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
Next Sohee, 2022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는 하지만 개똥만도 못한 세상에 지쳐서 생을 포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죽음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자 함일까? 죽음은 세상의 종말과 다름이 없다.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누군가는 그 죽음을 기억할지언정, 죽어버린 자는 그 무엇도 알 수 없으며 남겨진 세계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눈을 감은 그 순간! 그가 알던 모든 것이 무로 사라진다. 그 죽음으로 인해 세상이 뒤바뀐다고 할지라도, 바뀐 세상은 더 이상 그의 세계가 아니다.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어서 보지 않으려고 했던 영화 다음 소희는 그래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우선 가장 좋았던 점은 소희를 연기한 배우 김시은의 매력에 있으며, 심리적 피로감을 계속 안기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던 부분도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소희를 괴롭히며 보는 이들마저 그녀가 느끼는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받게 했다면 그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겠지만 영화관람을 통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반부의 소희 이야기와 후반부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로 나눈 선택은 그런 측면에서 괜찮았다고 생각되며, 그녀들이 초중반에 만났던 하나의 계기를 통해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던 것도 좋았다고 본다. 소희가 이루지 못한 꿈과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 영상에 담긴 춤을 추는 소희의 모습에서 이야기가 닫히는 결말은 차라리 그녀의 문제를 영화 안에서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영화적인 결말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그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고 있지도 않기에 말이다.
소희가 그 안에서 느꼈을 감정은 그래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제대로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 만한 내용이며, 그녀를 강제로 묶어버리는 족쇄와도 같은 요소들조차 눈에 훤하게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고 말하는 회사의 입장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충고와 직결되며 제대로 효과를 나타낸다.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딨냐면서, 마치 그거 하나 이겨내지 못하면 결국에는 실패자 또는 낙오자가 될 것처럼 협박하고 겁을 주는 상황은 단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현실에서 흔히 사용되는 작업방식이다.
그리고 이는 학교를 위해 열심히 다니라고 말하는 담임(허정도)의 말을 통해서도 부담이 더해지고 있는데, 오직 업적 달성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방식은 소희가 다니는 회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모두 소희를 인간이 아닌 숫자로 생각하며 숫자 하나를 올리기 위해 그녀를 계속 묶어둔다. 적어도 그녀의 가족이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래서 그녀를 도울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영화 속 부모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왜 자해를 시도했는지 그 이유라도 물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텐데..
소희의 이야기가 끝난 뒤 나머지는 유진이 소희의 사건을 파헤치는 것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전환을 통해 잠시 감정적 휴식이 더해지고 다시 소희에 대한 사건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만, 아쉽게도 극적으로 끌어 올릴만한 힘은 부족하다. 아무래도 사건의 원인이 명확하고 그 결과 또한 확실하기에 반전적인 요소를 집어넣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을 것이며, 유진의 능력을 과하게 그려내는 것 또한 이상했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은 결국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찾으라는 것이기에.
작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아이러니하게도 그 작품에서조차 코치 역을 맡았던 배우 허정도에게 그녀가 조종당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에서 봤던 배우 김시은은 주연배우를 괴롭히는 악역 느낌이 강해서 그런 연기에 특화된 배우인가 싶었지만, 오히려 소희의 모습이 그녀에게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다양한 연기를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배우 김시은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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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배우 김시은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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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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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주리
배우: 김시은, 배두나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8분
개봉: 2월 8일
간단평 : 소외 받는 이웃을 향한 관심을 환기하는 데뷔작 <도희야>(2014)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정주리 감독이 비슷한 결의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로 9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작품 역시 지난해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소희’(김시은)는 졸업을 앞두고 인터넷 회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취직한다. ‘소희’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며 들뜨지만 실상은 기대와 다르다. 노동 착취가 예사로 일어나는 콜센터는 그야말로 노동 지옥이다. 그곳의 잔인한 현실은 암울한 사고로 이어지고, 형사 ‘유진’(배두나)은 악착같이 진실을 좇는다.지난 2017년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다음 소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분별하게 착취되는 저임금 노동자의 실태와 이를 조사하는 형사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누구나 공분할 법한 잔혹한 현실이지만 인위적인 감정적 과잉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제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에 살고 있을 많은 ‘소희’가 이 영화를 통해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빛을 발한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 데뷔를 한 신예 김시은은 함께 주연을 맡은 배두나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험난한 현실 앞에 점차 무너져 내리는 십대 소녀 ‘소희’ 역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도희야>에 이어 정주리 감독과 두 번째로 합을 맞춘 배두나는 건조한 영화의 톤에 맞게 지치고 무력한 형사 역을 탁월하게 소화해내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유사한 역을 맡았던 드라마 <비밀의 숲>,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2022)에서와는 또다른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2023년 2월 3일 금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