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인력거
My Barefoot Friend , 2011

기획, 촬영, 편집까지 12년,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캘커타에서 돌아다니다가 나온 작품이 아니었다. 1999년 인도에서 <오래된 인력거>의 주인공 ‘샬림’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이성규 감독은 지열 70도의 아스팔트 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맨발로 인력거를 끄는 샬림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력거꾼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주인공인 샬림은 단순히 카메라에 담기는 피사체를 넘어서, 하나의 인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가정을 책임져야 할 아버지로써의 인간, 그와 동시에 꿈을 꾸는 인간으로써 말이다.

또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젊은 인력거꾼 마노즈가 등장한다. 마노즈는 자신의 아버지가 지주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는 샬림과 인력거꾼의 삶을 함께하는 청년이지만, 말 수가 적어서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어떤 상처가 있는, 그래서 남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 있는 것 같이 말이다.
그런 마노즈의 사연은 다큐멘터리 안에서 실제로 카스트 전쟁을 촬영했던 10년 전 자료에 찍힌 어린 마노즈의 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12년을 기획한 감독의 노력 때문이었을까? 그의 사연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운명 같은 만남으로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인력거>는 빠르게 도시화 되어가고 있는 캘커타 속의 빈곤층의 삶을 잘 담아낸다.
나레이션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맡으셔서, 절제되고 차분한 그 목소리는 이 다큐멘터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과 어울린다. 오래된 인력거에서는 사건을 자극적이고 강렬하게 다루지 않는다.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인력거를 매일 끄는 가장의 모습,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안고 묵묵히 인력거를 끄는 청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흘러가는 인생 속 자신의 신념으로 삶의 무게를 담담히 견뎌내는 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래된 인력거> 에서는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인물들의 의지와 같은 정서를 우리에게 전한다. 그와 함께 사용되는 이미지들이 바로 맨발, 맨 손, 즉 바로 맨 몸으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다. 인력거 아래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그들이 직접 캘커타의 뜨거운 아스팔트를 발로 뛰는 것을 보여주고, 비가와서 거리에 물이 찼음에도 꿋꿋히 맨발로 인력거를 끄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촬영하면서, 그들이 맨 몸으로 그들의 삶을 지탱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샬림은 그가 번 돈을 매달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마노즈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도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다. 인력거꾼을 해서 번 돈으로 삼륜차를 사고, 가족이 모두 함께 살 날을 생각하면 전혀 힘들지 않다는 샬림. 그가 영화에서 말하는 대사 “까비 쿠쉬 까비 검 예또 진드기 해.”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슬픈 것, 그게 바로 인생이잖아요. 라는 뜻)처럼 주어진 현실을 비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그의 인생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 사람은 제각기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캘커타에서 만난 맨발의 인력거꾼 샬림. 인력거꾼은 누군가를 싣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샬림에게 누군가는 가족이었다."
-감독 이성규
<오래된 인력거>는 2011 그리스 테살로니키 다큐멘터리 영화제, 2011 캐나다 핫독스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특히, ‘다큐멘터리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2010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이하 ‘IDFA) 장편 경쟁부문에 아시아권 최초로 노미네이트되어 국내 다큐멘터리의 위상을 알린 작품이라고 한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영화 중의 하나이므로, 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운이 좋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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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다운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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