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행_눈길을 걷다
Snow Paths , 2015
지난해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여배우가 있다. 송강호, 강동원과 함께 영화 <검은 사제들>에 출연했던 박소담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박소담이 귀신 들린 소녀가 아니라 신비로운 수녀로 돌아온다. 이번에 리뷰 할 영화는 <설행_눈길을 걷다>이다.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는 특별한 영혼의 교감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정우(김태훈)와 마리아(박소담)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는 정우가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산 중에 위치한 요양원 '테레사의 집'에 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앞에 신비로운 수녀 마리아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극적으로 펼쳐진다. 연출을 맡은 김희정 감독은 '하얀 눈밭을 울면서 걸어가는 남자의 이미지'에서 영화를 기획하게 되엇다고 했다. 그리고 김희정 감독의 기획의도처럼 영화는 알코올 중독자인 정우가 겪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담아낸다. 고통과 두려움, 갈망을 경험하는 정우와 그런 그를 위해서 곁에서 기도하는 마리아 수녀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영화는 정우의 감정들을 클로즈업 장면들을 통해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특히 정우와 마리아의 특별한 교감은 다른 영화들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남녀간의 감정이 아닌 확연히 다른 감정이다. 그들만의 교감은 다른 어떤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지점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서 영화속에서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겉으로는 섣불리 드러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애써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정우왕 마리아의 교감을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꿈과 현실에 대해서 그리고 상처와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대해서 깊이있게 묘사해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이들의 상처와 치유를 함축해서 표현해내는 것이 있다. 바로 폴란드 쳉스토호바의 '검은 성모'이다. '검은 성모'는 아무리 덧칠을 해도 계속 다시 나타나는 상처를 가진 성화이며, 기적을 일으키는 성화로도 불리운다. 영화 속에서 이 성화는 정우와 마리아에게 특별한 의미로 등장하게 되고, 영화의 주제인 상처와 치유, 기적 등을 함축하고 있어 영화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어준다.
남자 주인공 정우 역에는 영화 <아저씨>, <경주>,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한번 더 해피엔딩> 등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 김태훈이 캐스팅됐다. 그는 영화 속에서 알코올 중독자 역으로 나와 기존에 보여준 다정하고 순애보적인 남자에서 벗어나 색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정우는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인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 경계를 헤매는 남자이다. 김태훈은 영화 속에서 정우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연기해냈다. 특히 정우의 고통이나 두려움, 갈망 등이 극대화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클로즈업을 해서 정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김태훈은 정우의 미세한 떨림들까지도 연기로 소화해내면서 캐릭터의 입체감을 한층 더 높여줬다.
영화 <검은 사제들>로 더이상 말이 필요없을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준 박소담은 전작과 달리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에서는 순수하고 신비로운 수녀인 '마리아'로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마리아는 과거의 모습을 잊고 살아아고 싶어하는 캐릭터인데, 박소담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강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나 수줍고 정 많은 마리아의 모습을 연기했다. 영화는 정우의 고통과 두려움뿐 아니라 그가 수녀 마리아를 만나서 치유되는 과정도 섬세하게 스크린에 그려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마리아의 대사 중 '우리의 영혼은 연결되어 있어요. 설명하긴 어려워요'라는 대사는 영화를 통틀어 정우와 마리아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가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이미 유럽, 미국, 인도, 중국 등 세계의 유명 영화제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희정 감독은 대학 재학 시절에 만들었던 단편영화에서부터 장편영화까지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 여성 감독이다. 특히 그녀의 데뷔작인 <열세살, 수아>와 장편영화 <청포도 사탕>은 각각 깐느 영화제 신인감독 지원프로그램인 '레지당스 인 파리'에 선정되어 깐느 영화제 레지더스 10주년 기념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주목 받은 바 있다. 그녀의 신작인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는 제작되기 전부터 전주국제영화제의 장편영화 지원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5'에 선정된바 있다.
영화속에서는 종교와 무속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한간에는 영화가 관념적이라는 평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김희정 감독은 데자뷰와 같은 현상을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것과 같이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도 관념적이기보다는 일상적이라고 설명한다. 어찌보면 관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영화를 보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도 할 것 같다. 다른 것들은 다 뒤에 두더라도 아름다운 설경과 주인공들의 실감나는 연기만 보더라도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는 볼 만한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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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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