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와 미녀
The Beast And The Beauty, 2005

쏟아졌던 2000년대 코믹 멜로 중 하나의 수작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영화는 코믹 멜로 영화가 대세였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를 시작으로 코믹한 멜로 영화는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이 후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시작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코미디 장르를 겸비한 로맨스 영화였다.
이들 영화의 성공으로, 최근까지 청춘 스타들을 기용한 로맨틱 코미디나 코믹 멜로가 쏟아져 나왔지만 <엽기적인 그녀>,<동갑내기 과외하기>만큼의 성공을 거둔 작품은 드물었다. 언젠가부터 오직 웃기기 위해 억지스러움을 마다 하지 않는 캐릭터나, 이미 숱하기 봐온 식상한 설정들이 난무하면서, "코믹 멜로"는 더 이상 발전하거나 새로울 게 없는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5년 가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코믹 멜로에 색다른 장르를 접목하여 특색있는 고급 코믹 멜로 영화로 탄생했다.
언발란스 커플에게 다가온 연애인생 최대의 위기, 사소한 거짓말로 계속 꼬여만 가는 상황은 고급 상황 코미디의 진가를 만찍하게 한다. 게다가 귀여운 코믹 커플 류승범과 신민아는 헐리웃의 벤 스틸러, 아담 샌들러, 르네 젤위거, 드류 베리모어 이상의 코믹 연기를 보여주면서 코믹 멜로 장르만의 즐거움을 보여주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천생연분(?)커플의 깜찍함
만화 영화 ‘괴물’ 소리 전문 성우 ‘구동건’(류승범 분)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예쁘고 착한 애인 ‘장해주’(신민아 분)가 있다. 해주의 손발이 되어 그녀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주던 동건은 자신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해주에게 이마에 큰 흉터가 있는 험악한 인상 대신 얼떨결에 고교 동창 킹카 였던 ‘탁준하’의 외모인양 자신을 설명한다.
거짓말의 행복함도 잠시…. 해주가 수술을 받고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거짓말이 탄로 날까 안절부절 못하던 동건은 눈을 뜬 해주의 병원을 찾지만, 그의 모습을 못 알아보는 해주를 보자 얼떨결에 자신을 동건의 친구 정석이라고 거짓말하게 된다. 급기야 동건의 집을 찾아온 해주와 마주치차 당황한 나머지 동건은 동건이 하와이에 출장갔다는 메가톤급 거짓말을 해버린다.
해주 앞에 나서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던 동건에게 해주가 눈을 뜬 것 이상의 위기가 닥쳐온다! 바로 자신의 외모인양 해주에게 설명했던 고교동창 킹카 ‘탁준하’(김강우 분)가 우연히 해주와 만나게 된 것이다. 완벽한 킹카 검사의 등장도 괴로운데 탁준하는 해주에게 첫눈에 반해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기 시작한다.
심지어 숨어서 지켜보는 동건 앞에 탁검사에게 복수를 꿈꾸는 어리버리한 조폭 ‘도식’(안길강 분)까지 끼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같이 잘 어울리는 해주와 준하의 모습을 본 동건은 눈물을 머금고 해주를 떠나 진짜 하와이로 떠나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흠잡을데 없는 세 사람, 류승범과 신민아 그리고 김강우까지..
2005년 이 전에 류승범은 친 형이자 영화 감독인 류승완의 영화 <주먹이 운다>에 출연했다. <주먹이 운다>를 통해 패기와 깡이 담긴 최고의 눈빛연기로 성장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 배우 류승범은 그 동안 숨겨두었던 코믹 연기에, 당시에는 최초로 도전하는 멜로 연기까지 모든 것을 <야수와 미녀>에 쏟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소 거친 외모로 첫인상이 늘 좋지 않았다는 류승범은 소심한 마음을 정감있고 코믹하게 만들어냈다. 어딘지 모르게 사랑앞에서는 모두 야수가 되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동건으로 변신한 류승범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정이가고, 나 자신의 모습, 내 남자친구와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이 후 류승범은 화려한 배우 생활의 정점을 찍는다. 다수의 영화에서 멜로와 코믹, 그리고 패기 넘치고 강렬한 모습까지 그 어떤 장르 영화에 그를 가져다 놓아도 그는 모든 배역을 자신의 색에 맞게 만들어낸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류승범에 대한 인식과 연기력을 인정하게 되고, 그는 단연코 10여년이 지나 완벽한 배우로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해온 작품들을 보면 <주먹이 운다>와 같은 패기 넘치고 깡으로 뭉친 젊은 청년 그리고 <사생결단>에서 보여준 양아치(?)의 모습까지, 더군다나 그는 <부당거래>에서는 심지어 검사로 등장했다. 어떤 배우가 불량한 청소년 그리고 깡패에 이어 검사 역까지 가능할 수 있을까? 그 어디에서도 그런 그의 배역 몰입도나 연기력에 대해 흠잡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 2000년 초반 대표적인 느와르 영화인 <달콤한 인생>을 통해 이병헌과 함께 떠오른 스타가 바로 신민아였다. 2000년대 초반 쏟아진 코믹 멜로 영화를 통해 김하늘과 김선아를 능가하는 여배우가 신민아였다고 말 할수 있다. 김하늘과 김선아 그리고 전지현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다.
그녀들은 빼어난 외모는 물론이고 때로는 코믹한 연기까지 불사하는 투철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성공을 이끌었는데, <야수와 미녀>를 통해 본 신민아 역시, 아름다운 외모를 겸비한 여배우가 보여주는 코믹 연기는 그 어디에서도 어색함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태풍태양>을 통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김강우의 변신은 의외다.
지금까지 강하고 거친 이미지를 많이 선보였던 김강우는 일과 사랑에 정면 승부를 걸지만 완벽한 자신의 모습에 절대고독을 느끼는 귀여운 면모까지 누구보다 완벽하고 빈틈 없는 열혈 검사의 모습을 선보였다. 해주로 인해 처음으로 잘 안풀리는 연애에 도전하는 탁준하고 구동건과는 다른 적극적이고 세련된 로맨스를 선보이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언발란스 커플의 방해꾼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모든 커플들을 위한 유쾌한 지침서
<야수와 미녀>는 사소한 거짓말로 연애의 위기를 경험한 모든 커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연애를 하다보면 서로를 위해 일종의 착한 거짓말을 해야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것 역시 "거짓말"이라는 것으로 인해 다툼이 생길 수 있고 잦은 다툼은 위기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자신의 컴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시작한 작은 거짓말들이 뜻밖의 사건으로 확대되어 곤혹스러웠던 경험을 한 커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사랑 때문에 겪는 연인의 고통을 공감가게 표현해 낸 <내 이름은 김삼순>이 열풍이었던 것 처럼 영화 <야수와 미녀>는 컴플렉스 때문에 다른 수 많은 이유때문에 사소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연인들, 또 그런 일들로 사랑을 포기하려고 했던 모든 남녀들이 공감대를 느끼게 하는 영화가 될 수 있다.
이계벽 감독의 이유있는 성공적 데뷔
이계벽 감독은 1998년 청주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나는 영화다>로 금관영화제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계벽 감독의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연출부로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복수는 나의것>과 <올드보이>의 조감독을 맡으며 경험을 쌓은 이계벽 감독은 <야수와 미녀>로 데뷔했다. 이 후 2011년 <커플즈>로 또 한번 로맨틱 코미디를 내놓았고 이후에 2012년에는 <남쪽으로 튀어>를 만들어내며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그려나가고 있다.
+윤종신의 귀여운(?) 카메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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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신민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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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종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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