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을 들다
2009

스포츠 영화는 그런 것이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들며, 결국 사람을 울리는 그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벅찬 기분. 사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단어를 찾는다면 "감동"이라는 말이 가장 적합할까. 어째서 사람들은 이런 스포츠 영화에 감동을 느끼는 것인가.
내가 예전에 읽었던 어느 책에서 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 영화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스포츠가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기 때문일 것이다. 환호하는 승자도 울고 고개를 떨어뜨리는 패자도 운다. 그걸 지켜보는 우리도 울고 만다." 정말 스포츠 영화가 무엇인지 잘 설명해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스포츠 영화인 <국가대표>가 개봉하기 약 한달전 바로 이 영화 <킹콩을 들다>가 개봉이 되었다. 역도라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한 이 영화는 나름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한달후 개봉한 <국가대표>에 밀려 박스오피스에서 사라져버렸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던 이지봉(이범수 분) 선수는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둔 후 어느 시골에 있는 여자 중학교의 역도부 코치로 부임하게 된다. 그러나 여자 중학교의 역도부 코치 같은 일을 그가 의욕넘치게 임할리 없다. 학부모 설명회 자리에서 "여자애들 시집 못가요. 팔뚝 굵어지지, 허벅지 굵어지지, 엉덩이 커지지..."같은 말을 내뱉는 장면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꿈을 위하여 역도부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아주 극소수의 학생들, 결국 이지봉은 마지못해 그들에게 역도를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역도부원들과 이지봉의 사이는 날이 가면갈수록 돈독해진다.
영화의 내용은 정말 흔한 스포츠 영화다. 뻔해도 이렇게 뻔할 수가 없는 클리셰 범벅 영화이다. 힘든 훈련에 나날에 지쳐 탈선하는 주인공 혹은 등장인물은 코치의 손길로 인해 다시 돌아오며, 날이 갈수록 돈독해지는 코치와 선수들, 그들을 질투하는 악당 포지션, 그 악당의 계략에 빠져 헤어지게 되는 코치와 선수, 코치님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까지, 이거 완전 1990년도 개봉 영화인 <죽은 시인의 사회>같은 걸? 결말 부분에선 아예 관객을 울리려고 작정한 것만 같은 대한민국 코미디 영화 특유의 신파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평균의 모습은 보여준다. 비록 어딘가에서 본 듯한 영화이지만 코미디 장면에서는 웃기고 경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에게 긴장감을 안겨주며 결말 부분에서는 조금 뻔하지만 많은 이들을 충분히 감동시킨다. 이 영화는 그런 뻔하지만 웃기고 재밌고 감동적이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 모두 훌륭한데, 이범수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역도부원들의 연기력도 훌륭한 수준이었다. 덕분에 영화에 상당히 몰입을 잘할 수 있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역도는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4년에 한번 열리는 올림픽에나 관심을 가지는 비인기 종목이다.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가 없는데, 많은 국민들이 역도, 아니 관심을 많이 못가지고 있는 수많은 비인기 종목들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을 알게 되자 이 영화가 또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 영화는 전병관 선수를 발굴해 냈던 정인영 선생의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라고 한다. 안타깝지만 정인영 선생은 2001년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근무 중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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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커넥션35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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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얼마나 많은 무게의 바벨을 들어 올리느냐에 따라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스포츠. 우리가 아는 역도는 이것이 전부다. 경기에 대한 규칙이나 원리, 과정도 모른 채 단순히 어떤 선수가 무슨 색깔의 메달을 땄느냐 에만 열광하는 것이 역도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들 모습이다. 영화 <킹콩을 들다>는 바로 이러한 스포츠인 역도에 대한 이야기며, 동시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자 순수한 땀과 눈물에 대한 이야기다.서울올림픽 동메달 리스트지만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접은 이지봉 코치는 한 시골여중의 신생 역도부 코치로 부임한다. 제대로 된 선수도, 변변한 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역도부의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그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게다가 무작정 역도를 하겠다며 역도부에 들어 온 여섯 소녀들 역시 답답하긴 매 한가지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낚시나 하며 시간을 보내던 이지봉 코치는 자신과 달리 역도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의지로 가득한 아이들을 보며 점차 마음을 열어 가기 시작한다. 대강의 줄거리만 봐도 알겠지만 영화 <킹콩을 들다>는 지금까지 흔히 봐 온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마냥 식상하고, 구태의연하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킹콩을 들다>라는 제목처럼 관객들의 마음까지 들어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올림픽 경기장면과 전병관, 이배영 등 실제 역도선수들의 카메오 출연, 그리고 영화 중간마다 등장해서 웃음을 주는 배우들의 역도 경기 장면 등은 이 영화가 역도를 소재로 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며, 그 재미를 충분히 더해준다. 하지만 영화가 지닌 매력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여자 부문에 걸린 열다섯 개 중 무려 열네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은메달을 거머쥔 시골 소녀들과 그들을 걸출한 선수로 키워낸 아버지 같은 코치였던 故 정인영 선생의 실화를 모티프로 삼은 스토리는 영화의 진정성을 더해준다. 그리고 그것을 커다란 줄기삼아 사제지간의 내리사랑과 순수한 시골 여중생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낸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간들을 더욱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엮어낸다.무엇보다 영화가 관객들을 들어 올리는 힘은 바로 각자의 몫을 완벽하게 해 낸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에 있다. 외유내강의 이지봉 코치를 인간적으로 연기한 이범수나 거무튀튀한 피부와 사투리까지 그야말로 시골 여중생으로 변신한 조안의 연기는 두 말이 필요 없으며, 각자의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신인배우들 역시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영화를 든든하게 지탱해준다. 빵순이 현정, 선머슴 같은 여순, 모범생 수옥, 무엇이든 들어 올리는 보영, S라인을 책임지는 4차원 민희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독특한 성격을 지닌 아이들, 그들이 역도의 맛을 알아가고,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시종일관 보는 이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비록 감동이 목적인 스포츠 영화의 특성상 신파적이고, 작위적인 설정들이 군데군데 엿보이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관객들로 하여금 덮어두게 만드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극중 이지봉 코치는 선수들에게 말한다. “역도는 트랙이 존재하지도 않고,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판정시비도 적어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수 있다.” 이 한 마디 대사는 곧 영화 <킹콩을 들다>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화려한 CG 대신 촌스러운 화면들이 스크린을 채우고, 대단한 스타배우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어린 감동과 웃음, 그리고 희망적인 메시지는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비록 거대한 로봇군단과 마법학교 학생들이 앞뒤로 배치돼 있어 그리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지만, 제목 그대로 킹콩 같은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 글_김진태 객원기자 ( jintae81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