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곁에
Closer To Heaven, 2009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박진표 감독의 네 번째 영화로 데뷔작 이었던<죽어도 좋아>, 한국 멜로영화중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너는 내 운명>에 이어 편견을 넘어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이전 영화의 소재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였는데 실화가 주는 부담에서 벗어나 편하게 만들수 있는 소재를 찾던중 6인병실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이가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그사람의 행복을 위해 보내주는 것이 사랑일까? 이런 의문점을 가지고 <내 사랑 내 곁에>는 시작 되었다고 한다.
박진표 감독의 데뷔작인 <죽어도 좋아>는 사별을 하고 외롭게 살아가던 70대 노인들의 사랑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고,에이즈 에 걸린 다방 아가씨와 건달의 순애보<너는 내 운명>그리고 아들을 유괴당한 가족들의 고통을 그린<그놈 목소리>까지 박진표 감독은 우리의 주변인과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중점적으로 다뤄왔고,비정상적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실감나게 표현해주었다.
'▲ 故 김현식 의 유작이 되버린 6집앨범'
<내 사랑 내 곁에> 개봉 당시 추석을 맞이하여 국내외 대작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도 다른 경쟁작들을 제치고 개봉 첫 주 박스 오피스 1위에 2주 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도 성공하였고, 주연배우 김명민이 직접부른 '내 사랑 내 곁에' 는 각종 음원 사이트 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는 오랫동안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던만큼 이 곡의 애절한 멜로디와 심금을 울리는 가사는 영화와 어우러져 지난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였고, 영화의 감동을 배로 전달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순수한 사랑의 참맛을 보여준 하지원의 재발견
영화 속 종우(김명민)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던 중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던 날, 어릴적 동네에서 함께 자란 장례지도사지수(하지원)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몸 조차도 제대로 가누질 못하는 종우이지만 지수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되고 지수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들의 아픈 만남은 시작되게 된다.
점점 허약 해져가는 종우와 장례지도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지수의 만남 자체가 평범하게 만나서 예쁘게 연애하는 일반인들의 사랑 이야기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지만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만나 사랑하고, 그런 모습도 이해해줄수 있는 그들의 사랑은 곁에 있는것만 으로도 행복할 수있는 사랑을 그리고 싶었던 감독의 생각인듯도 하다.
루게릭병으로 점점 야위어가는 모습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양의 체중을 감량 하면서 투혼을 바친 김명민의 연기는 누구도 따라할수 없는 연기였지만 종우와의 첫 만남에서 부터 죽음까지 같이 하며 영화 속 감정흐름을 자연스럽게 잡아준 하지원의 연기력 또한 대단한 변신 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힘들어하는 종우의 곁에서 따뜻하게 바라봐주던 지수에게도 갈등은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을 꽁꽁묶어 종우의 입장이 되어보면서까지 종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헌신적인 간호를 하게된다. 점점 약해져만 가는 종우를 바라보는 지수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대하던 모습도 점점 사라져가고 두 사람의 사랑도 상처를 받게 되며 점점 마음 아픈 사랑 이야기가 계속 되어간다..
'▲ 제3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김영민 & 여우주연상 하지원'
배우 하지원은 <1번가의 기적>, <바보>, <해운대>에 출연하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내 사랑 내 곁에>의 지수 역으로 제 30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제46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2010년 에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 역으로 SBS 연기대상 최우수 연기상과 10대 스타상을 수상하며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않는 활발한 연기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에 하지원과 주연으로 출연한 임창정은 극중 에어로빅 장면을 위해 하루 다섯 시간 이상을 연습하는 하지원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근성은 대단하고 왠만한 남자들 보다 승부욕 또한 남다름을 보여준다. 근성과 끼, 연기력을 겸비한 그녀와 출연한 남자배우들은 모두가 스타덤에 올랐을 만큼 하지원은 상대배우를 잘 배려하며 그들과의 조화를 잘 이루는 그녀의 인간적인 따뜻한 모습도 느낄 수 있다.
루게릭 병에 대한 디테일을 살릴수 있었던 김명민의 메소드 연기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 백종우 역을 맡게 되며, 20kg에 가까운 살을 빼게 되었고 실제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열연한 김명민의 노력만큼 많은 이들은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루게릭병이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영화를 통해서 디테일 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이라 같은 몸으로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얼굴에 붙어있는 모기 한마리 조차도 본인의 힘으로 제어할 수 조차 없는 종우의 모습에서 배우 김명민의 흔적은 찾아볼수가 없을 정도로 그는 종우와 하나가 되기 위해 힘겨움 조차도 견뎌 내야 했던 것이다.
영화 속 종우를 보며 몇년전 고인이 되신 형의 모습이 떠올라 보는내내 눈시울을 적시며 그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건드리면 부서질거 같은 앙상한 몸으로 몇발자욱만 걸어도 힘겨워하던 형 곁에서 조금만 따뜻하게 그를 이해해 줄 수 있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을것이다. 뼈만 남은 형의 모습을 바라보는 목욕탕 안의 시선들은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안스러움 보다 호기심 가득한 눈길이었으며 그런 시선들을 견디지 못한 형은 언젠가 부터 욕탕의 따뜻함 조차 느껴보지 못하게 되었다. 어설픈 루게릭병의 흉내만으로는 영화 속 종우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역과 하나가 되는 매소드 연기를 펼쳐준 김명민의 열정으로 영화는 더욱더 빛을 발하게 되었다고 본다.
무게감 있는 중견연기자들의 명품 연기
<내 사랑 내 곁에>에는 20kg의 감량을 하면서까지 영화 속 종우 의 아픔을 그려낸 김명민 의 명품연기가 돋보였다. 또한, 그의 곁에서 웃음과 따뜻함 그리고 가슴아픈 사랑의 애절함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하나의 모습으로 담아내준 하지원의 연기도 훌륭했다. 이들의 곁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영화의 깊이를 더 해준 중견연기자들의 연기를 보는 것 또한 영화 속에 빠져들수 있는 크나큰 매력이었다.
개그맨 출신이지만 현재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임하룡은 극 중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 춘자(임성민)를 지극 정성 으로 돌보는 근숙으로 출연하여 언제 깨어날 지 모르는 아내 이지만 그를 위해 쌍커플 테이프를 붙이고 다니기도 하며 기이한 행동과 수다로 병실에서 따뜻한 웃음을 전해주기도 했다.
혼수상태인 아내 춘자역을 해낸 임성민은 아나운서 출신으로 뇌수술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져 대사 한마디 없는 역할이었지만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삭발까지 감행하며 연기에 대한 높은 열정을 보여주었다.
촉망 받던 피겨스케이팅 선수였지만 훈련 도중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가 된 진희(손가인)는 자신이 장애인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심한 말을 하기도 하고, 문병 온 친구들 에게는 침을 뱉는 등 비뚫어진 언행을 일삼는다. 신경질 적이고 거침없는 막말을 해대는 진희역 에는 걸그룸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이 잘 소화해 내면서 그녀의 또 다른 능력을 인정 받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로 한 때 요지경 춤을 유행시켰던 중견 배우 신신애가 진희(손가인)의 어머니 역을 맡아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눈물의 모성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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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환우의 곁을 지키고 계시는 분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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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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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김명민)는 홀로 어머니 장례를 치른다. 장례 지도사인 지수(하지원)의 도움을 받은 종우는 그녀가 어렸을 적 같은 동네에 살았던 이웃집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사랑으로 발전한다.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던 그들. 하지만 종우의 병세가 악화되자 병원으로 옮기고 끝이 보이지 않는 투병생활은 시작된다. 그리고 점차 그들의 사랑은 위태로워진다. <내 사랑 내 곁에>는 <너는 내 운명> <그 놈 목소리> 이후 박진표 감독의 휴먼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에이즈와 유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루게릭병을 소재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또한 소재의 특이성과 더불어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직설화법을 사용해 관객에게 슬픔을 전한다. 하지만 <내 사랑 내 곁에>는 전작들의 비해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해지지 않는다. 극중 주인공들의 사랑은 관객에게 슬픔의 감정보다는 고통의 감정을 더 많이 갖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빠지고 정신도 혼미해지는 종우의 모습에 관객들은 루게릭병의 고통을 간접 체험한다. 더불어 그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는 지수의 모습에서도 점점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이 둘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사랑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아닌 사랑 때문에 그 고통을 받는 거라 생각할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알려진 루게릭병이 사랑을 잠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영화에 시선을 뗄 수 없는 건 김명민의 연기 덕분이다. 루게릭병에 걸린 종우역을 위해 점점 살을 빼 나갔던 그의 노력은 영화에 잘 드러난다.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그의 눈빛연기와 비관 섞인 대사톤, 앙상한 몸과 체중계에 명시되는 그의 몸무게 등 요소 하나 하나가 모여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지수는 종우에 대한 사랑과 현실의 삶에 대한 딜레마를 보여주며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의 고뇌를 전한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는 현실의 일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들이기에 동화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멜로 요소를 삽입하여 관객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결과적으로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자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하지만 그만의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함께 울고 웃으며 삶과 사랑에 대해 헤아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내 사랑 내 곁에>를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link:zzack08@movist.co.kr]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link]
| 글_김한규 기자 ( zzack08@movist.co.kr )