률은 0% 로 나온다.
당황한 조는 이 결과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만 곧 콜에게 직접 좋아하는 마음을 내비친다.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콜은 사실을 말해준다. 조는 잘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이고 본인이 직접 만든 제품이라는 것을. 과거의 기억이 프로그램화된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고 배워가며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까지 진화한 것을 보고 콜은 당혹해하면서도 신기해하며 또한 조의 매력적인 모습에 본인도 또한 연애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인 로봇의 형태에서 진일보하여 보다 인간적인 외모의 매력을 풍기는 조. 하지만 그래도 조는 로봇일 뿐, 인간이 아니기에 콜은 조의 직접적인 질문 – 나의 감정처럼 당신의 감정도 진짜인가 – 에 대한 대답을 주저한다.

조 자신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이것이 심어진 감정인지, 누군가의 기억인지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고 콜은 또한 인간으로 가져야 할 기준과 본인의 감정에 대해서 어느 편에 서지도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과연 이 둘의 감정은 어떻게 정리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인공지능 로봇인 조는 본인이 로봇이라는 것을 몰랐다가 연애 확률 프로그램 테스트 후 콜에게서 직접 로봇이라는 것을 듣고 알게 된다. 그것도 본인을 제작한 제작자로부터.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감정까지 진화한다면 이렇게 거의 인간과 똑같이 되는 현상에서 인간은 혹시 모를 위협을 느껴서 공포를 느낀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사랑을 느끼는 인공지능을 보여주면서 연민을 느끼게 한다. 웨이터 로봇이나 잔디를 깎는 로봇들은 얼굴의 마스크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등으로 단번에 로봇임을 알 수 있는데 조는 업그레이드 된 나머지 거의 완벽하게 인간과 유사하다. 그래서 조 본인도 자신이 로봇임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

본인이 로봇임을 알고서 그동안 남들이 다하는 여행이나 친구와의 만남 같은 누구나 하는 인간의 행태를 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즉, 프로그램화된 과거와 자각을 한 현재는 조를 구분짓게 하고 각성된 조는 이제 자신의 본 모습을 찾고 싶은 욕망이 든다. 그것은 바로 본인이 느낀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인정을 받는 것. 하지만 콜은 인간이기에, 로봇인 조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은 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간처럼 뜨겁게 불타오르고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

첫눈에 반해서 뜨겁게 사랑하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서로의 단점을 알게 되면서 눈에 씌어진 콩깍지가 벗겨지면 사랑의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것은 아마도 남녀 관계의 공식이 아닐까. 마음의 상처를 안고 헤어진 콜과 조는 인공적인 약물에 의존해서 그 상처를 치유하려고 애쓰고 연애 감정을 다른 방향으로 타인과 만들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외면하는 현실도피일 뿐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약물의 효과가 사라진 다음에는 공허함만이 찾아올 뿐.
인공 지능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지만 영화는 실제로는 지금 현재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들어온 것만 같다. 다른 어떤 미래 기술의 진화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과 로봇의 멜로에 초점을 맞췄기에 사실 그런 과학 배경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인간과 로봇의 사랑이 아니라 존재와 존재의 감정이라는 것이므로.

능숙한 연기가 무르익은 이완 맥그리거는 이혼남으로서 본인이 해야할 일과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인간적인 표현을 매우 잘 해주었다. 마초도 아니면서 초식남도 아닌, 과학자로서의 매력과 발랄한 남성성을 가진 도시남. 그리고 보고 있으면 정말 로봇 같은 느낌의 레아 세이두의 마스크는 전형적인 서양인의 느낌이면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초기 버전의 조에서 업그레이드 된 조2.0 들의 모습을 보면 레아 세이두의 여러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도 온다. 이 매력적인 여배우를 캐스팅한 이 영화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최고의 캐스팅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이다.

현대 사회의 매말라가는 인간 관계들 속에서 남녀의 사랑과 연애는 끝없이 이어지고 발전되어가고 있다. 이 영화에서처럼 종래는 인간과 로봇의 사랑도 곧 다가올 미래가 될 것이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처럼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중반에 나오는 지하 환락가 장면을 보면 불편한 마음도 들테지만 인간 사회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공존해 가면서 밝은 면이 어두운 면을 점점 불 밝혀가며 발전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 긍정의 에너지를 이 영화를 보고나면 흠뻑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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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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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드레이크 도리머스는 사랑을 화두로 그 본질과 속성 그리고 여러 형태에 대해 꾸준히 고찰하고 변주해 왔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이 경험하는 감정의 파고를 그렸던 <라이크 크레이지>(2011)와 불륜에 빠진 남녀의 사랑과 이후의 균열을 다룬 <우리가 사랑한 시간>(2015)으로 큰 호응과 지지를 얻었다. 또, SF 드라마 <이퀄스>(2016)는 사랑이 금지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감정이 제거되지 않는 이들의 사랑을, <뉴니스>(2017)에서는 데이트 어플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여성으로 인해 흔들리는 관계 등등 사랑과 관련된 만남과 이별, 환희와 고통의 다채로운 얼굴을 전해왔다. 트렌드세터적인 면모를 보였던 도리머스가 이번 <조>에서 주목한 것은 인공지능이다. 과연 인간과 로봇 간의 사랑이 가능할까. 설계된 이상의 감정을 로봇이 느낄 수 있을까. 나아가 감정까지 인위적으로 조절이 가능해진 시대에도 인간이 여전히 사랑을 갈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리머스는 <조>가 “기술이 어떻게 마음속 결핍을 메울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현대적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투명한 영상과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그리고 여성을 중심에 놓는 것이 그가 주로 애용해온 스타일인데, <조>에서도 그 화법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레아 세이두와 이완 맥그리거가 인공지능 로봇과 설계자로 호흡 맞췄다.
2019년 7월 11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