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스
Malice , 2015
이 영화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정신질환 범죄를 모티브로 했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간단히 말해서 자신이 지어낸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여기는 것인데요, 용어 자체는 낯설지만 그 뜻을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드문드문 발견할 수 있는 질환인 것 같습니다. ‘멜리스’는 이 정신질환이 최악으로 치닫을 때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잘 표현해낸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주인공 ‘가인’은 리플리증후군에 빠진 사람이며, 그는 ‘은정’과 ‘우진’, 그들의 딸 ‘서아’로 이루어진 가정에 끼어들곤 자신을 그 가정의 주인공으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가인’은 ‘은정’과 학교동창 사이며, 서로 간에 왕래가 없다가 성인이 되어 우연치 않게 조우합니다. 은정네의 아이를 돌봐주던 도우미가 개인사정으로 한동안 못 오게 되고 또 은정 자신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는데, 이 때 가인이 자연스럽게 아이와 집을 돌봐주기로 합니다.
가인은 본격적인 스토리를 달리기도 전부터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내면을 보여줍니다. 개미가 모여있자 뜨거운 물을 퍼붓고, 자신 앞에 굴러온 공은 섬뜩하게 수십차례 찔러 터트립니다.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인가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토론은 현재까지도 활발한 논제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번쯤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너무 범죄자의 불행한 삶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순종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비추는 것이, 너무 이 범죄자도 피해자였음을 외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개연성입니다. 아내 ‘은정’은 너무도 둔합니다. 남편과 아이 모두 가인을 수상하게 여기고, 심지어 남편의 친구들까지 이상하다고 조언해줬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은정만은 그것을 전혀 눈치 못챕니다. 가인이 이상하리만치 차갑게 굴어도 모릅니다.
물론 남편도 함께 둔하기도 합니다. 집에 쓰레기봉투 두 봉지가 나올만큼 물건들을 내다버려도 뭐가 없어졌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거실에 걸려있는 커다란 결혼사진을 버렸는데도 말입니다...이처럼 영화는 약간의 허술한 점을 안고 있어서 관객들을 황당하게 만듭니다.
분장에 대해서도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인의 싸이코틱한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과하게 스모키 화장을 했는데 ‘나 나쁜 사람이야’를 너무 티내려고 하는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한 설정 때문에 착한 가면연기는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 괜찮았습니다. 어린 딸과 친한 척 하기 위해서 아이의 시선에 맞추는 모습, 우진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모습 모두 잘 소화해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우 홍수아가 여러 얼굴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 외에 은정, 우진 등 많은 조연들의 연기는 자연스러워 극의 몰입에 한 몫 해주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놀라운 부분이 있었는데, 한 가정의 행복을 그리는 것에 영화 스탭들이 많은 심혈을 기울였구나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소소한 상황들, 소소한 대화들이 극에 리얼리즘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개연성이 허술한 것은, 실화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피해자가 실제로 그렇게 속아넘어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출의 자연스러움은 순전히 영화스탭들의 재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꽤 잘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영화는 크게 잔인하지도 않고 무서운 장면도 그다지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한 싸이코틱한 범죄가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섬뜩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비참한 취급을 받으며 불행한 와중에 행복한 가정을 발견하였다, 그것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살인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고 이런 범죄도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좀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범죄이기 때문에 한번 영화를 감상하며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사람이 실제로 주변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무서운 영화. 멜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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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홍수아의 스크린 복귀에 관심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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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혜경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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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거여동 여고동창 살인사건’ 은 질투심을 느낀 한 여인이 동창생은 물론 세 살, 한 살된 친구의 자녀까지 살해한 사건이다. <멜리스>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작품으로 신예 김용운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멜리스>는 고시원에 살면서 VIP급 소비를 하는 등 보여지는 것에 골몰하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고 리플리 증후군, 사이코 패스 등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끔찍한 범죄행위를 고발한다. 하지만 홍수아의 표정에서부터 이미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복선으로 깔아 놓은 암시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현실적인 공간과 일상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비현실적으로 공감 없이 펼쳐진다. 그러나 후반부 형사의 대사를 빌려 범죄에 대한 변명으로 사용되는 각종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대한 감독의 일침에는 적극 동의한다.
2016년 2월 4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young@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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